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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련나무 Nov 10. 2023

미용실에서

가끔은 미용실에서 기분 전환의 마법을 걸어봅니다.

올해 1월에 칼단발을 하고는 머리를 계속 방치했다. 머리가 어정쩡해서 감고 말릴 때마다 변신의 욕구가 마음을 노크했다.


칼단발을 다시 할 것인가- 머리 말릴 때 너무 편했다. 길이가 짧으니까! - 그 반면에는 아직 길이가 미흡하나 히피펌을 해서 자유로운 나를 만나고 싶기도 했다.


그 중차대한(?) 고민을 하던 중 어느 날, 예상에 없던 스케줄 파토가 났고, 마음속에 오늘이다! 결심이 섰다. 미용실에 전화를 해서. 지금 바로 가면 파마 되냐고 묻자. 나를 20가까이 봐온 미용실 언니는 오라고 흔쾌히 답을 해줬다.


택시를 타고 10달 만에 나의 단골 미용실에 도착했다. 언니는 내가 하고 싶던 그 머리를 짧은 기장에서 하고 있었다. "언니! 저 언니 머리 하고 싶어요~"라고 운을 떼고 디테일한 부분을 상의하고 미용실 의자에 앉는다.


이 미용실을 만나게 된 건 직장을 다니던 어느 날이었다. 주말에는 자느라 바쁘고(?) 평일에는 야근을 밥 먹듯 해서 그 당시 단발마니아였던 나는 머리를 제 때 자르지 못해 고민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하던 저녁 8시에 불이 켜진- 집에서 너무 가까운 미용실을 만났다. 바로 들어가서 단발머리 손질 가능하냐 묻자, 그날도 언니는 가능하다 했다.


인연이 되려면 되는 건지 사실 언니는 그때 미용실을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어 몇 달만 더 늦게까지 오픈하자 했는데, 내가 그 덕에 불빛이 켜진 그 미용실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 당시 나는 하도 단발을 자주 해서 미용실 커트가 미묘하게 안 맞으면 갈 곳 찾기가 어려웠는데, 언니는 커트에 감각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언니의 커트력에 이끌려 바로 단골이 되었다. 집에서 5분 거리여서 주말에 느긋히 늦잠을 자고도 손님들 예약 사이에 짬을 내서 껴들어가 머리 손질을 하고 집에 오곤 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스트레스받는 날, 기분 전환 하고 싶은 날, 변신하고 싶은 날.. 갖은 사유로 한 달에 어떤 은 2번도 가고 1번도 가고 하는 단골이 되었다.


거기는 네일도 가능해서 머리를 하고 네일을 얹히고는 '나는 세련된 커리어우먼이다.' 마음에 주문을 걸기도 했다.


언니는 동생과 같이 미용실을 운영하는데, 두 자매의 매력이 다르다. 동생 언니는 발랄한 매력이 있고, 첫째 언니는 차분함과 보듬어 주는 매력이 있다. 특히 첫째 언니는 독서와 지식 쌓기를 늘 하는데, 그 부분이 참 신선했다.


쉴 때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신문을 보고, 운동을 하고. 거기다 미용실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쌓인 내공은 언니와 대화를 해보면 그냥 보통의 미용실 원장님이 아니구나 싶게 한다.


남편도 나와 결혼 이후, 아내에게 끌려가서 그 미용실을 갔는데 첫 방문 이후 단골이 되었다. 지금은 나도 신혼집이 친정과 떨어져 있고, 언니도 가게를 이전해서 가게를 가는데 운전해서 가도 한 40분이 걸린다. 그래도 간다. 나도 남편도. 참 우리 부부는 단골력이 충실한지도 모르겠다.


남편이 커트를 자주 해야 해서 못해도 달에 1번은 가서, 난 커피를 마시면서 언니들과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 들어오고, 남편은 커트도 파마도 하면서- 게임도 하고 졸기도 하고, 나와 미용실 언니들의 대화를 듣기도 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그렇게 즐거운 미용실 일정을 하고는 했다.


올해 1월에 내가 드물게 혼자 오자 "왜 혼자 왔어?"라고 물어보는 미용실 언니의 물음에 담담히 대답하려 했지만, 남편의 투병 소식을 알리게 되었고, 그날 두 미용실 언니들은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마음 아파해주었다.


그날도 언니의 칼단발은 어찌나 잘 되었는지, 나의 단발머리를 처음 본 남편은 예쁘다며 칭찬을 해주었다.


이번에도 혼자 미용실을 갔다. 사실 아직 좋은 소식도 없고, 내가 부담스러운 손님일까 봐 가는 게 조심스러웠지만, 좀 단단해진 마음을 가지고 더 나이 들기 전에 히피펌을 하고 말리라! 다짐을 하며 미용실에 갔다. 그래도 생각보다 담담한 내 모습에 언니들이 내 걱정을 조금은 덜고 머리를 해주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아무래도 암 얘기는 피해 갈 수가 없었다. 나도 그것밖에 말할 게 없는 짙은 회색구름을 이고 사는 내가 좀 미안했다.


언니는 조심스레 내 마음을 살펴가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내 머리를 손보아주었고, 나도 달달구리 믹스 커피를 마시며 10달만의 미용실에서의 변신 시간을 가졌다.


다른 손님들이 여럿 찾아왔고, 미용실 문을 들어서는 그들의 활기와 밝음에- 그리고 그 손님들의 살아가는 얘기에 내가 어쩌면 작은 울타리에 있는 삶인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지금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가는구나. 미용실을 덮은 사람들의 살아가는 삶의 생기가 참 좋았다.


언니는 이번에도 내가 바라던 것 이상으로 예쁜 컬을 완성해 주었다. 처음엔 전체가 꾸불꾸불한 머리가 낯설었는데, 며칠 지나니 이제는 익숙한 내 머리가 되었다.


겨울엔 컬을 넣는 것도 머리가 풍성해 보이면서 따뜻한 느낌이 들어 좋은 것 같다. 여름에는 땀과 습기로 컬의 매력이 잘 살기에 어렵다. 잘 들어간 컬만큼 내 마음도 부드러운 곡선럼 추운 계절 따뜻하고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봐야겠다.


언니들의 미용실에서 그렇게 마음을 한번 풀어내고, 바뀐 헤어에 '모든 일이 잘될 거야~'라는 마법을 걸어본다. 로롱~*.




두번째 사담.

오늘 제가 글 쓰는 공간의 모습을 잠깐 담아보았습니다. 저 책 무더미는 저 이상으로 쌓여있어서 창문의 햇빛이 들어오는 면적도 줄이고, 이 넓은 데스크의 면적을 반으로 줄여버렸네요.


숙제같지만 행복한 저 책 친구들을 빨리 마음과 머릿속에 담고 분양 보내야겠습니다(언제나?^^).

다른 분들은 멋진데서 작업 하시던데 저는 사진 뽀샵을 해도 어찌나 현실적인지...ㅎㅎ


요새 소설을 쓰고 싶은게 있는데 이번에는 백지를 놓고 글을 써보고 있습니다. 완성이 다 되면 공개하려 하는데, 머릿속에서 잘 풀리지 않아 약 1달동안 첫챕터만 쓰고 방황중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상 저의 현실 공개를 마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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