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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용 Jun 07. 2023

무능한 소시오패스 팀장

3. 나는 소시오패스 팀장과 일한다 - 무(無)능함

#1. 무능한 역량

"다 필요 없어, 내하라는 대로만 하면 돼."

신입사원 시절 팀장과 지방출장을 다녔다. 신입사원 교육이라는 명목이었다. 팀장은 운전을 하며 팀장 자신이 추진하는 일과 무용담을 섞어 이야기했다. 신입사원이었던 나는 멋모르고 팀장에게서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러한 생각이 짙어지던 찰나 저녁식사 자리에서 팀장은 자신에게 복종할 것을 요구했다. 자신이 시킨 대로만 하면 실력이나 커리어 측면에서도 좋을 것이라 설명했다. 순수했던 나와 동기들은 팀장의 말을 잘 따르겠다는 대답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겉으로는 교육이었지만 사실 출장은 팀장 자신을 신격화하는 시간이었다.


"한번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어느 날 팀장은 서점으로 끌고 갔다. 팀장은 나에게 자신이 고른 책을 선물하며 읽기를 권유했다. 팀장 자신의 멘토가 선물해 줬었다며 소개한 그 책은 업무 관련 서적이었다. 집으로 돌아가 나는 책을 살폈다. 약 30년 전 베스트셀러였다. 그러나 요즘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꽤 많았다. 하지만 책은 팀장이 신입사원 때부터 따른 유일한 정답지였다. 다음날, 팀장은 팀원들에게  책을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그러면서 책에 있는 내용을 현실에서 추진하겠다고 회의에서 밝혔다. 이야기를 듣고 나는 사업관련하여 우려되는 부분을 말했다. 그러자 팀장은 한번 해보지도 않고 그러는 것은 안된다며 회의시간에 나의 도전정신 부족을 질타했다.


"그 데이터는 잘못된 거 같아."

그렇게 팀장의 업무추진은 꽤 우수해 보였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많은 비효율적인 것들이 숨겨져 있었다. 심지어 팀장은 실적에서 일부 비용누락시키고, 부가가치세를 매출액에 합산하여 자신의 실적으로 보고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엄청난 금액으로 회사에 이익을 남긴다 말하며 사람들을 현혹시켰다. 그러나 내가 막상 실적을 하나씩 나누어 엑셀 데이터를 분석하니 팀장은 적자를 만들고 있었다. 나는 팀 회의에서 해당 사실을 보고했다. 그러자 팀장은 처음에는 자신이 적자를 만든다는 사실에 당황하며 데이터가 잘못됐다 지적했다. 그러다 데이터가 정확하다 밝혀지자 또 팀장은 다른 팀이 원인이라며 책임의 화살을 다른 곳으로 향하도록 유도했다.


"여기서는 아무도 몰라. 너랑 나만 알아"

시간이 지나 팀장의 업무실적이 나쁘다는 자료가 계속 드러났다. 그러자 팀장은 나를 따로 회의실로 불렀다.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대뜸 팀장은 에게 실적 조작을 제안했다. 그러나 나는 실적은 이중 체크되고 있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자 팀장은 다른 직원들은 그렇게까지 자세한 데이터는 모른다며 자기들끼리만 알고, 보고하지 말자고 권했다. 나는 대표 입장에서 분명 확인할 사항이라 말했다. 그러자 팀장은 생각해보지 않은 사항인듯한 표정을 짓고 회의실을 나갔다.


"그게 되겠냐?"

실적 문제에 대해 이전부터 팀원들은 여러 차례 보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러나 자신이 주장하는 한번 해보자는 정신과 다르게 그게 되겠냐며 오히려 핀잔을 줬다. 검토도 단 한 번의 고민도 없이 듣자마자의 반응이었다. 그러면서 팀장은 신입사원 교육 때처럼 자신이 시킨 로만 하라며, 아이디어 발표를 하지 말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최고였던 실적은 당연히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팀장은 의기양양했다. 진작에 책임은 다른 사람 몫으로 돌려놨기에 가능했다.


