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수학이 힘들면 드리블을 쳐라

25년 7월 14일 오후 10시

by 마법수달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기쁨과, 밀린 숙제가 많다는 슬픔이 교차하는 얼굴을 하고 있던 아들이 오늘 밤 대화에 대해서 제안을 해왔다.


가장의 위엄이 있지! 아빠와 대화하는 게 그렇게도 힘드냐고 묻고 싶었지만 진짜로 힘들어 보이긴 했다.




< 수학이 힘들어 >


나 : 오늘도 10분 대화 시간이다, 아들.


아들 : 오늘은 5분만 하면 안 될까요? 수학 숙제가 많아요.


나 : 그래, 그럼 5분만 하자. 수학 숙제가 힘들어?


아들 : 수학은 힘든 숙제가 많아서요. 사실 수학 자체가 힘들어요.


나 : 어떤 포인트가 힘들어?


아들 : 반복해서 푸는 데도 계속 틀리는 문제요. 혼자 할 땐 계속 틀리는데, 선생님이 알려주시면 답이 너무 쉽게 나와요. 그때 좀 허무해요.


(나는 틀리고 나서 선생님이 AI처럼 문제를 푸는 과정을 보는 게 마술 보는 것 같아서 너무 재미났는데. 아들은 아무래도 나보다는 승부욕이 있어 보인다.)


나 : 선생님이 알려주시고 나면 그다음엔 덜 틀리지 않아?


아들 : 그럴 때도 있긴 한데, 몰라서 틀리는 것보다 애매한 계산 실수가 많아요.


나 : 애매하게 있다는 건 무슨 말이야?


아들 : 혼합계산 같은 거요. 괄호도 있고 곱셈도 나오고 나눗셈도 나오니까, 한 번 잘못하면 뒤에 다 틀려져요.


나 : 순서가 헛갈려? 아니면 숫자를 잘못 적어?


아들 : 그때마다 달라요. 그런 문제는 진짜 어렵고 답답해요.


나 : 그걸 해결해 주는 게 숙제야. 다시 체크해서 어디가 틀렸는지 찾는 거. 맞고 틀린 결과보다, 내가 뭘 놓쳤는지를 아는 게 더 중요하잖아.


아들 : 맞아요. 그래도 틀리는 게 반복되면 좀 지쳐요.


< 개념은 어디로 갔을까 >


나 : 선생님께 배우기 전에 틀리는 건 오히려 당연한 거야. 그래서 배우는 거잖아. 배우고 나면 점점 안 틀려야 하는 거고.


아들 : 기본 개념을 제대로 익히고 나도 계산 실수는 계속 나와요. 예전에 배운 개념도 자꾸 헷갈리고요.


나 : 그건 누구나 그래. 개념만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문제를 풀어야 진짜 내 것이 되는 거지.


아들 : 무슨무슨 ‘항’ 이런 단어도 가끔 헷갈려요. 뭔지 알 것 같으면서도 설명하라고 하면 어렵고요.


나 : 상수, 변수 같은 것도 마찬가지야. 이해 안 된다고 너무 실망하지 말고, 많이 풀다 보면 저절로 익숙해지지. 손이 먼저 아는 거지.


아들 : 예전 숙제는 계속 덧셈, 뺄셈만 시키고 그랬는데, 지금은 연산 노동은 별로 안 시켜요.


나 : 그렇지만 네가 헷갈리는 부분은 연산 반복이 필요해. 똑같은 문제를 매일 한 번씩 푸는 식으로. 오늘 한 번, 내일 한 번, 일주일 뒤에 한 번. 이 정도면 반복하면 몸에 익는다?


< 드리블이 되어야 레이업도 하지 >


나 : 이게 왜 중요하냐면, 기계적으로 나올 정도가 돼야 다음 단계에서 그걸 도구처럼 쓸 수 있어. 매번 기본 개념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면, 복잡한 문제에서는 머리가 막혀버릴 수밖에 없거든.


아들 : 그러니까 혼합계산도 연습이 부족해서 그런 거네요?


나 : 그렇지. 농구랑 똑같아. 처음엔 드리블 치는 것도 어렵지만, 연습해서 자연스럽게 하게 되면 그다음엔 드리블을 하면서 레이업도 덩크도 생각할 수 있잖아. 그 여유가 연습에서 나오는 거야.


(1년간 농구를 배우고 슬램덩크 만화를 본 아들에게 수학을 농구로 비유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아들 : 드리블이 다항식이고 레이업이 문제 해결이네요?


나 : 딱 그거지. 다항식 계산 같은 건 결국 기본기야. 잘한다고 자랑할 일도 없지만, 못하면 절대 다음 단계 못 가는 거지.


< 쓸데없는 문제는 없다 >


아들 : 그런데 진짜로 문제 계속 풀면 좀 나아질까요?


나 : 무조건 늘어. 한 번 풀면 조금 느는 거고, 두 번 풀면 또 늘어. 그거는 확실한 거야. 효율이 떨어진다고 해도 계속하면 결국 극복돼.


아들 : 알겠어요. 일단 오늘 숙제부터 해볼게요.


(숙제하다가 잠깐 이야기한 건데 결론은 숙제예찬으로 끝났네? 미안하다, 아들아!)


나 : 좋아. 힘들어도 차근차근, 천천히, 꾸준히. 5분 지났네? 오늘은 여기까지!




예전에는 수학, 숙제, 시험 이런 시옷 들어가는 단어를 말하면 격하게 정색을 했는데, 지금은 한숨 고르고 듣고 자기 생각을 말하려 노력한다.


성숙해져 가는 게 보여서 고마웠다. 나도 아들을 따라 조금 더 성숙해지고 싶다.


문득, 갑자기 박상민의 슬램덩크를 부르고 싶어 졌다.


내가 있어!

가슴 벅찬 열정을 끌어안고 박차올라 외치고 싶어

외치고 싶어~ Crazy for you~ Crazy for you~

슬램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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