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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ergreen Aug 27. 2022

2022년 8월

거저 받는 선물



"자연은 하나님의 영광의 프리즘이자 증폭기다.

자연은 극장이요 캔버스이자 대성당이며

그 중심에는 항상 하나님이 계신다."

ㅡ지혜피라미드, 브렛 맥크라켄ㅡ



금요일 저녁 7시

남편과 나의 일이 다 끝나면

곧장 캥핑카를 타고 어디든 떠난다.


어린 아이들이 있어

가끔은 아주 잘 가꾸어진 캠핑장을 가지만


평소에는 기약없이 무작정 떠난다.


이미 어둑해진 터라

간단하게 아이들 밥을 차려주고


나는 평일의 긴장을 완화해주기위해

캔맥주 하나와 버터맛 마른 오징어를 질겅질겅씹다

푸욱 상쾌한 잠이 들면


어김없이 다음 날 새벽,

배가 싸리하다.



캠핑카 화장실은 아이들만 큰 볼일(?)을 볼수있다는

남편의 엄포에

매번 두루마리휴지를 들고

공공화장실을 찾아

새벽공기를 맞으며

호다다닥 급히 달려간다.



오로지 저 멀리

푯대같은 공공화장실만 보이고

일주일간 인스턴트음식으로 가득 찬 나의 대장에

맥주의 보리가 굉장한 역할을 다 하고 난 뒤


속을 상쾌하게 비우고

굉장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화장실 문앞을 나서는 순간,



그제야 장엄한 풍경이 나를 가득 다시 채운다.


어머,

이런 멋진 풍경이었네,

호호,


수줍은 새색시마냥 호호거리며

휴지를 품에 안고 되돌아 걷는다.




이 멋진 자연 앞에서

속세의 고뇌같은건 하나도 떠오르지않는다.


그저 하나님께서 지으신 이 멋진 자연을

거저 만끽할 수 있음에

새삼 감사의 고백이 절로 나온다.


저 산은

얼마나 저 자리에 오래 서 있었을까,

저 강물은

얼마나 오래 흘렀을까,

저 풀은,

저 공기는..?



되도안한 시조를 읊고싶고

시 한수를 떠올리며

혼자 피식 피식 웃어댄다.



오늘도 잡다한 속을 비우고

하나님께서 거저 주신 선물인

자연으로 가득 채워 돌아간다.



이래서 캠핑이 차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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