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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용 Jul 25. 2023

나는 감정기복 심한 팀장과 일한다

10. 나는 소시오패스 팀장과 일한다 - 감정기복

#1. 팀원은 감정의 쓰레기통

"다 집합하라 그래"

소시오패스 팀장은 기분이 매우 좋지 않다. 월요일마다 열리는 상무 주관 회의에서 무언가 지적받았던 모양이었다. 팀장은 팀 회의를 소집하고, 임원진의 오더 및 요청사항을 전달했다. 특별한 지적사항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팀장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 그래서 더 의아했다. 대체 왜 기분이 안 좋은 것일까. 이유를 알 수 없는 가운데 회의는 시작됐다.


"야, 너 옷은 왜 이렇게 입니?"

팀장의 표정에서 회사에 대한 불만과 한숨이 느껴졌다. 갑자기 팀원 한 명의 옷을 지적했다. 이 옷 입고 다니지 말라하지 않았냐며 팀원의 복장 문제를 거론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 팀원에 대한 업무적인 문제로 이어졌다. 그렇게 갖고 있던 팀장의 짜증은 고스란히 팀원에게로 전달됐다. 그러다 팀장은 화를 참을 수 없는 듯 펜을 강하게 책상으로 던졌다. 분이 풀리지 않는 듯한 팀장의 행동은 그렇게 팀 회의가 종료되는 휫슬이 되었다.


"앞으로 이거 입고 오지 마"

팀장이 지적한 옷에 대한 것은 사실 핑계라고 느껴졌다. 본인도 티셔츠 또는 후드처럼 보이는 옷을 입고 올 때가 많았다. 물론 팀장은 비싼 명품이라고 하더라도. 누가 봐도 편하게 왔다는 인상을 주기에는 무리가 없는 옷들이었다. 그런 팀장이 팀원의 옷을 지적한다는 것은 무언가 감정의 원인이 다른데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배경을 알리 없는 나를 포함한 팀원들은 팀장의 기분이 별로라는 사실만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런 수준 이하 회의내용을 들으려고 우리 시간을 뺏어? 너무 격 떨어진다"

다시 팀장급 회의가 소집되었다. 회의에서는 업무 관련 발표가 예정되어 있었다. 다만 임원진들은 다른 회의가 끝나는 데로 합류하기로 예정된 회의였다. 발표가 진행되었다가 소시오패스 팀장의 짜증은 폭발했다. 수준 이하 회의내용이라며 열을 올리며 말을 했다. 회의실이 떠나가라 소시오패스 팀장은 화를 내며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마음에 안 드는 것을 말했다. 개인의견으로 존중해야 했지만 따로 말해도 될 내용까지 감정을 싣고, 공개적으로 말하자 참석자들은 당혹스러웠다.


"준비들을 잘하셨고, 고생하셨습니다"  

그러나 임원진들이 합류하고 회의가 다시 진행되자 소시오패스 팀장의 톤과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직전까지 성내고, 격 떨어진다며 있는 짜증, 없는 짜증을 부리던 팀장은 온데간데없었다. 다들 준비하느냐고 고생 많았다는 말과 온화한 표정으로 회의 참석 소감을 냈다. 자신의 부서를 대표하여 의견 감사 인사드리며, 다음에도 다시 이런 내용으로 피드백 들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러한 태도 전환에 직원들은 모두 충격받았고, 소시오패스 팀장의 사회생활 능력과 감정 기복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2. 소시오패스 팀장의 눈물은 허수다

"팀장 때문에 육아휴직 쓰겠다고 해봐"

소시오패스 팀장은 과장을 꼬시고 있었다. 가뜩이나 삐걱거리고 있던 다른 팀 과장과 팀장 사이가 소시오패스 팀장의 이간질에 완전히 틀어졌다. 과장은 소시오패스 팀장과 이야기를 마치고, 그 길로 올라가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소시오패스 팀장의 꼬드김에 완전넘어간 것이었다. 육아휴직 사유는 팀장과의 불화. 소시오패스 팀장은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며 매우 흡족해했다. 꼴 보기 싫은 팀장을 견제했고, 혹여 육아휴직이 거절되면 자신의 팀원이 늘어나 일이 수월해질 예상했기 때문이다. 육아휴직 요청서를 받아본 인사팀은 아연질색했다. 육아휴직 신청에 대한 내용을 임원진에 보고했다. 임원진은 긴급회의와 개인 면담에 돌입했다.


