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위 취준생의 시 모음집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는 주인공이 어느 행성에 착륙해 잠시 머물던 시간이 우주선 안의 사람에겐 수년의 세월이, 지구의 사람들에겐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것으로 나온다.(오래전에 본 영화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 차이가 어마어마했다.) 이 설정으로 영화는 과학적으로 아주 묘사가 뛰어난 영화라며 극찬을 받았다.
서로의 시간은 서로의 이동상태에 따라 변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같지 않다.
모든 시간은 상대적이다.
카메라를 향해 혀를 내밀고 있는 사진으로 유명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 시간에 관한 상대성이론을 논하며 했던 말이다. 오래전부터 시간은 서로에게 다르게 흐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사이 이 사실은 우리들의 깊은 곳에서 빈번하게 나타났다.
내가 말하려는 시간은 과학에서의 상대성이론과는 조금 다르다.(우리가 빛의 속도로 움직이거나 블랙홀이 주변에 있는 것은 아니기에) 여행을 떠나기 전날 저녁 밤잠을 설치며 시계를 흘끗 쳐다보면 시계가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아주 천천히 흐른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길을 걷노라면 이상하리만치 해가 빠르게 진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같은 시간을 나와는 다르게 느낀다. 이는 빛이나 중력에 따른 과학적인 이유로 생기는 차이가 아니라 사람, 정확히는 우리가 시간 속에서 느끼는 감정에 따른 차이다.
상대적인 시간. 우리는 같은 세월을 보내고 있으면서도 저마다의 감정을 가진 채로 살아간다. 왜 하필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때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은 그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잠깐이라도 붙잡고 싶건만 손에 잡히질 않으니 떠나는 시간이 아쉽기만 하다. 반대로 하기 싫은 일을 할 때나 처진 감정 속의 시간은 그렇게 느리게 흘러가는지. '시간이 약'이라고 하는데 우울과 좌절이 삼켜버린 시간은 흐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가 정해놓은 시간은 서로가 가진 시간이, 서로가 가진 감정이 다름을 알고 있기에 기준을 벗어난 서로의 감정을 알아채기 쉽게 하려고 정해놓은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가진 감정이 다르기에 서로가 보내는 시간이 다르며,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아인슈타인의 말을 조금 바꾸어 표현하자면 '서로의 시간은 감정상태에 따라 변한다. 시간(감정)은 누구에게나 같지 않다. 모든 시간(감정)은 상대적이다.'라고 할 수 있겠다.
별다른 일 없이 살아오던 시간에
아주 조그만 흠집이 났다.
별일 아니라 생각하곤
검은 천으로 덮어두었는데
아뿔싸-
검은 천이 흠집 속으로 스며들더니
이윽고 더 기다란 금을 만들었다.
그렇게 내 시간에는 금이 갔고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그 누구도 상처를 아물게 하는
어떤 방법을 모르기에
상처 스스로가 자연히 잊게끔
아니 잊었다고 생각할 만큼
저 깊숙한 곳으로 아픔을 밀어넣을
시간을 주는 것을 말한다.
나는 상처를 아물게 할
특별한 방법을 모르기에
저기 멀리 보이는 네 모습에
내 품은 너에게 먼저 마중을 나간다.
꼭- 하고 네 허리 뒤로 두른 팔은
지난밤부터 들썩였었다.
사실 내 마음은
너를 안은 품보다 너를 두른 팔보다
시간을 거슬러 너에게 왔었다.
공간의 온도는 분명 변하고 있었으나
너 없는 시간은 그때의 온도를 머금고 있다.
공간을 차지하는 질량은 변하고 있었으나
너 없는 시간은 그때의 질량을 보존하고 있다.
지금의 내 감정은 순간이 지나면
그때의 것이 아니기에 소중하다.
'지금'이라는 시간은 나중을 위해 존재한다.
때때로 사라졌던 그 감정들이
미래의 또 다른 '지금'에게는 소중한 것이기도 하다.
나는 그래서 이렇게 사라지는 감정들의 연속을
다 채워 넣을 수는 없겠지만
검은 활자 몇 자에 담아두고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