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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Jan 02. 2022

아프냐...나도 아프다

부모도 함께 자라게하는 아이의 잔병치레

2016년 겨울, 척척이가 병원에 입원했다. 50일도 안되어 후두염으로 병원 신세를 진 뒤 거의 5개월만이다. 모세기관지염이라는데 쌀쌀한 겨울날씨에도 적당히 담요를 뒤집어 씌운채로 거리를 활보한 못난 엄마 탓인것만 같아 미안한 마음 뿐이다. 그 놈의 감기철은 사시사철 유행인 것인지, 병원마다 넘쳐나는 어린 환자들로 북새통이었다. 급한 마음에 찾아간 집 근처 종합병원 응급실은 그 젖먹이들을 추운 복도에 아무렇게나 어른 환자들과 방치해놓고 마치 전란 중인 것처럼 환자들을 방관하지 않던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병실이 나지 않아 응급실에서 하루 이틀 밤을 새야 할지도 모른다는 그 무책임한 말은 대체... 말인지 소인지.  어이가 없어 기겁을 하고 다른 병원을 수소문해서 겨우 입원할 수 있었다. 


 병원에 입원하면 링겔주사도 맞고 호흡기 치료하면 괜찮아지거니 막연히 생각했는데  별로 차도가 없는 것 같다. 기관지 확장주사를 맞는게 좋겠다는 말에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기관지 확장주사 성분의 각성 효과 때문에 카페인을 섭취한 것 마냥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 있다는데 이를 척척이가 비켜가길 바랄 뿐이다. 그 와중에도 뭐가 그리 좋은지 생긋생긋 웃어주는 우리 아기를 보니 애틋하면서도 마음이 아프다. 나도 그 흔한 '엄마가 미안해 유유(ㅠㅠ)' 를 할 줄이야. 정말이자 말 그대로 내 잘못으로 우리 척척이가 아픈 것만 같다. 내 부덕의 소치인것 같아서.


 잠깐의 병원 신세도 이러한데 오랜 시간 병원에 있게 된 부모 마음은 어떨까. 그 처절함과 절박함의 깊이를 감히 입에 담을 수 없다. 아기가 잠든 틈을 타 커피 한잔을 들고 병실 복도에 오도카니 앉아있자니 이래저래 잠들지 못하는 아이들을 유모차에 또는 아기띠로 들쳐업고 무거운 걸음 걸음 옮기는 부모들이 보인다. 말없이 서로 말을 한다. 괜찮다...괜찮다...잘하고 있다...라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서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고 간절히 서로를 위로한다. 

한 줄기 맑은 콧물이 흐르는 순간 직감한다, 아...병원가야겠구나

 부모란 자리는 어느 날 그렇게 연습없이도 만들어지는 것 같다. 아이가 아프면 차라리 내가 대신 아프면 좋겠다고, 누가 알려줄 것도 없이 온 마음으로 우러나 수없이 되뇌이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아이가 아프면 한 없이 겸허해진다. 밥 잘 먹고 건강하게만 자라면 좋겠다고. 유명 학원가에서 발을 동동 구르거나 성적표 따위에 일희일비를 하거나 또는 남의 아이와 비교하며 가재미 눈을 하고 우리 아이를 닦달하지 않겠다고.  그저 아이가 건강하게,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과 공감할 줄 알며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꾸려나간다면 그것으로도 부모된 자는 한 없이 감사할 뿐이라는 것을.


그로부터 며칠 후 척척이는 무사히 퇴원했다. 이후로도 숱하게 소아과를 들락날락했고 여섯살에는 폐렴으로 또 한번 입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지난 해 여름에는 아토피 피부염의 폭풍우가 몰아치기도 했다. 그럴때마다 언제 그렇게 겸허한 마음을 먹었냐는듯 아이를 다그쳤던 지난날을 반성한다. 아이는 아프면서 큰다고 했던가. 그 고통의 시간을 지나면서 아이 뿐 아니라 부모도 함께 자랐음을 실감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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