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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그 Dec 09. 2022

겨울 바다에서 색의 균형을

사진을 찍을 때도 사진을 보정할 때도 맨 처음 생각하는 건 목적이다. 내가 보는 세상을 카메라에 어떤 부분만 담고 이를 위해 어떻게 보정할 것인가를. 그 시선에 따라 사진은 따스하기도 차가워지기도 한다. 나는 주로 따스한 에너지를 담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꼭 차가워야 하는 것들도 있다. 평소라면 평범한 일상을 카메라로 담고 보정을 할 때 하이라이트나 그림자와 같은 부분 값들을 은은하고 아늑한 느낌으로 조정하지만 이때는 사진 속 색이나 점과 선들을 좀 더 명확하고 쨍하고 진하게 만드는 채도나 대비 등을 더 높이거나 낮추곤 한다. 좀 과하다,라는 생각이 들 만큼. 사진 속에 담는 피사체에 주요 배경색과의 보색을 배치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도 같은 목적에 의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칼날 바람이 부는 겨울바다를 마주할 때처럼 말이다. 사진을 남기는 순간 내가 느꼈던 차분하고도 차가운 기분이 더 잘 드러날 수 있도록.


그런 의미에서, 색의 균형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빨주노초파남보. 어릴 때 학교에서 색을 배울 때 색상표와 함께 채도와 명도란 단어를 접하고 원형 그래프 안에서 서로 반대편에 있는 색을 보색이라 부른다고 들었던 걸 기억한다. 물론 삶을 살아가는 데는 더 다양한 색이 있고 같은 색이라도 빛이나 특정 공간과 시간에 따라 눈에 다르게 보이는 걸 알 수 있다. 


쇼핑몰에서 마음에 든 색의 옷을 사서 택배를 받았는데 실제 제품은 내가 기대한 것과 다를 때처럼. 물론 이런 상업성 사진의 경우 사진을 촬영하고 보정하더라도 고객이 원래의 색을 언제 어디서든 유사하게 느낄 수 있도록 그 색의 근사 값을 찾아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일상을 기록하는 비상업적 사진이라면?


그런 의미에서, 색의 균형은 사진을 찍을 때의 마음의 상태 값이지 않을까.


내가 따스한 감성의 사진을 찍을 때 주로 주황색 빛의 해와 조명 그리고 부드러운 노란색과 갈색 계통을 찾고, 차가운 감성의 사진을 찍을 때 주로 파란색 빛의 바다 그리고 검은색과 회색 같은 무채색 계통을 찾는 것처럼... 사진을 찍는 순간 내 마음의 온도를 찾아 기록하는 게 사진을 찍는 사람이 찾는 색의 균형이 아닐까 한다. 


더 나아가, 따스한 배경 속에 차가운 오브젝트라던가 차가운 배경 속에 따스한 오브젝트를 소재로 사진을 촬영한다면, 이는 사진에 색의 조화를 활용해 사진가의 생각을 메시지로 또렷하게 담아낼 수 있는 비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위 사진 속 등대가 노란색이 아닌 빨간색으로 바뀔 때처럼. 위 사진은 노란색 등대 보다 파란색 하늘과 겨울바다에 더 눈이 간다. 그러나 등대가 빨간색이었다면 하늘과 바다보다는 등대를 주목하게 됐을 것이다.


이처럼 색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사진 속에 메시지를 건네는 주체는 바뀐다. 그러니 지금 카메라를 든다면, 무엇을 담고 싶은 지를 정하고, 내가 원하는 사진 구도 안에 원하는 장면과 원하는 색만으로 채워 찍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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