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7. 선, 생

by 달을읊다

요즘 선생님이라는 단어로 부쩍 많이 불렸다. 집을 알아보는데 부동산 중개인이 꼬박꼬박 선생님이라고 지칭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에서도 민원인을 지칭하는 단어로 '선생님'을 쓰도록 권장하고 있다는데, 확실히 그런 경우에 손님이라고 하기도 뭐할 것 같다. '어르신', '사장님', '사모님', '어머님', '아버님' 등 중년 이상의 상대를 높여 부르는, 다양하고도 편파적인 듯한 단어들이 있지만 청소년부터 청년에 이르기까지는 지칭할 단어가 불분명했던 게 사실이다. 'OOO님' 정도가 적당하겠지만, 이름을 알기 전에는 부를 수도 없다. 여러 고민 끝에 '선생님' 정도가 적당한 호칭이라고 결정된 듯한데, '먼저 났다'는 단어의 본래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면 나보다 연세가 많으신 분이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를 때면 기분이 늘 알쏭달쏭하다.


선생, 먼저 난 사람은 마땅히 누군가에게 유익한 것을 가르쳐 줄만 하다. 스승도 사부도 아닌 '선생'이 교과를 가르치는 역할을 맡은 교직원을 의미하는 단어로 자리 잡은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 선생님의 날이 아닌 스승의 날인가?) 정규 교과 과정을 밟다 보면 실제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나를 가르쳤고, 그렇기에 기분상 선생 같지 않은 사람일지언정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어색함이 없었다. 하지만 '학교'라는 공간을 떠나 사회인으로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배우려 할 때면 종종 나보다 나이가 어린 선생, 아니 '쌤'을 만나게 된다. 어떤 분야를 먼저 '살아 본' 사람이기에 물리적으로 나이는 나보다 어릴지언정 마땅히 선생님이라고 부를 수 있다.


정말 선생 같은 사람들과 선생 같지도 않은 게 선생 대접받으려는 사람들로 가득한 사회 속을, 기가 질려 그저 멍하니 보고 있을 때가 있다. 그리고 때때로 부동산이나 시청의 여권과에서 선생님 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중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보곤 한다. 나는 누군가가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일까. 설마 타산지석인 건 아니겠지, 하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046. 유자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