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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용 May 30. 2023

무례한 소시오패스 팀장

1. 나는 소시오패스 팀장과 일한다 - 무(無)례함

#1. 목표 달성을 위한 소시오패스 팀장의 무례함

"어디 계약직 주제에, 나 팀장이야!"

조용한 사무실 분위기가 깨졌다. 팀장이 한 계약직을 혼내고 있었다. 이에 계약직 직원도 참다못해 팀장에게 자신이 뭘 잘못했냐며 화를 냈다.


"뭘 잘했다고 계약직이 큰소리야!"

계약직의 반발에 팀장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 다행히 주변인들이 말려 팀장은 사무실을 잠시 나갔다. 계약직은 기분 나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퇴근하려 짐을 챙겼다. 6시가 넘었지만 나를 포함한 직원들은 퇴근하지 못하고 눈치 보며 쥐 죽은 듯 일 하는 척했다. 팀장은 내심 그 계약직이 일을 안 한다고 생각하며 공격할 때를 벼르고 있었다. 출장비가 평소보다 늦게 지급되자 담당자인 계약직에게 쌓인 불만이 폭발했다. 한편, 계약직 직원은 비용 정산, 매출 마감 등을 함께 맡고 있어 업무량이 많았다. 한 달에 한번 출장비를 지급하기로 결정한 사항이었다.


"내가 쟤 보내버릴 거야"

그는 서슴없이 자신의 계획을 나를 포함한 신입사원들에게 말했다. 과거 신입사원 교육자리에서 꿈과 희망된 회사의 비전보다 자신에게 라인을 서서 일 안 하는 사람을 몰아내자고 했었다. 팀장은 출장비가 한 달에 한번 지급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단지 계약직을 보내버리겠다는 생각에 마음 내키는 데로 공개적으로 그를 공격한 것이다. 예의는 안중에도 없었다. 심지어 계약직은 팀장보다 나이도 많았고, 계열사에서 오래 근무한 베테랑이었다. 사전수전 겪은 계약직이지만 팀장의 무례한 행동에 화를 냈다. 화를 낸 것은 팀장의 꾀에 넘어간 것이었다. 그다음 날 팀장은 어제 사건을 빌미 삼아 임원진에게 계약직을 보내도록 설득했다. 그렇게 계약직은 이곳을 떠나 다른 계열사에서 일하게 됐다.


"무섭다, 조심해야겠다."

신입사원인 나에게 팀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으로 느껴졌다. 계약직 직원이 파견된 뒤로도 직원들을 상대로 팀장은 계약직 직원의 단점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이를 통해 팀장은 계약직 직원의 잘못을 들추어내고, 파견의 정당상을 부여하기 바빴다. 그런 그가 내 팀장이었다. 아니길 바랐지만 이미 엎질러졌다. 오히려 그와 함께 일한다면 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쟤 왜 저러냐"

계약직 직원이 떠나고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팀장은 새로운 욕받이를 찾아야 했다. 어쩌면 그것은 팀장의 생존방식이기도 했다. 새로운 욕받이를 만들어 희생양을 삼고, 자신은 욕받이와 대결하여 이겨내거나 그를 갱생시키는 작품. 이를 통해 팀장은 영웅으로, 회사에 필요한 사람으로 인지되고 싶었다. 욕받이 대상은 자신의 마음에 안 드는 힘없는 사람이다. 계약직, 신입사원 등을 대상으로 자신의 말을 안 듣는 경우 모두가 타깃이 된다. 욕받이 타깃이 되는 첫 대사는 바로 "쟤 왜 저러냐?"라는 팀장의 질문이다.


#2. 떠오르는 데로 행동하는 소시오패스 팀장의 무례함

"나보다 어린것 같은데 말 놔도 될까?"

팀장이 협력업체 직원에게 물어본 말이었다. 협력업체 직원은 오늘 처음 만났다. 명함을 교환하고, 미팅 시작 10분 만에 팀장은 협력업체 영업사원에게 말을 놔도 되냐는 답이 정해진 질문을 했다. 을의 입장인 힘없는 협력업체 직원은 마지못해 승낙했다. 이러한 무례함에도 다행히 미팅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미팅이 거의 끝날 무렵 팀장은 무례한 상황을 다시 만들었다.


