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나 벗어나기

이유가 있겠지

by 최마감

글을 쓴 지 벌써 오래다.

미루기를 오래 한 것은 아니다.

미룬 것은 3주다.

아예 글쓰기를 뒷전에 둔 것이 오래다.

애초에 글을 써야겠단 생각을 않았다.


그리고 겨우 글쓰기를 마음먹고 나서야

3주 동안 글쓰기를 미룰 수 있었다.

3주 동안 나는 끔찍해져 갔다.


근데 나는 끔찍하기만 한 사람이 아니다.

이유가 있겠지. 쓰기 싫은 이유가!


Q 왜 안 써?

A 안 쓰고 싶으니까..

Q 왜?

A 쓰고 싶지가 않은 글이야


아, 나는 쓰고 싶은 글이 없었던 거구나.


쓸 수 있겠다 싶은 글감이 다양했던 거지,

쓰고 싶었던 글은 아니었구나.

깊게 생각 않고,

아, 글감이야 차고 넘치지! 했다.


마감

제안서

스타트업

대학원

당뇨전단계

식이섬유

정리정돈


도대체 한 글자도 쓰고 싶지가 않았다.

답은 간단했다, 쓰고 싶은 글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는

아직은 맘먹은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주말이라서,

약속 있어서 등 뻔한 이유를 지나

일단 뭐든 써야겠다 마음먹은 지 오늘이 7일째 날.


아 근데 또

집에 와서 싹 씻고

노트북 딱 켜고 타닥타닥 써 내려가야지, 했는데

노트북을 켠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이런 나를 인정하고

일단 오늘은 스마트폰으로 쓴다.

인정하는 순간 다음으로 갈 수 있는 것을..

인정이 제일 어렵다.


지금은 무척 아끼는 전등을 깨 먹은 지 2시간 25분째.

청소하다 시원하게 깨 먹었는데

아, 단출한 삶으로 나를 이끄는구나 하고

순순히 받아들였다.

더 정리할 건 없나 하고 버릴 물건을 찾기까지 했다.

전등을 깨 먹은 나를 추스르는 것은

나를 인정하는 것보다 어려울 것 하나 없었다.


이렇게 말하면 안 아끼던 전등 같은데

맘에 들어 단박에 사서 동네방네 자랑하고

집에 오는 사람마다 불 켜서 보여주고

유난을 유난을 떨었던 전등이었다.


욕심 내지 않고,

시야를 너무 멀리 두지 않으며,

현재에 발 딛고 있는 나를 보고 인정한다.


오늘은 인정 1일 차.

10일 차를 목표로 오늘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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