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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게슬기롭다 Oct 18. 2023

지도를 그리는 사람은 길을 잃는 것이 두렵지 않다 4

<짧은 소설 써보기>

소설 속 모든 내용은 허구에 기반합니다. 극 중 몰입을 위해 알려진 회사명을 기재했을 뿐,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다영의 눈이 바쁘게 움직였다. 물건을 절대 사지 않을 사람, 그 사람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잠깐 ‘포인터’를 종료했다. 그리고 가민과 나은을 불러 과제를 던져주었다.

“가민님, 나은 님 오늘 유저 하나만 찾아주시겠어요? 수많은 프로모션을 보고 물건을 살펴보았지만 절대로 구매하지 않았던 유저 말이에요”

가민과 나은은 다영의 요청을 듣고 약간 당황스러워하는 듯 보였지만 이내 알겠다고 했다. 심지어 약간 재미있어하는 눈치도 있었다. 그들 나름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문제를 풀어오는 시간 동안, 다영도 스스로 이 문제를 풀어보고 싶었다. CMO의 요청과제, 제3의 차원을 찾는 문제는 왠지 모르게 이런 생각으로도 풀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왜 사람들은 ‘매력적인 물건들’을 보고, 그들의 니즈에 충분히 반영이 됨에도 불구하고 그 물건을 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다영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다영은 먼저 유저들을 조금 분리했다. 구매를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대시보드에서 보이는 숫자는 10% 정도의 숫자였다. 90%의 사람들, 그리고 그중에서 과거에 어떤 물건도 사본 적이 없는 유저를 걸러내는 게 필요했다. 서비스에 많이 들어오면 올 수록 좋았다. 그런 만큼 정말 의뭉스러운 유저일 것 같았다. 엔간해서는 하나 살 만한데 사지 않은 사람, 그렇게 ‘얻는 것’ 이 없이도 계속해서 우리 서비스에 들어오는 사람, 오래 머물러 주는 것도 좋았다. 우리가 제공하고 있는 프로모션에 끊임없이 노출됨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사람인 것이다. 그 유저를 찾고 싶었다. 그리고 그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많이 살펴보면서 왜 단 하나도 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냐는 것이다.

대시보드를 조금 더 살펴보았다. 90%의 사람 중에서 어제, 지난주, 지난달 등으로 기간을 조금씩 늘려나가니 ‘단 한 번도 구매하지 않은 사람들’ 은 점점 줄어들었다. 어제 들어온 유저들 중에 아무것도 사지 않은 사람들도 80% 정도였다. 그 사람들이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았던 것도 64%, 한 달 넘게 아무런 구매도 하지 않은 사람들은 30% 수준이었다. 30%의 사람들이었다. 그러니까, 만약 이번 한 달동은 100명이 들어왔었다면 그중 30명은 지난달에도 아무것도 물건을 사지 않은 것이었다. 30개의 경우의 수, 아니 그 보다 더 많은 30 몇 배의 경우의 수가 생긴 것이었다. 다영은 조금 더 조회 기간을 늘려 대시보드를 살펴보았다. 만약 4개월, 6개월 전이라면 어떤가.

다영이 찾고 싶었던 그런 사람들 중 대부분은 오랜 기간 동안 회원을 유지하지 않았다. 한두 달 정도 안 들어온 사람들은 그다음 필터에서 보이지 않았다. 한두 달 전에 들어와선 아무런 물건을 사지 않는 사람들은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었다. 일반적이었다. 솔직히 예상을 했다. 대부분, 그리고 수많은 업ㄱ꼐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건, 흥미가 없는 앱엔 다시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리텐션이라고도 말하는 그것을 올리기 위해 부던 이도 마케팅 팀에서 노력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아니 그것도 더 전에, 단골을 만들려고 하는 오프라인 매장들을 생각해 보자.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크게 인사하는 이유는 무엇이었나. 그들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또 오시라고 인사하는 사람들은 다, 그 ‘리텐션’을 위해서였다. 이미 유튜브에 있는 수많은 장사의 신, 장사의 왕, 00 선생님들도 결국 처음 올 수도 있는 고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건을 사러 왔지만 사실은 물건만을 기대하진 않는 것이었다.

그걸 이 대시보드에서는 바로 볼 수는 없었다. 숫자만 쓰인 화면, 2차원적인 화면에서는 오르고 내림만 알 수 있었다. 추이를 보고 변화량은 볼 수 있었지만 그 사람들의 숨겨진 의도는 알 기 어려웠다. 혹시  ‘3차원의 축’이라는 건, 그런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한 다영이었다.

14일 중 첫날, 유저의 기본적인 분석 보고서 마지막 한 줄, 다영은 이렇게 적어두었다.

‘물건을 절대 사지 않을 사람들을 찾아보자’ 그 원인은 모른 채, 직관만이 담긴 멘트. 다영의 뇌는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열심히 움직일 것이다. 다영이 잠을 자고 일어나는 그 순간에도, 다영의 뇌는 ‘물건을 절대 사지 않을 사람들을 찾는 이유’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정리를 할 것이다. 그 기대를 하며, 다영은 보고서를 정리하고, 퇴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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