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 자신을 소개하는 일

by 달을읊다

고작 만으로 34년을 살았을 뿐이지만, 살아도 살아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 수가 없다. 특히나 자신의 장점 같은 것을 설명해 보라고 하면 진땀이 난다. 성실하다고 하기에는 너무 게으르고, 사려 깊다고 하기엔 너무나 독선적이며, 신중하며 생각이 깊다고 하기에는 거의 대부분의 일을 즉흥적으로 결정한다. 좋아하는 것도 늘 변하고, 몇 안 되는 취미에 대해서도 늘 내가 진심으로 이 일을 즐기는가 되묻곤 한다.


마트나 지하철 같은 사람이 북적이는 곳에 있을 때면, 가끔 의심이 든다. 혹시 나는 투명한가? 내가 사람의 형체를 하고 여기에 있다는 것은 나의 착각이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충분히 한 사람 지나갈 공간이 있음에도 일일이 나를 부딪히며 지나가기야 할까. 마주 보고 오는데도 마치 사람이 없는 것처럼 절대로 옆으로 비켜 서거나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의 존재가 확실하다면 그저 배려심이나 양보하는 마음이 없는 거겠지만, 내가 혹시 존재하지 않을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딱히 그들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나는 내 나이의 평균 여자들보다는 키가 조금 큰 편이고, 팔에는 털이 꽤 많으며, 목소리가 낮고 큰 소리로 말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못 알아들을 때가 많고 사람 이름이나 얼굴 기억하는 것에 소질이 없다. 뭔가를 지속하는 것보다는 새로 시작하는 것의 빈도가 잦다. 자거나 누워 있는 걸 좋아한다. 딱히 유소년 시절이 행복하지 않았다. IT 관련 일을 10년 넘게 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일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지 파악하는 데는 어려움을 느낀다.


위의 문단은 내가 스무 살 이후 느낀 나 자신과 관련된 사항 중 변동 사항이 없다고 생각되는 것을 나열한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자기소개를 해보라고 할 때, 그들은 나의 이런 신상명세에 대해 관심이 있을까? 이따금 자기소개 내지는 나 자신의 장단점에 대해 (특히 말로) 설명해야 하는 순간을 만난다. 그럴 때면 나는 늘 다른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그토록 선명하게 인지하고 있는 걸까 싶어 부럽고 때로 부끄럽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싶어 정말 많은 시도를 했어도 여전히 잘 모르겠는데, 어떻게 그렇게 자신 있게 스스로를 설명하는 것일까. 한편으로는 나 자신이 이런 사람이라는 관점이 너무 확실해도 문제인 거 아닌가 싶어 지기도 한다.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관념이 너무 확실한 사람은, 자기 자신답지 않은 순간의 스스로를 어떻게 견디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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