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데 날씨는 좋고 어디 가야 하는 곳도 해야 할 일도 없는 그런 날.
드물게도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긴 산책을 나선다.
카레를 먹고, 탄천 길을 걷고, 내일의 일을 생각하기도 하면서.
동행자와 내일은 낮 기온이 26도까지 올라간대,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길가에 벚꽃은 거의 끝물이다.
이제는 라일락의 시대다, 그렇게 선포하는 것만 같다.
날씨가 좋아 걷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행복해 보인다.
산책을 나오면 기분 좋은 건 사람만이 아니라는 듯,
무표정한 강아지들이 꼬리 하나만큼은 신나게 흔들린다.
오랜만에 햇빛을 잔뜩 충전했다.
집으로 돌아와 아직 해가 남은 창가 침대 위에 눕는다.
열어 놓은 창으로 바람이 들고, 새가 제법 시끄럽게 운다.
해가 져서 글자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새로 산 책을 읽는다.
좋은, 주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