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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당첨 후 마음 졸이는 시간

05. 청약 당첨 후 부적격 위기

by 임용

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 있다. 일 한고비를 넘긴 시점에 항상 떠올리는 말이다. 그러나 나도 사람이라 자주 이 말을 망각한다. 종종 다됐다며 마음을 놓다 자주 아찔하거나 험란한 경험을 한다. 청약 당첨 후에도 동일했다. 바로 부적격 심사 과정 때문이었다.


소득 계산 실수 유형 2가지

청약 부적격은 2021년까지 3년간 5만 명이 넘었다. 그중 민간분양에서만 약 3만 명이 청약가점 오류가 원인이었다. 청약 가점 오류는 소득 계산에서 자주 발생한다. '우선' 대상자 여부 때문이다. '우선' 대상자는 특별공급 시 당첨 확률이 많이 높아진다. 그러다 보니 '우선' 여부가 중요한데, 잘못 접수하면 최대 1년간 청약 제한이 걸린다. 이렇게 중요함에도 '우선'여부는 자동화되어 있지 않다. 근로소득원천징수 영수증에 표시된 급여(과세) 직접 계산을 해야 한다. 깔끔하게 계산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해보면 실수하기 쉽다.

주로 실수하는 첫 번째는 원천징수 영수증 맨 앞장의 급여로 계산하는 경우다.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근로소득원천징수 영수증의 번째 페이지, 정산 명세 총급여로 계산해야 한다. 간혹 앞 페이지와 두 번째 페이지의 급여 금액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

두 번째 실수는 급여 계산의 오류다. 입사와 퇴사가 잦은 요즘 시대에 가장 범하기 쉬운 실수 유형이다. 아내와 나는 이러한 실수 유형에 속했다. 청약 넣기 전 근로소득원천징수 영수증에 적힌 대로 아내와 나의 월평균 급여를 계산하여 '우선'으로 청약을 접수했다. 당첨 후 첫 서류를 제출할 때도 직원도 우리와 동일하게 계산했다.


직원도 하는 청약 가점 판단

실수를 인지한 것은 첫 서류 제출 뒤 며칠이 지나서였다. 어느 계약 관련 어떤 직원에게서 연락이 왔다. 계산 착오가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우선 여부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추가 서류가 필요하다고 했다. 소득 측정 기간인 작년, 아내는 1월, 8월부터 12월 총 6개월 근무했다. 나와 서류를 접수한 담당자는 동일하게 작년 1월, 8월부터 12월 총 6개월에 대하여 소득 평균을 계산했다. 그러나 아내처럼 복직 또는 이직한 경우 아내의 전년 평균 소득은 8월부터 12월 총 5개월에 대해서만 계산해야 했다. 문제는 1월을 제외할 경우 급여 평균이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8월에 연봉이 올랐고, 심지어 9월 추석 상여금까지 받았다. 그러면 급여가 우선 대상자 상한선을 넘어 청약 취소 및 부적격자가 될 것 같았다.

연락을 받고, 우리는 대혼란에 빠졌다. 간절히 바란 집이었기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이내 정신을 차려 아내는 소득자별 근로소득원천징수부를 회사에 요청했다. 그리고 초조한 마음으로 서류를 기다렸다. 얼마 뒤 월별 급여가 기재된 소득자별 근로소득원천징수부를 받아 다시 계산했다. 그 결과, 소득 우선 대상자 최대 범위에서 딱 8,124원 남았다. 다행히 범위 안에 들어간 것이다. 비록 처음에 계산했던 금액보다 많이 줄었지만 결과는 같았다. 소득 '우선' 대상자였다. 안도하는 마음과 함께 우리는 서류를 담당자에게 보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청약서류 담당자도 아슬아슬하게 통과했다는 이야기를 전화기 너머로 우리 부부에게 전달했다.


청약 계약자 되기 참 어렵고 비효율적이다

며칠 뒤 우리는 1주택 계약자가 됐다. 계약 관련 서류를 건네자 직원은 우리를 알아봤다. 우리와 연락한 직원이었다. 우연으로 이렇게 만나니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서류를 체크하는 동안 나는 감사하다는 말을 건냈다. 별것 아니라는 말과 함께 꽤 부적격자가 있었다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마음이 놓이자 기분은 좋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운 점들이 보였다. 먼저, 부적격 대상자가 많은 이유가 이해가 됐다. 청약 '우선'의 기준 또는 계산 방법을 명시한 내용이 많은 경우의 수를 담고 있지 못했다. 그리고 세부적인 기준이나 규칙이 자세하지 않아 청약 접수자든 담당자든 착오의 여지가 꽤 컸다. 더구나 사직과 휴직, 복직, 프리랜서 전환 등이 많은 요즘 같은 시대에는 더욱 구체적일 필요가 있어 보였다. 더구나 나와 비슷한 경우로 부적격이라면 조금 억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더욱 자동화되어있지 않은 요소들이나 당첨 후의 진행은 모두 오프라인으로 진행되어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소비하여야 한다는 점은 꽤 비효율적이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청약 당첨은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내 집 마련은 본격적인 것은 청약 당첨 후가 진정한 시작이었다. 대출과 이자 등의 부담감은 각오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기다림과 긴장감이 나를 초조하게 만들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청약 당첨 뒤 살짝 마음을 놓은 것도 사실이다. 서류쯤이야 하며 했지만 오판이었다. 접수 후 긴장감도 놓칠 수 없고, 부적격으로 판정될까 걱정하며 지낸 긴 기다림도 있었다. 또한 신경 써서 준비해야 하는 굵직한 일들도 연속이었다.

긴장감과 기다림으로 어렵게 얻어낸 집의 소중함이 느껴졌다. 당첨과 입주 후에도 다는 아니겠구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어렵게 얻은 만큼 관리도 잘해야겠고, 더 많은 것들을 챙겨야겠다 싶었다. 쉽게 얻은 집이었다면, 평온하게 과정을 거쳤다면 이렇게까지 느끼지는 못했을 것 같다. 부적격의 과정은 오히려 집의 소중함을 알려준 시작점이었다. 우리 부부는 집의 소중함을 느낀 어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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