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용 Jul 11. 2023

나는 허세 가득 팀장과 일한다

8. 나는 소시오패스 팀장과 일한다 - 허세

일부 팀원은 소시오패스 팀장을 믿고 의지한다. 대부분 신입사원이거나 첫 계약직 신분인 사람들이 많다. 사회경험이 적은 그들에게는 소시오패스 팀장의 말이 너무나 달콤하고, 강력하다. 그러나 이러한 소시오패스 팀장의 말들은 허세다.


#1. 희망고문

"내가 밀어줄게"

소시오패스 팀장에게는 징크스가 있다. 바로 자신의 팀원으로 있는 계약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확률이 0%다. 그동안 수많은 계약직이 소시오패스 팀장 밑을 거쳐갔다. 계약직 대부분은 부푼 꿈을 안고 정규직에 도전했다. 그러나 모두 탈락했다. 우연의 일치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우연이 겹치면 일어나야만 하는 일이다. 모두 탈락한 이유에는 지원자들이 갖고 있는 역량 외 문제들이 있었다. 0%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팀장은 자신만 믿고 정규직을 써보라고 권했다. 꼭 전환을 약속한 사람처럼.


"너네 합격 노하우 좀 알려줘라"

팀장은 나름 지원자의 합격을 위해 노력했다. 정규직 직원들에게 계약직을 도와달라 요청했다. 또한 팀장은 직접 예상 면접 질문까지 직접 마련해 연습하도록 지원해 줬다. 여기까지 들어보면 계약직 입장에서 팀장은 꽤 친절했다. 적어도 지원자에게는 이렇게 노력하는 모습에 팀장을 향한 충성심이 향상됐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나친 적극성이었다. 채용 담당자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여 정보를 얻으려 하고, 따로 지원자를 줄러 모의 면접을 치르며 도와줬다. 다른 지원자들에게는 줄 수 없는 특혜로 보이는 것들이 많았다. 당연히 다른 부서 계약직들에게는 부당하다 느꼈을 법했다. 임원진 입장에서는 팀장의 과도한 밀어주기를 받은 직원 뽑기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직원 간에 말이 나오고 일이 커질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공정하게 채용하고자 신경 썼을 것이다.


"내 말대로 하면 합격할 수 있어"

팀장은 면접전형에서 특히 더욱 계약직에게 팁을 알려주려 노력했다. 자신 말대로 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태도와 자세, 말하는 내용 관련하여 모의 면접하고 피드백해 줬다. 그러나 팀장이 말하는 내용을 듣다 보면 과하다는 측면도 많았다. 마지막 할 말로 과도한 회사에 대한 충성을 약속하라고 하거나, 회사에 대한 정보도 꽤 틀린 사항들도 많았다. 팀장 말대로 했다가는 합격보다는 탈락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이러한 팀장의 엄청난 지원을 받은 직원들도 부담이 꽤 됐을 것이다. 부담스러운 마음에 계약직들은 더 긴장해 보였고, 아쉽게 탈락이 많았다. 계약직들은 항상 자신의 역량 부족을 탓했다. 그러나 잘못된 가르침과 부담스러운 밀어주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알리 없는 계약직들은 자신을 탓했다.


" 업무로 임원들에게 미리 점수를 따는 거야 "

팀장은 부담스러운 지원과 함께 상당한 수준의 업무를 해내도록 요구했다. 계약직이 할 수 있는 권한과 범위를 벗어난 경우가 꽤 많았다. 그럼에도 소시오패스 팀장은 일을 시키며 팀장은 항상 계약직에게 동기부여한다며 말했다. 정규직 전에 미리 업무를 익혀본다거나 계약직 이상으로 업무를 해내면 임원들에게 어필해 보겠다는 부가적인 말들을 달았다. 심지어 가끔씩은 계약직 TO마저 위험할 때도 업무를 해야 한다는 식으로 반위협적인 말과 함께 업무를 지시했다. 그러다 보니 계약직들은 야근에 시달렸다. 이러한 것이 반복되다 보니 야근은 당연한 문화가 되어버렸다. 마치 야근에 정규직 전환이 걸려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정규직 채용에서 이러한 영향은 없었다. 면접은 공정하게 외부 면접관을 초빙하고, 면접에서 증명된 역량만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두 번 다신 팀장과 연락하고 싶지 않아요"

퇴사 후 대부분의 계약직들은 팀장 연락처를 차단한다. 팀장의 도움은 감사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과도한 도움으로 다른 계약직분들이나 인사담당자에게 민폐였던 사실을 안다. 그리고 자신이 정규직이라는 것으로 인해 이용당했다는 사실도 인지한다. 그리고 혹여 정규직이 되더라도 선배 정규직 팀원처럼 새벽에 퇴근하며 다니고 싶지는 않은 마음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인수인계 되지 않았다. 계속 새로운 계약직을 뽑으며 정규직 전환 동기부여라는 명목으로 희망고문하고 있다.