#2. 조직 관리 무능함

"요새 MZ들은 버텨내는 능력이 없어, 나 갈애 들은 나가라 그래"

하얀 담배연기를 답답한 마음과 함께 나는 내뿜었다. 그 때마침 팀장은 스마트폰으로 주식 상황을 보며, 담배를 피우기 위해 왔다. 이때다 싶어 나는 팀장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건넸다. 바로 팀원들의 퇴사 이야기였다. 요 몇 달 우리 팀 계약직, 정규직 가릴 것 없이 퇴사가 줄줄이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에 나는 우려와 함께 팀장에게 조직을 다르게 운영해 볼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요즘 얘들탓, 퇴사하면 또 뽑으면 된다는 식의 상관없다는 팀장의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할 말을 잃고, 담배하나를 더 물었다. 팀장은 아마 자존심 때문인 것 같았다. 자신의 직관리 능력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팀장을 바라보며 막막함이 눈앞을 가렸다. 나가는 사람들의 업무는 고스란히 남은 자들의 몫이다. 그리고 팀장은 몰랐을 것이다. 팀장 자신이 퇴사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을.


"집합해. 다 남아. 해결할 때까지 모두 가지 마"

퇴사를 부추긴 문화중 하나는 팀장의 집단책임제도였다. 팀장은 항상 군대스러운 문화를 좋아했다. 병역 면제인 팀장이 왜 그런 문화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다만 이러한 문화에 항상 직원들은 힘들어했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항상  팀원들에게 팀원이 다 남아 해결책까지 마련하고 퇴근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팀원들은 일사불란하게 퇴근을 위해 모두 머리를 맞대고 업무에 임한다. 팀장의 명령에 일부 팀원은 약속 취소하고,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복귀까지 했었다. 그러나 팀장은 지시 후 유튜브와 주식만 바라보고 있었다. 팀장은 원인에 대해 잘 몰랐고, 알려고 들지도 하지 않았다. 단지 보고만 신경 썼을 뿐이었다.


"오늘 약속 너 같이 가자"

팀장은 다행히 술을 싫어했다. 그러나 퇴사를 부추기는 것은 팀장과 술자리를 함께 가야 하는 것이었다. 팀장은 험담이 나오는 술자리는 꽤 좋아했다. 그래서 술자리는 꽤 꼬박꼬박 찾아다녔다. 술을 싫어하는 팀장은 항상 팀원들을 대동하여 술자리를 찾았다. 팀장일도 대신하는 팀원들은 술까지 대신 마셔줘야 했다. 그러다 보니 팀원들은 업무가 밀렸다. 야근이 빈번해지고, 술자리 다음날 컨디션은 나쁘고, 개인 약속은 하나씩 지키지 못했다. 점점 팀원들이 술자리를 부담스러워했다. 그러자 팀장은 자신이 팀원복 없다는 불만, 자신도 힘들다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사무실 공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에필로그. 소시오패스 팀장의 실적

팀장은 실적을 잘 냈다. 그러나 모두 팀장의 능력은 아니다. 가장 먼저 팀원들의 희생이 어마어마했다. 주말, 밤낮을 가리지 않는 근무시간을 팀원들은 받쳐야만 했다. 이러한 영광은 모두 팀장으로 돌아갔다. 이러한 영광에 취해 팀장은 자신을 신격화했다. 그러다 보니 팀원들에게 희생을 당연시하고 요구했다. 또한 다른 부서의 헌신도 꽤 많았다. 인력보충을 몰아주기도 하고, 때로는 보고를 대신해야 하기도 했다. 그러나 팀장은 이러한 헌신에 대한 대가로 무시와 비난으로 답했다.

소시오패스 팀장은 일을 잘하는 것일까. 팀장이 갖고 있는 가스라이팅 화술이나 추진력 하나는 인정한다. 그러나 팀장이 객관적으로 일을 잘한다 보기는 어렵다. 능력뿐만 아니라 일의 순서를 무시한 채 일을 진행하고 수습은 다른 이에게 맡긴 것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 해당 글은 사실에 기반하였으나 다양한 근무지에서 일하는 여러 사람들의 경험담을 조합하여 각색 및 창작한 이야기로 특정인물과는 관계가 없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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