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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그 Dec 26. 2022

살아 있는 눈빛이 아니더라도

살아 있는 눈빛만이 인물 사진을 살리는 건 아니다.

업무 미팅을 할 때나 인터뷰를 진행할 때, 나는 꼭, 온 힘을 다해 상대의 눈을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눈에서 레이저가 나와 마주하는 이가 불편할까 봐 이따금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주면서. 카메라로 인물 사진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이 살아온 인생을 사진 한 장으로 담아내긴 어렵다. 이에 여러 사진작가의 촬영 작품을 들여다보면, 인물을 담을 때 흑백의 대비 혹은 얼굴이나 손의 주름 그리고 글을 쓴다거나 촬영을 한다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그 사람의 직무를 역동적인 행위의 한 컷으로 담아 표현한 것을 쉽게 확인해 볼 수 있다.



그중에서 나는 역동적인 모습이나 얼굴의 눈을 통해 촬영 대상의 분위기나 삶을 담아내는 작품을 좋아한다.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심플하면서도 깊이 있게 그 사람을 바라보게 만들어 주는 듯해서. 특히 눈은 생기의 정도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나 사진 찍힌 날 그 순간의 마음을 추측해 볼 수 있어 더 좋다. 이를 더 극대화하기 위해 전문 사진작가는 눈동자에 캐치 라이트를 만들기 위해 반사판을 만들기도 한다. 그 모양이나 크기와 색과 위치에 따라 애니메이션이나 화보나 영화 속 배우 같은 눈을 담을 수도 있을 거다. 


그런데 살아 있는 눈빛을 만드는 것만이 인물 사진을 살리는 게 아니었다. 


위 사진을 보자. 스키장에서 담았던 저 눈사람은 과연 누가 만들었을까? 확신을 가지고 답할 수 있는가? 나는 쉽게 말할 수 없었다. 관광뿐 아니라 외국인과 어울려 한 국민으로 살아가는 요즘 시대, 파란 눈을 가진 아이나 어른이 저 눈사람을 만들었을 수도 있고 검은 눈 갈 색 눈을 가진 이가 자신의 친구를 혹은 상상 속 인물을 담았을 수도 있겠다. 태양광이나 인공조명이 담긴 눈은 아니었지만 많은 생각을 가져오는 눈빛이었다. 죽어있지만 죽어 있지 않은, 심플하면서도 강렬하게 살아있는 눈이었다. 물음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꽤 아름다운 눈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살아 있는 눈빛만이 인물 사진을 살리는 건 아니다.

때론 죽어 있는 눈에서 살아있는 생각을 찾을 수도 있다.

그런, 특별한 순간을 찾아보자, 만들어보자,

그리고 사진으로 담아보자.


볕 들 일 없을 곳에 빛을 가득 채울 것처럼. 이 또한 사진 촬영의 재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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