"너 잘생겼다, , 너 얘는 어떠니?"

그러다 대뜸 옆에 있는 다른 팀부서 직원을 가리켰다. 옆팀 직원도, 협력업체 영업사원도 당황했다. 당황해하는 모습에 농담이라며 팀장은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넘기려 했다. 어색한 웃음이 흘렀지만 팀장은 흡족해하며 자리를 떠났다.


"왜 별로야?"

협력업체 직원에게 팀장은 다시 질문했다. 마무리된 줄 알았던 그 이야기가 다시 나왔다. 옆팀 직원은 다행히 자리에 없었다. 그리고 옆팀 직원에 대한 칭찬 섞인 외모평가와 함께 괜찮지 않냐는 말을 건넸다. 협력업체 직원은 그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여자친구가 있다며 애써 상황을 피했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부끄러움은 내 몫이었다. 그리고 옆팀 직원도 기분이 좋지 않아보였다. 자신을 상품화한 듯한 인상이었다.


"나는 떠오르는 로 말을 해"

그러나 팀장은 사과하지 않았다. 자신의 잘못도 인지하지 못했다. 나중에 소시오패스 팀장은 말했다. 자신의 단점은 생각나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라고. 그러나 애써 그는 자신의 단점으로 큰 문제없이 살았으니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무례했고, 얼마나 큰 상처와 괴롭힘이었는지. 그래서 더욱 확신이 들었다. 이 사람 소시오패스 맞네.


#3. 무례함으로 스스로를 마음의 빈곤상태로 만드는 소시오패스 팀장들

"외롭다, 내 옆에서 내 편을 들어주라"

집 근처까지 데려다주겠다는 팀장의 말에 거부하기 어려웠다. 거부해도 팀장 자기 마음대로 할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팀장과 함께 차를 타고 가는 길에 갑자기 그는 외로운 자기 마음을 고백했다. 나는 외로울 수밖에 없는 팀장의 마음 상태가 이해는 됐다. 무례한 행동으로 주변이 모두 떠났고 아무도 없다 느꼈을 것이 뻔했다. 그래서 더욱 손내밀 수 있는 사람들이 없다고 느꼈을 것이다. 팀장은 마음 고백과 함께 자신의 외로운 처지에 동정받기를 원했다. 조금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때쯤 그는 본심을 드러냈다. 자기편이 되어달라는 말로 내 마음을 역이용하고자 했다.


"누구인지 예상되는 사람이 있니? 건의를 올린 놈?"

팀장은 자신이 불쌍한 이유를 토로했다. 며칠 전 옆팀 팀원이 팀장에 대한 불쾌했던 상황을 내부 건의로 올렸다. 임원진에게 소환된 팀장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실적 달성으로 힘든 상황에 그랬다며 상황에 대한 첨가물을 곁들였다. 임원진은 그의 말에 그간 이루어놓은 공로를 인정하고, 일을 크게 만들지 말자는 생각에 잘 넘어가도록 건의를 휘뚜루마뚜루 마무리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팀장은 나에게 자기편이 되어달라는 부탁과 더불어 이 건의를 올린 사람이 누군지 확인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 알겠다며 일단 상황을 나는 빠르게 넘기고자 했다. 반성 없는 팀장도 당황스러웠지만 뒤에서 색출하는 작업을 팀원에게 시킨 사실이 꽤 무례하다 느껴졌다. 한 명의 팀원이 아닌 그냥 부하로 사람을 여기는 기분이었다. 물론 누가 건의를 올렸는지 예상되는 사람이 있었지만 말하지 않았다. 그가 어떤 행동을 할지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 해당 글은 사실에 기반하였으나 다양한 근무지에서 일하는 여러 사람들의 경험담을 조합하여 각색 및 창작한 이야기로 특정인물과는 관계가 없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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