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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그 Dec 27. 2022

소원 나무는 지나칠 수 없지, 희망은 그런 거지

내게 기분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가스라이팅을 하던 이가 있었다. 좋은 사람을 만났단 내 말에 사기당한 것 아니냐고 했다. 좋은 일을 맡게 되었단 내 말에 네가 그걸 할 수 있겠냐 했다. N잡 뛸 일이 많아 새벽부터 일어나 움직이는 게 부쩍 힘이 들다는 말엔 네가 일찍 안 일어나 버릇해 그렇다 했다. 


그 사람의 말은 그 어떤 것도 맞지 않았다. 난 좋은 사람을 만나 지금까지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고 좋은 일은 좋은 기회와 좋은 경험 그리고 좋은 추억으로 만들 수 있었다. 어릴 적부터 유독 잠이 없던 나는 하루 3, 4시간 수면이면 충분했으나 지금은 좀 더 자고 있다. 그러나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 하루를 내가 계획한 체크 리스트와 쉼을 오가며 성실히 계속해서 살아가고 있고 내일 또한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왜, 그 사람은.


물론 주변에 마음 좋아 내 일에 있어 기쁘면 함께 기뻐하고 슬프면 함께 슬퍼하는 이도 많다. 이게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데 필요한 마음가짐 아닐까. 그런데 그 사람은 왜. 도대체 왜 그렇게 사람을 대하는 걸까. 그런 그 사람의 행동이 이해 가지 않아서, 나는 개인적으로, 그 사람과 일적인 관계만 이어가고 사적인 관계는 더 확장하지는 못하고 있다.


나는 사람을 볼 때 유독 눈을 먼저 본다. 그리고 오래 바라본다. 첫인상에 그 사람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지만 눈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에너지를 갖고 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런 만남 중 생기 넘치는 눈빛을 마주하기라도 하면 꽤나 신이 난다. 그날은 상대의 긍정 에너지를 흡수해 나 역시 평소보다 더 큰 밝음을 뿜어내는 듯하다.



나만 그럴까. 다른 이들도 맑은 기운이 있는 사람의 곁은 좀 더 머무르고 싶지 않을까. 할 수 있다,는 에너지를 갖고 싶지 않을까. 


나는 갖고 싶다. 계속해서 안고 펼치고 키워가고 싶다. 내 속의 바람을, 꿈을, 희망을, 행복을.


그래서인지 연말이 다가오면 내 삶을 정리하고 반성해 본다. 더 나은 다음 해를 위해 꿈을 그려본다. 그리고 그런 기운들을 쫓아 사진을 찍어본다. 종교는 없지만 연말 연초 새해 소원을 비는 공간이나 오브젝트를 찾아보곤 한다. 


올해는 겨울산을 찾았다. 칼바람 부는 산속 절에 들어섰다. 2022년을 정리하고 2023년을 맞이하는 남녀노소 개인이나 가족 혹은 친구와 지인과 산악회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다. 길 따라 차분히 둘러보는 이도 있었고 희망 담은 연들을 달거나 소원카드를 작성하는 이도 있었다. 나는 소원 나무를 닮은 나무(불교 신자가 아닌 까닭에 정확한 명칭은 모르는) 기둥을 발견하고는 8바퀴 돌려봤다. 나를 보고는 다른 어린 객이 내 뒤를 이어 손잡이 하나를 잡고선 따라 돌렸다. 어린아이의 엄마는 그 모습을 사진 찍고 있었다. 나를 찍어준 건 아니었으나 괜스레 내 입꼬리가 기분 좋게 올라갔다. 이런 게 행복이지, 하면서.


그래서 카메라를 들었을 때 소원 나무는 그 어떤 것보다 더더욱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 내 속의 바람을, 꿈을, 희망을, 행복을 놓치지 않으려고. 나와 너와 또 누군가의 소원이 모여 더 큰 빛을 받을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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