"이걸로 팀장을 흔들자"

회사는 매우 분주해졌다. 육아휴직을 팀장과의 불화로 사용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무는 과장과 면담에 돌입했다. 면담하러 가는 길 과장은 매우 기분이 좋았다. 육야휴직이거나 부서이동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줄 것이라 예상했다. 두 선택지 모두 마음에 들었다. 혹여 소시오패스 팀장 부서 밑으로 가더라도 계약직이나 신입 직원이 많아 일하기 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의 근간은 바로 소시오패스 팀장이 말해준 것이었다. 실상은 매우 달랐음에도 소시오패스 팀장은 달콤한 말만 늘어놓은 것이다.


"○○과장이 너무 불쌍합니다"

과장은 팀장과 안 맞는다는 사실을 상무에게 밝혔다. 육아휴직 또는 부서이동을 재차 밝혔다. 과장과 불화가 있던 팀장은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면담을 주관하던 상무는 매우 화가 났다. 과장의 돌출행동도 짜증 났고, 과장이 소시오패스 팀장의 의도에 놀아났다는 사실도 어느 정도는 눈치를 채고 있었기 때문이다. 면담을 끝내고 상무는 회의를 소집했다. 소시오패스 팀장, 과장, 인사팀장, 불화가 있던 팀장이 참석했다. 상무가 과장의 행동에 문제를 삼고, 소시오패스 팀장의 언행에도 문제를 삼아 격하게 혼을 냈다. 소시오패스 팀장은 당황했다. 자신의 이간질이 눈치챘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최후의 무기 눈물을 흘리며 읍소하기로 했다. 소시오패스 팀장은 눈물을 흘리며 과장을 변호하고 자신의 이간질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잘 됐다, 바로 이거지"

상무는 괘씸한 눈치를 보냈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다. 이를 봉합하기 위해서는 과장의 부서이동이 불가피했다. 결국 소시오패스 팀장 밑으로 이동시키기로 결론이 났다. 눈물을 흘리던 팀장은 자기 자리로 오자 혼잣말을 하며 웃었다. 자신이 의도한 대로 이뤄졌다는 쾌감, 자신의 눈물연기 모두 만족스러워했다. 몇 시간 뒤 과장의 발령이 확정되었다는 공지가 등장했다. 과장은 새로운 부서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었다. 소시오패스 팀장이 말한 달콤함에 취해 보였다. 그러나 소시오패스 팀장의 부서는 퇴사가 줄지어 예정되어 있었다. 과장은 분명 업무 폭탄을 맞을 것이 보였다. 나는 소시오패스 팀장의 만행에 회사가 망가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감정표현을 역이용하는 것에 역겨웠다. 소시오패스 팀장이 사이코패스와 다를 바 없는 느낌이었다.


E. 에필로그 - 소시오패스 팀장에게 조직이 망가지는 것

이러한 감정기복에 팀원들은 팀장 감정에 잘 맞추어주자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그러다 보니 팀장 마음에 적당히 맞춰주자는 암묵적 룰이 생겼다. 이렇게 맞춰주는 암묵적 룰에 더욱 소시오패스 팀장의 뇌에는 팀과 팀원 모두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그린라이트로 켜졌다. 그러다 보니 팀원들은 팀장 뒷수습, 비위 맞혀주기 등에 지쳐 이탈하기 시작했다. 좋은 인재를 놓치는 악순환은 이렇게 시작됐다. 소시오패스 팀장을 버텨낼 사람은 없었다. 점점 이상한 사람남았다. 그렇게 나는 회사를 뒤로할 수밖에 없었다.

소시오패스 팀장은 과거 회의시간에 이렇게 말했다. 진단했을 때 썩은 부분은 잘 도려내면서 성한 곳은 제 기능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수술하는 의사입니다. 의사처럼 우리도 썩은 조직은 도려내고, 희망적인 부문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력히 말했다. 썩고 있는 조직은 누구인가. 이 물음에 전국의 소시오패스 팀장들이 답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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