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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게슬기롭다 Mar 09. 2023

아라비안나이트 대신, 초단편나이트를 위한 시작 두번째

30가지 아이디어로 착상해보기 4/15

세 번째, 그리고 네 번째 81살 남성의 삶으로 들어가 보자.


3. 다른 소재와 합치기


“EBS 클래스 수업을 듣고 싶어 인터넷 검색을 한, 81살 남성이 있었다. 유튜브 검색을 하다 보게 된 짧은 광고 때문이었다.  “   


EBS 클래스 광고 버튼을 눌렀다가 보게 된 짧은 어떤 강연자의 모습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그가 만나고 싶어 했던 어린 시절 첫사랑의 그 눈빛을 떠올리게 하는 어떤 여성 때문이었다. 핸드폰에 보인 그녀의 왼쪽 보조개, 그리고 눈빛이 분명히 그녀였다. 놀랍게도 그녀는 전혀 늙지도 않았다. 80년 동안 살아온 그였지만 그녀를 아직도 잊지 못했었다. 게다가 그때 그 모습이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손녀가 있다면 이렇게 생겼겠지 싶었다. 더 가까이에서 그녀 사진을 보겠다고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올려 벌린 순간, 화면이 모두 꺼져버렸다. 그의 옆에 누군가라도 있었으면 도움을 받았겠지만 그는 그럴 수도 없었다. 아쉽게 꺼져버린 인터넷 창을 다시 키자 아무것도 없는 검색창이 하나 덜렁 남겨져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단어는 딱 하나는 ‘클래스’였다. 그는 그 단어를 검색하기 위해 자판을 하나하나 눌러가며 다시 검색했다.

그에게도 역시 청춘이 있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던 그 10대,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대구 청년이었다. 넓은 논을 소유하고 있는 집안의 외아들이었고, 1950년에 일어났던 전쟁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할 정도로 둔하기까지 했다. 그 당시 마을엔 새로운 소식을 전달해 줄 만한 사람도 없었다. 그런 그의 마을에 한 소녀가 찾아온 것이다. 말투만 들었을 때는 분명 동네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옷차림도 자신이 지금껏 살면서 보아온 ‘여성’ 들의 옷과 많이 달랐다. 자신의 어머니에게서도, 옆집 사람들에게서도 보지 못했던 옷차람이었다. 검은색이 가득 한 옷차림에 새카만 안경을 끼고 있던 그녀였다. 하얀색 옷들을 입고 다니던 그의 세상에 첫 등장한, 바지를 입고 돌아다니는 이상한 아이였다.   


4. 반대로 사물화 하기


“EBS 클래스 수업을 듣고 싶어 인터넷 검색을 한, 81살 남성이 있었다. 유튜브 검색을 하다 보게 된 짧은 광고 때문이었다.  “   


그 남성의 삶의 장면은 그대로 끝이 났다. 컷, 하는 소리와 함께 그는 움직임을 멈췄다. 아니 멈춰야만 했다. 그것이 그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의 머리 위로 텍스트가 하나 입력이 되었다.

‘좋아요 할아버지. 지금 클립 그대로 쓸게요. 다음 장면이요.’라는 누군가의 음성이 그가 있는 공간 전체에 울렸다. 그다음으론 빨간색 불빛이 눈앞을 가득 채웠다. 다음장면 연기 시작 음성이 들리기 전까지 그에겐 시간이 좀 남아있다. 다음으로 연기를 해야 하는 건, ‘수업을 열정적으로 듣는 멋진 신세대 노인’이었다. 너무나 쉬운 부분이었다. 그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주어진 공간 속에서 그는 항상 1등이었다. 스스로가 누구인지 모른 채 항상 그날의 1등에만 심취해 있는 사람이었다.

아니 사람이 아니라, 아이콘 81번, 그에게 주어진 표기는 이뿐이었다.




착상하는 연습만 하는데도 정말 다양한 콘텐츠를 회상하게 된다. 나는 어떤 것들을 보고 자랐더라? 그중에 내가 꼭 넣고 싶었던 장면은 어떤 것이었더라? 나는 무엇에서 영감을 받아 어디서 상상력을 키우는 사람이었더라?라는 질문들도 꼭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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