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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그 Jan 06. 2023

복 , 주머니에 가두지 말고

취미로 일회용 카메라를 들고 다닐 땐 필름 한 장 한 장이 아까워서 셔터도 신중하게 눌렀다. 같은 곳이라도 가장 적당한 타이밍을 담으려 했다. 그런데 디지털 세상이 본격화되고 내 돈으로 그럴듯한 사진을 담을 수 있는 카메라를 처음 구매했을 땐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렀다. 지인들과의 만남을 인증하는 건 물론 대화 중간중간 정신 나간 것처럼 벌떡 일어서서 그들의 모습을 담곤 했다. 맛집에 음식이 나와도 하나하나 소중한 기억이라면 그릇이 식을 때까지 셔터를 누르곤 했다. 마치, 그 순간의 행복을 사진 속에 영원히 남겨둘 것처럼.



그렇게 십여 년을 살아오면서 스스로 깨달은 게 있었다. 자의든 타의든, 내가 카메라를 들었을 때 그 순간을 기록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불타 그 소중한 때를 온전히 맘으로 몸으로 받아내질 못 했구나, 하는 일침을. 


그 후론 카메라는 물론 가볍게 찍을 수 있는 스마트폰을 상시 가지고 있으면서도 목적에 맞게 사진을 찍는 행위를 자제해왔다. 일상에서 찍은 사진을 판매하기도 하고, 네이버 인플루언서 활동이나 인스타그램 홈쿡이나 사진 겸 라이프 계정에 잘 활용하고 있고 계속해서 콘텐츠 제작과 발행을 하고 있지만 가급적이면 힘을 빼고 또 가급적이면 백 번 찍을 걸 한 번으로 줄여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새해에도 이런 카메라 사진 촬영 욕심과 진정한 행복을 위한 줄다리기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의 과한 흥을 진정시켜야 했다. 지금 네게 더 필요한 건 뭘까, 하는 물음과 함께. 광화문 서울빛초롱축제의 복토끼가 복 , 주머니에 제 바람을 가두어두고 있지만 말고 풀어내어 이곳을 찾은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길 바라면서. 나 또한 내가 찾는 행복을 사진에만 담아두지 말고 그 순간 함께 하는 이들과 나누어 더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그래서, 바란다. 당신의 사진에도, 사람이 담기길. 정말 중요한 순간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때보다, 진정으로 몸과 마음을 세상에 열어두는 시간이 더 많기를. 그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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