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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ergreen May 17. 2023

2023년 5월

The Answer


# Insight 1 

고3 수능영어 수업을 진행한다. 한 여자아이가 엎드린다. 아마도 풀어놓은 문제의 답이 정답이 아니었으리라.  아이의 안색을 살피며 강약 조절을 하며 수업을 마쳤는데 아이는 나가지 않는다. 

"선생님,"

또 울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인다. 소리를 내어 엉엉 운다.

"선생님, 제가 수능 날까지 살아 있을까요?"


쿵, 내려 앉는다. 어떤 마음으로 뱉어낸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10대 자살율이 높다는 기사를 접한 뒤라 다리에 힘이 풀린다. 

"무슨 말이야,왜그래~"

"제가.. 수능 날까지 살아 있을까요? 저는 아무런 힘이 없어요...."

이런저런 아이의 속이야기를 듣고, 나의 이야기도 해 주고, 종교가 같아 이런저런 말씀 이야기도 해 주지만 

아이는 들을 힘 조차도 없다. 그저 입을 닫고 아이가 실컷 울게 기다려 주었다. 아이를 쓰다듬다 저 속이 어떨까 싶어 나도 운다.


밤10시, 아이를 집으로 보내고 학부모님께 급히 전화를 걸었다.

"어머, 선생님. 또 무슨 일이 있는 거지요?"

아이가 했던 말을 이야기 해 드리며 지금 수업이 중요한 게 아닌 듯 싶다. 영어 수업 잠시 보류해도 괜찮으니 

아이 마음을 먼저 좀 편히 갖도록 쉬었으면 좋겠다 하니 어머니께서 말씀을 이어 가신다.


"선생님. 그 아이는 참으로 귀한 아이입니다. 

이 못난 애미가 높아지지 못하게, 낮아지게 만드는 참 귀한 아이입니다.

하나님 앞에 아무것도 자랑할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하며 

그 아이로 인해서 기도의 자리로 나아갈 수 있으니 너무 귀하지요.

선생님 말씀대로 아이와 의논해 보겠습니다. 수업을 나갈지 조금 쉬었다 갈지. 

감사 합니다. 선생님."



전화를 끊고서 아이들이 다 빠져나간 텅 빈 교실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기도의 자리로 나아가게 해 주는 귀한 아이라는 어머니의 고백을 듣고 

다시 한 마디 한 마디를 곱씹어본다. 





#Insight 2 

"무엇이 가장 성도님들의 마음을 괴롭게 하고 있습니까? 

괴로운 이유는 그것에 가장 큰 우선순위를 두고 

욕망이, 욕구가 많은 탓에  괴로운 것이겠지요.

무엇이 가장 괴롭습니까, 삶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제자 훈련을 그렇게 열심히 받아 놓은 성도로써

주일마다 캠핑다니느라 3번정도 빠지고 

딸아이 사춘기를 겪으면서 두통약을 매일 먹고 삶의 의욕이 사그라 질 때에 

반깁스를 하고 교회를 갔다. 


누군가는 자녀와의 갈등이 당연히 있어야만 하는 긍정적인 과정이라며 가볍게 여기는데 

왜 나는 나의 자아까지 산산히 부서져 가며 

삶의 의욕마저 잃어 버리는 걸까, 괴로웠었는데  그것에 대한 해답인 것 같았다. 


자녀가 내 삶의 1순위였던 걸까?

그랬나보다. 내 두 아이가 나의 트로피가 되어주길 바랬었나보다.

내가 사랑받지 못 하고 큰 탓에

아주 멋드러지게 나의 고난을 이겨내고 키워 낸 작품이길 바랬던 것 같다.


"내"가 육아서적을 많이 읽으면서 

스스로 자연 치유가 되어서 

자식 마저도 아주 완벽하게 자라서 나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우리 엄마는 나를 정말 멋지게 키워 내셨다" 라고 말하길 바랬었다. 


온전히 아이를 그대로 바라봐 주지 못하고 

내 틀 안에서 내가 계획한 대로 자라나주지 않는 것에 괴롭고 고통스러웠나보다.


하, 몇번 더 무너지고 

지금 내 모습을 또 벗겨 내고 벗겨내는 탈피를 해야 

온전히 훨훨 날아갈 수 있는 나비가 될까, 

온전한 내가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만들어 낸 "환상"에 살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피식 웃음이 난다. 





#Insight 3

대학교 시절 4년 남짓 연애를 한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그는 나의 부모였고 나의 또다른 분깃같은 존재였다. 

통닭 한 마리를 시켜 놓으면 새엄마의 두 동생들 먹으라고 나는 그저 닭가슴살 두어개 먹고 조용히 일어나 내방으로 들어 갔었다. 그런데 남자친구는 통닭 한마리를 시켜 내가 먹는 것을 지켜봐 주었다. 동태찜을 좋아하는 내게 한접시를 시켜 내가 콩나물을 골라 먹고 있을 때면 생선살을 발라다 내 그릇에 놓아 주는 스윗한 경기도 남자였다. 


취업의 문제를 코앞에 놓기도 했었고 4년이면 사랑에서 집착과 애증으로 변모하게 되어 헤어지기로 선택하고 나서도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냥 전화를 걸어 보기도 했고 그 사람의 싸이월드를 하염없이 들여다 보기도 했다. 어떻게 마음을 접어야 하는지 어떻게 마음을 추스려야 하는지 방법을 몰라 무턱대고 서점에 갔을 때 내 눈에 띈 책. 


"행복한 이기주의자, 웨인 다이어"

새빨간 표지에 휘갈겨 쓴 듯한 책 제목에 끌려 단숨에 읽어내려 갔던 책이었다. 나는 이제 그 남자로부터 독립해서 이기적으로 내 인생을 살겠노라고 다짐하며 지냈던 순간이 떠올랐다. 


과외방에 건너가 서재에서 그 책을 찾았다. 

16-17년 전 나의 마음이 어땠었는지 색연필로 줄을 그어놓은 구절들을 보며 웃음이 난다. 

여전히 나는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휘리릭 뒷장을 넘기다 보니 

그때 이런 구절도 있었나 싶은 글귀에 털썩 자리에 앉는다. 



"어머니는 기대야 할 존재가 아니라 기대는 것을 불필요하게 만들어주는 존재다. "

내가 나비가 될 것이 아니라 

네가 나비가 되어야 할 것이었구나.



네가 내 품에 있을 적에 

하나님께서 심겨주신 너라는 씨앗을 키워내 

때가 되면 훨훨 자유롭게 날아가는 나비로 키웠어야 했는데 

내가 그러질 못 했구나.



내가 잘못 키웠던 게 맞았다.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었지만 내가 잘못 키운게 맞았다.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을 가지고 태어난 너를 

나는 너무나 가두려고만 했던 것 같다. 



이제라도 네가 온전히 너라는 색을 가지고서 

이 세상에 나가 선한 것도 맛보고 

악한 것도 경험해 보며 

너만의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헤쳐 나가기를 

이 못난 애미가 기도해 본다.



나를 기도의 자리에 나오게 한 네가 

너무나 고맙다. 



하나님께서 주신 상급인 자녀, 

그아이를 통해서 

나는 새사람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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