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급한 일정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아기는 처음 겪는 일들이 많았다. 밤에 차 타기, 병원 가기, 늦게 자기 등 어린 아기에게는 처음 접하는 경험이었다. 어른인 나도 처음이고 낯설었다. 아버지(아기 할아버지)의 투병부터 장례까지긴장할 수밖에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더욱 평소와 다른 일상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아기는 더욱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아빠와 엄마가 집과 밖을 들락거리고, 할머니(장모님)가 몇 시간 봐주는 상황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며칠 전 장거리 이동으로 낯선 장소도 방문했었다. 새로운 경험들부터 삶의 변화까지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아빠 엄마의 변화에 따른 피곤함이 부단했을 것이다.
아기는 일상의 복귀를 넘어 성장했다
이러한 변화에도 아기는 일상으로 잘 돌아왔다. 저녁 6시면 하루를 마쳤다. 그리고 아침 6시면 새로운 하루를 맞이했다. 생활에 잘 복귀했을 뿐만 아니라 아기는 잘 성장했다. 처음 통잠에 가깝게 잤고, 의사로부터 잘 성장하고 있다는 진단도 받았다. 늦게 잤던 날은 일시적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한느낌을 받았다. 평소와 다르지 않게 잠도 밥 먹는 것도 잘했다.
이러한 평범한 일상으로의 복귀와 함께 아기는 잘 자랐다. 며칠 전 영유아 정기검진에서 이른둥이였다는 것을 믿기 어려울 만큼 키, 몸무게, 머리둘레 지표는 정상임을 보여주었다. 아내의 부단한 노력 덕분이기도 했고, 아기가 아빠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버텨준 듯하다. 덕분에 아버지(아기할아버지)의 장례도 무사히 치렀다. 아기 건강에 대한 염려를 많이 줄였기에 아버지(아기할아버지) 장례에 잘 집중할 수 있었다.
성장의 흔적은 많다, 그러나진정한 성장은
키, 몸무게, 머리둘레 등 의학적 지표는 많다. 아기가 성장했다는 의미를 갖는 기록은 많다.하지만 살아가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일상으로 돌아오는 힘이라 생각한다. 매일 동일한 일상을 살 수는 없다. 병원도 가고, 진로도 정해지고 변화는 생긴다. 그때마다 큰 에너지를 쓰고, 일상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아기에게는 작은 변화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작은 변화로 인해 일상을 되돌리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일상이 자리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더욱 그렇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달콤한 여행, 잠깐의 일탈이 섞인 약속, 각종 이벤트 등은 잠시다. 이 잠시라는 즐거운 쾌락 또는 절망, 슬픔에 빠져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하면 삶은 피폐해진다. 기본 일상이 무너지면 몸도, 마음도 상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렇기에 하나가 무너져 일상에서 다시 돌아오는 것은 엄청난 용기와 노력, 에너지가 필요하다. 스스로 몸과 마음을 컨트롤해야 일상으로 잘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내 차례다
대견스럽게도 6개월 밖에 안된 아기는 빠르게 예전 루틴 그대로 잘 돌아왔다. 며칠 피곤했는지 잠이 조금 늘어났지만 별반 차이는 없다. 이제는 내 차례다. 일상으로의 복귀를 몸은 해냈지만 마음은 예전과 같지 않다.아버지(아기할아버지)의 부재에 따른 어떠한 마음이 많은 일상적인 것들을 짓누르고 허한 공허함이 가슴을 뚫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글쓰기도 미루고 미뤘다. 장례식과 슬픔에 도저히 생각이 안 났다.
그러다 열심히 성장 중인 아기를 보며, 부단히 노력 중인 아내를 보며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아기가 이른둥이를 벗어나 건강한 성장을 한다는 병원 진단과 평범한 일상으로 잘 돌아온 아기로부터 깨달음을 얻었다. 아버지 부재는 슬프지만 다시 일상으로 잘 돌아가야 한다.
나의 아버지도 내가 잘 일상으로 돌아가 즐겁게 살기를 바랄 것이다. 내가 아기는 아무 영향 없이 잘 지내길 바란 마음처럼.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는 첫걸음, 아버지의 부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의 시작이 이 글이 될 것 같다.
이렇게 나는 이른둥이 아빠가 되어가고 있다. 아기에게 사랑을 주고, 또 많은 것을 오히려 아기에게 배우며 아빠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