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쫓다 보니 날씨와 계절에 민감해지게 됐다. 겨울 봄 여름 가을마다 새롭게 들어오는 풍경이 있었고 괜스레 가보고 싶은 곳이 생기기도 했다. 눈이 오면 결정을 들여다봤고 비가 오면 물방울이나 물웅덩이를 통해 늘 보던 사물의 다른 모습을 마주했다. 자연이 주는 빛이란 이렇게 자연스러우면서도 새로웠다. 그렇기에 사계절이 있는 대한민국에 살면서 하늘이 주는 이색 이벤트를 놓치는 날에는 왠지 아쉽고 서글펐다.
그런 까닭에, 눈이 온 날엔 참지 못하고, 공원으로 나섰다. 눈길을 걸었다. 저마다의 체중과 기분에 눈이 눌려 '반갑다', '반가---ㅂ!', '반가...' 인사하는 소리에 집중하면서.
이번 겨울에는 유난히 눈이 자주 왔다. 눈을 뜨면 창으로 달려가 지난밤에도 눈이 왔나 확인하곤 했다. 그래서 올겨울의 하루하루는 늘 설렘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환경보호를 위한 일에 대해 생각을 해야만 했다. 평소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지 않을까, 이따금 찾아보면서. 그래서일까. 이렇게 눈이 자주 오는 건 이상기후 때문이라는 생각에 이를 반가워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마음을 한쪽으로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내 눈에 눈이 들어올 때면 눈을 더 기록하려 애썼던 듯하다. 눈 자체도 좋지만 이 시대의 문제를 온화하게 감싸려는 듯 모난 길을 덮었던 눈을 기억하고자.
눈을 떠보니 눈이 펑펑 왔던 날 스마트폰을 들고 창밖 풍경을 열심히 담았다. 급하게 할 일을 마치고 집을 나섰다. 강한 햇살에도 꼿꼿하고도 소복하게 자기 자리 지키며 모여있는 눈 사진을 찍었다. 다음 겨울엔 그저 보통날 겨울이 왔다는 평범한 이유로 만나길 바라면서.
겨울의 끝에서, 나는 오늘도 상상한다. 눈을 떠보니 눈이 오는 날 눈길을 걷는 모습을. 아무 걱정 없이, 카메라 하나 가볍게 어깨에 걸치고 눈소리에 집중하는 시간을.
*인클에 올라간 매그의 스마트폰 사진 기초 강의 [ 상세페이지 바로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