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용 Jun 02. 2023

무공감, 소시오패스 팀장

2. 나는 소시오패스 팀장과 일한다 - 무(無)공감

#1. 상대의 슬픔도 조롱하는 무공감

"고양이 한 마리 죽은 거 가지고 뭐 그렇게 우냐"

팀장은 나에게 핀잔을 줬다. 고양이 한 마리, 내가 키우던 고양이다. 19년을 함께 살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유일하게 내 마음을 위로해 주던 녀석이었다. 19살 인간 나이로는 초장수하던 고양이는 질병으로 마지막 길을 떠났다.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막상 떠나니 슬펐고, 회사에서 눈물이 났다. 그런 모습을 본 팀장은 한심하다는 듯 쳐다봤다.


"고작 그걸로 일찍 가냐?"

참다못해 나는 조금 일찍 들어가 보겠다고 했다. 조롱도 슬픈 마음도 감당하기 어렵다 느꼈다. 그러자 팀장은 어이없어했다. 마지못해 그냥 들어가라며 한심한 듯 나를 쳐다봤다. 퇴근길 또 팀장은 전화를 걸었다. 뭘 그것 가지고 우냐며 내일부턴 밝은 표정으로 오라는 말을 건넨다. 그와 더 이상은 말을 섞기 싫어 알았다고 답하며 황급히 전화를 황급히 끊었다.


"아 넌 최근에 패밀리가 죽었지"

그다음 날 나는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출근했다. 매주 요일패밀리데이라 불리는 정시퇴근을 장려하는 날이었다. 어제 못한 일이 있어 패밀리데이지만 야근을 하려 했다. 야근을 막 시작하던 그때 팀장이 내 자리로 왔다. 퇴근을 안 하냐며 묻더니,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 "아 넌 최근에 패밀리가 죽었지"라며 놀리듯 웃었다. 죽음마저 농담으로 말하는 그에게 화가 났고, 어이없었다. 그러나 회사라는 인식이 내 감정을 붙잡았다. 참고 또다시 참았다.


"나 강아지 키우잖아, 너무 이뻐"

며칠뒤 팀장이 강아지를 키운다며 사진을 보여줬다. 아내와 상의해 키우기로 했다며 귀엽고 애지중지 키우고 있다 했다. 고양이의 죽음에 슬퍼하는 내 모습을 조롱하던 팀장이 강아지를 좋아하자 역겹게 느껴졌다. 소시오패스라고 진작에 느꼈지만 지금은 소시오패스가 아닌 사이코패스라 느껴질 지경이다. 더 이상 그에게는 개인 이야기는 절대 나누고 싶지 않아 졌다.


"강아지가출했대, 나 퇴근할게"

어느 날 팀장이 갑작스레 전화를 했다. 퇴근 소식이었다. 오후 3시였기에 퇴근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무슨 일 있으신지 묻자 팀장은 강아지가 가출해서 찾으러 간다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팀장의 이중성에 당황스럽고 어이없었다. 마음속으로는 팀장이 말했던 그대로 되돌려주고 싶었다. 고작 그거 때문에 퇴근하시게요?, 그게 그렇게 큰일인가요? 수백 번 마음속에서는 외쳤지만 그럴 수 없었다. 마음 한편으로 헤매고 있을 강아지가 불쌍하고 걱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팀장에게 그럴 용기가 좀체 나지 않았다.


#2. 상대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는 무공감

"몸 관리 좀 잘하지 그랬어"

소시오패스 팀장과 일하는 영향이었을까. 스트레스로 인해 좋지 않은 혹이 건강검진 중 발견됐다. 진단결과 다행히 수술로 회복될 수 있었다. 휴가를 쓰겠다며 보고하자 팀장은 사유를 묻는다. 이에 몸 상태를 솔직히 말했다. 그러자 그는 몸관리 좀 잘하지 그랬냐며 좋은 말보다는 부족함을 지적한다. 나름 운동도 했다. 팀장은 나에게 패스하는 과도한 업무량과 같이 일하며 받는 스트레스 때문이라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회의 좀 대신 들어갈 수 있니?"

수술을 위한 휴가가 시작됐다. 병으로 쓴 휴가임에도 어김없이 팀장은 전화를 했다. 휴가 중인데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팀장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나에게 요구했다. 자신이 참석해야 하는 회의에 내가 들어가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몸도 성치 않았을뿐더러 마음에서도 내키지 않았다. 수술을 앞두고 있는 사람에게 이렇게 요구를 하는데 무언가 이유가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서운했다. 건강보다 중요한 자신의 용무란 무엇인가.


"네가 가라", "같이 가자"

팀장은 자주 그랬다. 불편한 자리가 있으면 대신 가거나 같이 가자고 요구했다. 같이 가면 술을 대신 먹거나 팀장의 술자리 농담거리가 되고, 팀장의 업적을 치켜세워주는 디딤돌 역할을 해줘야 했다. 그 회의도 마찬가지였다. 팀장은 단순히 가기 싫어했다. 그래서 수술을 앞둔 나에게 연락을 했다. 나는 사정을 말하며 거절을 했다. 그러자 알았다며 수술 잘 받고 복귀하라는 말을 남겼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팀장은 그 회의를 빠졌다. 정기 건강검진 일정을 우연히 조정하여 잡았고, 그 이유로 빠질 수 있었다. 


"저 건강검사 결과 아시잖아요, 부탁 좀 드립니다"

며칠뒤 나는 복귀했다. 눈치상 팀장이 섭섭해하여 삐진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팀장에게도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다. 40대 중반으로 골프만 하는 팀장의 건강은 당연히 꽤 나빴다. 그럼에도 팀장은 자신의 건강검진 결과를 자신이 원하는 것에 이용하려 든다. 팀장은 결과를 팀원뿐만 아니라 윗사람에게도 공유한다. 자신의 건강을 염려해 주며 자신이 맡았던 골치 앞은 업무를 일부 빼주길 바랐다. 새로운 대표는 걱정을 해줬고, 업무 책임을 분담시켜 벗어날 수 있었다.

누구보다 자기 건강은 끔찍이 챙기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러면서 건강은 자신 것만 챙기고 상대방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태도를 갖추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에필로. 무례함에 이은 무공감에도 퇴사가 어려운 이유

자기편이 되라는 팀장의 제안은 달콤하게 들렸다. 그 제안은 회사에서 편하게 근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무공감 소시오패스 팀장과 엮이기 싫었다. 더구나 내 성격상 어른들에게 싹싹한 성격을 지니지도 않았다.

그래서 퇴사를 고민해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고통스러운 취직시장으로 돌아갈 용기는 더욱 없었다. 그러다 보니 신입사원으로 경력을 쌓아 이직하는 길밖에 보이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만약 그만둔다면 소시오패스 팀장에게 지는 기분이 들 것 같았다. 멍청한 승부욕이라 느꼈지만 오래가는 놈이 이기는 거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그를 실력으로 이겨보고 싶은 마음에 버텨보기로 했다.


※ 해당 글은 사실에 기반하였으나 다양한 근무지에서 일하는 여러 사람들의 경험담을 조합하여 각색 및 창작한 이야기로 특정인물과는 관계가 없는 글입니다.



이전 02화 무례한 소시오패스 팀장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