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침대 위 취준생 Nov 16. 2019

詩:界_시계(5)
'제 꿈은 작가가 아닙니다.'

침대 위 취준생의 시 모음집

제 꿈은 작가가 아니라 글을 쓰는 것입니다.


 대통령, 과학자, 의사, 검사.


 5살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19살 때까지 내 꿈의 변천사이다. 어려서는 역시 그저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했는지 대통령이 되고자 하였고(당시 같은 꿈을 가진 아이들이 유치원 총원 중 절반은 넘었을 것이다.), 과학에 관심이 많던 초, 중학생 시절 과학자를 꿈꿨다. 고등학교에 들어가 수학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문과로 들어간 뒤에는 돈 잘 버는 일명 '사'자 직업을 꿈꾸게 되었다. 오랜만에 내 꿈들을 쭉 둘러보니 참 많은 것이 되고 싶었나 보다.


 점점 변해가는 꿈을 생각하니 문득 의문이 들었다.


'지금 내가 꿈이라 부르던 것들은 꿈이라 할 수 있는가?'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직업을 가지는 것이 나에게 꿈이 될 수 있는 것인가?'라는 것이다. 이상하게도 우리는 스스로 가져야 할 꿈을 누군가의 직업을 동경하며 가지는 경우가 많다. 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동경이란 것은 그 사람의 직업에 한하여가 아니라 어떤 사람인가에 대하여 동경하여야 한다.


 대통령이 단지 대단한 사람이구나 싶어서 선생님의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통령이라고 답하는 5살 꼬마들 처럼 꿈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단순히 돈을 잘 번다는 생각에 너도나도 꿈이라는 빈칸에 유튜버를 적는 사람들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꿈은 직업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하고자 하는 행위 혹은 가지고 싶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고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을 때, 꼭 소방관이나 의사, 경찰 등의 직업을 가지지 않더라도, 작게는 종이상자를 가득 쌓은 손수레를 끌고 가는 노인을 위해 뒤에서 밀어주는 행위부터 크게는 불의를 참지 않고 나설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면 그것은 꿈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꿈은 이루어진다.

 

 2002년 월드컵 응원 문구로 유명한 문장. 이에 대한 나의 해석은 이렇다. 직업을 가지게 되거나 혹은 아직 가지지 못하거나, 혹은 원하던 직업을 가졌거나 그렇지 못하였거나, 꿈이란 것의 의미를 직업에 두느냐 그렇지 않았느냐에 따라 결국 이룰 수 있다고. 꿈이 없다는 사람은 아직 꿈을 찾지 못했을 뿐이고,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사람은 꿈을 이룰 기회는 여전히 존재한다. 꿈은 당신이 무슨 일을 하는가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일어나 꿈을 꾸고 이루어라.


 처음으로 돌아가 큰 제목에 이상한 점을 느끼신 분들이 많았을 것 같다. 글을 쓰는 직업이 (글)작가인데 꿈이 작가가 아니라니? 위에서 말했듯 직업이 꿈이 되어서는 안 되기에 나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이 꿈이 되었다. 지금은 취업 준비생으로 살고 있지만 꿈은 지금도 이루고 있다. 앞으로 생계를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할지라도 글을 쓰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에 나는 미래에도 여전히 꿈을 이룬 모습으로 있을 것이다. 성공한 작가가 되지 못하더라도(물론 된다면 좋겠지만) 꿈을 이루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렸을 적 내가 꿈이라 하던 것들이 계속 변하던 이유를 알겠다. 아직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르기 때문에, 꿈으로 확립이 될 무언가가 가슴에 생겨나지 않았기에, 그저 보기 좋은 직업들을 빈칸에 채워둔 것 같다.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며(물론 아직 26살로 젊은 축이지만... 아닌가?) 내가 글을 쓰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비로소 꿈이란 것이 생겼다. 요즘은 누군가 내게 꿈이 무엇이냐 물어보면 두 가지를 말한다. 하나는 생계를 위한 직업, 다른 한 가지는 나의 꿈. 직업이야 먹고살 정도로 버는 직업을 가지고 싶고, 꿈은 그렇게 살아가는 와중에도 나의 감정을 담을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다고.


'내 꿈은 작가는 아니지만, 누군가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다.'


재로 남을지언정

출처불명, 불

뜨겁게 타올라라

강렬하게 타오르고

까만 재로 남을지언정

누군가는 불꽃을 기억하고

또 누군가는

까아만 재가 남긴 자국을 기억할 테니.


'너는 아무 걱정 없이 그저 타올라라.'


빈칸

2019.11.15 내가 쓰는 다이어리 주제, 나의 빈칸

가장 위대하고

가장 창의적이며

가장 신비한 것

누구나 될 수 있으며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빈칸'


그곳에서 나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꿈으로 살 수 있었다.


무채색 세상 유채색 인간

출처불명, 무채색 세상 유채색 신호

모든 것이 검거나 희거나

혹은 그 중간 어디쯤

모든 세상은 어중간함에 물든다.

낮과 밤 조차도

무채색으로 물든 어느 날

누군가 꿈을 꾸었다.


꿈은 누군가를

유채색 빛에 젖게 하였고

그 누군가는 무채색 세상을

손으로 어루만진다.


'세상은 점점 그로 물들었고

이윽고 온 세상이 젖었을 때에

모든 사람은 꿈을 꾸게 되었다.'


출처불명, 터널과 조명

어려서 뚜렷했던 마음속 빛은

나이를 먹어가며 조금씩 희미해졌다.

희미해진 빛은 이윽고

말없이 사라졌고

나는 홀로 어둠에 남겨졌다.


좀 더 나이를 먹은 지금

나는 또 다른 희미한 빛을

응시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다시금 그 빛이 사라질까 두려워

눈에 보이지만 볼 수 없는 척

잠시 흘겨보곤 다른 곳을 바라본다.


두렵다.


'언제까지고 어두운 암실에

홀로 남겨지는 것도,

그렇다고 겨우 찾아온 빛이

다시 꺼지는 것도.'



이전 04화 詩:界_시계(4) '우리의 시간이 그들과 다른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