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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침대 위 취준생 Nov 17. 2019

詩:界_시계(10)
'좌절, 그에게서 달아나는 법'

침대 위 취준생의 시 모음집

좌절, 그에게 먹혀서는 안 된다.


 시 모음집 외에도 소방 일기를 쓰고 있다.(아직 한 편만 썼지만, 이후의 글은 소방 일기가 될 것 같다.) 나의 조금은 특별한 군대 시절을 담은 이야기이다. 그날의 기억은 가끔이지만, 너무나 생생하게 내 머리에 남아 나를 괴롭히는 경우가 있다. 한 남성의 자살, 죽음을 보는 것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 모습을 본 내 마음은 갓 태어난 송아지처럼 다리 힘이 풀릴 정도였다.(실제로 현장에서 얼어붙었다.) 현장에 남겨진 그의 유서에는 짧은 문장이 나열되어 있었다.


 미안하다. 그리고 지친다.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던 것인가. 무엇이 그리도 힘들었기에 그가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이도록 한 것인가. 나는 이후로 사람의 어두운 감정, '좌절'이라 부르는 것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였다.


 개인마다 상대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힘들 때가 있을 것이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직장생활, 운동선수들의 슬럼프, 인간관계 사이 감정들에 의한 갈등 그리고 요즘은 어린 학생들까지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와 찾지 못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나 또한 좌절이란 녀석이 침을 흘리며 다가왔던 적이 있었다. 그가 내 목덜미의 살점을 물어뜯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왔을 때, 다행히 그를 벗어나는 방법을 알았다.


 그를 받아들인다.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어설프게 좌절을 받아들이면 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되어버린다. 하지만 좌절, 그가 나에게 다가올 수 있음을 이해하고 온전히 받아들인다면 좌절은 지금 나와의 떨어진 곳 딱 거기까지. 그 이상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남은 것은 그 거리를 조금씩 늘려가는 것뿐.


 나는 음악을 했다.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붙이며 노래를 했다.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지금처럼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을 행할 때의 마음가짐.


'그래, 힘들 수 있지. 넘어지고, 떨어지고 상처받을 수 있지. 그래도 일어서지 못할 정도는 아니고, 다시 오르지 못할 것도 없다. 상처는 흉이 남을지언정 피는 금세 멎는다. 좌절이 나를 삼키려 해도, 나는 행복에 젖어있을 것이다.'


 좌절 가운데 당신만의 행복을 찾아라. 어느 누가 괴물이 나를 삼키려 하는데 가만히 있는가. 도망치려 발버둥치고, 반격도 해보자. 하다못해 자신은 맛없다며 거짓말이라도 하는 상상으로 웃어넘겨 보자.


 좌절. 그는 생각보다 약하며, 반대로 당신은 생각한 만큼 강해질 수 있다.


무기력함

출처불명, 깊게 생각하는 남자

살다 보면 가끔 아무것도 하기 싫고

어쩌다 무언가 하는 날엔

금방 싫증이 나는 무기력함이

불현듯 찾아오는 그런 날이 있다.


억지로 그를 밀어내기보다

충분히 그에게 젖어주어라.

그리고 그가 충분히 스며들면

이제는 되었다고 냉정하게 돌아서라.


'너무 오래 그에게 젖어있다면

내 마음은 감기에 들고 말 것이다.'


슬픔은 잠시 잠들었을 뿐


슬픔은 잊히거나

혼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잠시 마음 어느 한 곳에

조용히 잠든 것뿐이다.


언제고 잠들어있는

슬픔의 귀를 괴롭히는

작은 외침이 나타날 떄


'다시금 온 마음을 눈물에 젖게 하여

그로 물들지도 모른다.'


잠기지 않는 오리 인형처럼

출처불명, 떠다니는 오리 인형

욕조에 가득 받아놓은 물에

둥둥 떠다니는 오리 인형 하나

노오란 그 녀석 혼자

신나서 둥실 거리는 것이 얄미워

손으로 푸욱- 물속에 담갔다.


미끌하며 손 옆으로 튀어나온 오리는

다시금 두둥실 떠다니며

나를 놀리듯 저 멀리 헤엄친다.


그래, 아무리 내 걱정이 고인 물 같아도

저기 아무렇지 않게 떠다니는 오리처럼

나도 그 위를 헤엄치면 그만이겠구나.


좌절이 나를 짓누른다 하여도

다시금 삐져나와 두둥실

보란듯이 떠올라 물 위를 떠다니리라.


'노란 오리 인형 옆을 나란히 떠다니리라.'


빛에 기대어

출처불명, 빛 그리고 그를 잡으려는 손

집에 들어서 가장 먼저 불을 켠다.

돌연 찾아오는 외로움을

더 가까이 오지 못하게


늦은 밤 침대에 누워 다시 불을 껐을 때에

외로움은 그 틈을 놏피지 않고

다시금 나에게 달려들었따.


나는 외로움에 먹히지 않기 위해

창문으로 밀려오는 달빛을

꺼버린 전등 대신 붙잡는다.


'그렇게 나는 빛에 기대어

오늘도 하루를 버텨낸다.'


위기와 기회


위기는 스리슬쩍 다가온다.

어디서 무엇이 잘못되어

갑자기 나타났는지 모르게.


허나 다행히도 기회 또한 조용히 다가온다.

위기를 극복할 기회는

반짝하고 나타나므로

위기가 다가올 때와 달리 준비되어야 하며

긴장하고 있어야 잡을 수 있다.


'성공한 자들은 기회를 위기와 같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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