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침대 위 취준생 Nov 16. 2019

詩:界_시계(3) '나는 야(夜)한 공기를 좋아한다.'

침대 위 취준생의 시 모음집

나는 야(夜)한 공기를 좋아한다.


 제목만 보고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틀린 말은 아니다. 나는 해가 떠있는 낮보다 달이 뜬 밤을 무척 좋아한다. 쌀쌀함에 절로 움츠러드는 어깨는 기분 좋은 긴장감을 주고 가끔 밖을 나와 걷는 밤거리는 한적하고 조용하기에. 나는 야()한 밤의 그 공기를 좋아한다.


 처음부터 밤을 사랑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잠이 많았던 나는 일찍 잠이 들어 온전한 밤을 느낄 수 없었다. 저녁 7시쯤 저녁밥을 먹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잘 준비를 하였고, 9시쯤이면 졸음이 몰려와 지금 내가 밤이라고 부르는 시간이 오기 전에 잠들어버렸다. 그리곤 다음 날 아침에는 항상 먼저 일어나 밥을 챙겨 먹거나 외출 준비를 하고는 했다. 그렇게 나는 밤과 친해질 기회조차 없었다. 군대를 다녀오기 전까지는.


 대한민국 남자면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의무적으로 다녀온다는 군대. 나는 그들 중에서도 조금은 특별한 '의무 소방'으로 군 생활을 하였다. 부족한 소방공무원의 인력을 대체하기 위한 군인으로 모든 출동에 따라가 부족한 손을 대신하였다. 갑자기 군대 이야기가 내가 밤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무슨 상관인가 궁금하신 분들이 있으리라. 소방서는 24시간 쉬지 않는다. 즉, 나는 그렇게 기회가 없던 밤과 마주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밤늦게 심지어는 새벽까지 울리는 출동 사이렌 소리는 억지로 나를 밤에 밀어 넣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밤의 찬 공기를 품은 구급차에 올라타 창밖을 보았을 때 나는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한 달, 반년 그리고 전역까지 23개월. 결국, 나는 밤낮이 바뀐 채로 전역한 올빼미족이 되어있었다.


그 후, 밤은 나에게 익숙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밤이기에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참 많았다. 차가 다니지 않는 한적한 도로와 사람들을 피해 숨어있던 길고양이들. 어둑한 하늘과 가끔 눈에 들어오는 작은 별까지. 그렇게 밤을 누리며 걷다 보면 낮에는 느끼지 못한 감성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럴 때면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에 앉아 노래 가사를 쓰고는 하였다. 한창 힙합에 빠져 랩을 좋아했을 때, 밤과 새벽에 대한 가사를 많이 썼던 것 같다. 지금은 그런 음악과 글이 많이 닮아 가사 대신 시를 쓰고 있다.(시에 멜로디를 입힌 게 노래니 여전히 가사를 쓰는 건가 싶다.)


 요즘은 고향에서 떨어져 혼자 살고 있기도 하고 학교를 졸업한 탓에 밤늦게까지 볼 수 있는 친구들도 근처에 없다. 대장님(여자친구의 애칭이다.)도 저녁까지는 볼 수 있지만, 밤이 오기 전에 각자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지금의 밤은 혼자 마주하기 힘들기도 하다. 가끔 생각이 많아질 때 집 주변을 한 바퀴 돌곤 하는데, 조용하고 혼자라는 게 마음에 들면서도 외로운 느낌은 싫은 모순에 빠진다. 묘한 기분을 이끌고 집에 들어오면 곧바로 방금 느낀 거리의 찬 공기가 그리워지는 것을 보니 이래도 저래도 결국 나는 낮보다 밤을 더 사랑하는 게 확실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 글을 쓰는 오늘 오랜만에 새로운 밤을 느끼러 나서야겠다.


나는 태양보다 달이 고팠다.


어젯밤 내가 설레던 이유

2019.08.31 밤을 훌쩍 보낸 새벽 05:00

아침에 가만히 눈을 떴을 때

나는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붙잡아두었다.

어젯밤 꿈속에서 나를 부르던 네 음성이

아직도 내 귀를 간질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오늘 보게 될 네 모습이 기대되서일까

오늘을 그리며 잠든 어젯밤

나는 잠들기 전부터, 그리고 잠에 들고나서도


"너를 그리며 그렇게 설레었다."


창에 걸친 달아


밝고 둥근 덩어리야.

너는 밤하늘 아래 자유로울 텐데

어찌 내 집 창에 걸쳐

이리도 저리도 가질 못하고 있느냐

잠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다시 창을 바라보자면

어느새 창밖으로 사라졌다 싶으면서도

다시 잠을 청하려 몸을 뉘면

어느새 내 머리맡 창에

머릴 ㄹ뺴꼼하게 내밀고는

흐뭇한 빛만 발하며 나를 보고 있구나.


혹시 내가 신경 쓰여 자유롭지 못하다면

나는 이만 눈을 감고 잠에 들 터이니

몰래 창밖을 떠나 내가 사랑하는 이

지켜봐 주러 다녀와주거라.

그리고 오다가다 네가 보고 싶은

강과 바람, 건물에 비친 네 모습까지

천천히 구경하다

내일 밤 다시 내가 깨어있을 때

내 창 안에 들어와주련.


별자리

2018.xx.xx 서울 루프탑 바에서 본 밤하늘

하고 싶은 일이 생길 때마다

밤하늘 가장 밝은 별에 담아두고

그 별들을 손가락으로 이어보니


"나의 꿈을 닮은 별자리가 만들어지더라."


고요한 달빛

오늘 밤은 유난히도

지나다니는 차가 없었고

거리의 가게들도 조용했다.


밤새 울던 아가도

놀다 지쳐 잠들었는지

울음소리 없이 고요했고

길고양이들도 이사를 갔는지

먹이를 두고 싸우는 소리도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창문으로

달빛은 문을 두드리며

나에게 고요하게 인사했다.


"오늘밤은 유난히 조용했고 동시에 달빛으로 가득했다."


이전 02화 詩:界_시계(2) '우리가 길을 걷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