#2. 끝없는 플러팅

"만약 회사를 나가면 나랑 사업하자"

팀장과 단둘이 있을 때면 자연스럽게 연봉과 월급 이야기를 나눈다. 작고 귀여운 월급 수준에 소시오패스 팀장도 잠시 동안은 평범한 샐러리맨이다. 하지만 소시오패스 팀장과 이러한 이야기의 종착점은 정해져 있다. 퇴사하고 회사를 새로 차리고, 기존 직장의 영업망을 가져와 독점 계약하자는 이야기다. 창업 멤버는 나와 일부 충성스러운 다른 팀원들 소수를 포함시킨다. 시기는 약 5년 후를 생각하며 팀장은 상상을 시작한다.


"나가면 차려서 돈 더 벌 수 있는데"

소시오패스 팀장은 또다시 답답함을 토로했다. 일하는 것 대비 부족한 월급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 이 날은 또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새로운 제안들이었다. 먼저경쟁사의 이직 제안이었다. 승진과 높은 연봉을 보장했다. 또 다른 제안은 아내의 일과 연관된 창업이었다. 아내가 직접 제안한 일이고, 수입도 꽤 보장된 일이었다. 팀장은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벌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소시오패스 팀장이 사표를 던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표 낸다고 하니까 대표가 반려했어"

팀장은 여러 선택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부족한 조건에도 퇴사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러한 제의를 무기로 회사에 원하는 것을 요구하고 받아냈다. 아무래도 퇴사하지 않은 이유는 자신 마음대로 직원과 일, 근무시간 등을 조종할 수 있는 권한이라 느꼈다. 다른 직장이나 창업에서는 이러한 지배력이 확보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같이 사업하자고 제의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직원에게도 던지며 자신의 편, 라인을 조성하기 위한 조커였던 것이다.


"누가 신고했는지 모르겠지만, 명예훼손이야. 내가 변호사 상담했어"

소시오패스 팀장의 악행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바로 신고가 들어간 것이었다. 익명으로 들어간 신고였다. 회사는 조사에 들어갔지만 피해자는 나타나지 않아 소시오패스 팀장에게 비공식적인 경고만 주기로 결정됐다. 그러나 소시오패스 팀장은 자신이 경고받은 사실에 분노했다. 그러면서 누가 올렸는지, 사실이 아닌 내용을 적시했다며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거라며 떠들었다. 그러나 고발된 내용은 절대 회사 대표, 담당자 외에는 공개되지 않는 사항이었다. 더구나 팀장의 명령이 적법했는지에 대해 파악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명예훼손으로는 보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팀장은 자신이 변호사와 상담했다며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것이라 으름장을 놨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으름장에 주늑들기보다는 어이없어했다.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고, 오히려 스스로가 악행을 저질렀음을 인정한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E에필로그. 소시오패스를 상대하는 방법

유튜브 영상에서 한 정신과 전문의는 피하고 싶은 사람 1순위로 자기애성 성격장애 즉 나만 사랑하는 사람을 골랐다.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자신의 결점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소통하기 어렵다는 의미였다. 돌이켜보면 소시오패스 팀장들은 하나같이 다른 사람의 말을 무시하거나 잘 듣지 않았다. 더구나 약점을 이용하여 상대를 이용하려고 애쓰기 때문에 더욱 내가 하고자 하는 말도 조심해야 한다. 소시오패스를 상대하는 최고의 방법은 최고의 손절이라고 한다. 나는 손절할 수 있을까. 회사 밖이 얼마나 추운지 알기에 나는 쉽게 선택하지 못한다.

다른 방법은 하나다.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감정적 교류를 끊고, 최대한 언행을 조심하는 것. 소시오패스 팀장과 감정으로 엮이게 되면, 그는 이를 이용하려 든다. 더구나 공격적인 모습이면 더욱 미쳐 발광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더욱 감정적이기보다 객관적 사실만 늘어놓고, 반응도 짧게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최대한 언행을 조심하여 상대와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소시오패스 팀장으로 인해 피해는 극심해져 갔다. 퇴사를 선택하거나 마음속 분노가 가득 찬 직원들이 늘어났다. 그렇게 점점 최악의 길로 소시오패스 팀장은 가고 있었다.


※ 해당 글은 사실에 기반하였으나 다양한 근무지에서 일하는 여러 사람들의 경험담을 조합하여 각색 및 창작한 이야기로 특정인물과는 관계가 없는 글입니다.

이전 08화 나는 미친 팀장과 일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