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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준 Nov 20. 2023

늦었지만 용서를 구하는 일

오늘 카톡에 생일 알림이 떴는데, 예전 일이 떠올랐다. 십수년 전 일이다. 상병이었던 그 친구의 주 임무는 격일로 새벽 4시에 들어오는 군 부식을 이상 없이 받는 일이었고, 나는 그 일을 전반적으로 책임지는 출납관이었다. 어느 날 새벽 그 일에 문제가 생겨 그 친구가 내게 전화를 했다. 내 출근시간은 한참 뒤었기에 짜증 섞인 말로 바로 직속 창고장에게 전화를 해서 해결하라고 하고 끊었는데 통화 말미에 자기네들은 새벽부터 나와서 일하고 있다며 서운함이 말끝에 묻어났다.


나중에 그 친구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친한 척을 할 일이 있었는데,  내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내 손을 세차게 뿌리쳤다. 병사가 간부에게 그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기에 오히려 당황해서 그 순간이 그냥 지나갔다. 그 이후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얼마나 그 당시 그 친구가 서운함을 넘어 내가 얼마나 미웠을까, 군생활에 대해 큰 자괴감을 느꼈을까 하는 미안함이 점점 짙어졌다.


주말에 집 근처 도서관을 갔는데, 심리/철학 섹션의 책들이 벽의 한 면을 꽉 채우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과거와 현재의 사람들이 사람의 심리가 어려워서 공부하고 연구하는데, 나는 그동안 꼴랑 나의 좁은 식견을 가지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판단하고 재단하였는가.


감히 누가 누구에게 조언하고 훈수 둘 수 있는가. 그저 입을 다물고 평생 듣기만 해도 다 알 수 없을 듯하다.

생각한 김에 오늘 그 친구에게 연락해 보려 한다. 오래전 일이지만 용서를 바라볼까 한다.




-후문: 카톡으로 선물 보내고 연락. 그 친구 왈 연락 온 것에 대해 상당히 놀랬고, 친구들 모임이 있는데 한번 초대하겠다 함(형식+진심). 정말 나에게 상처가 있었던 것은 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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