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07,09학번 신혼부부의 청약 낙첨과 분양권

09. 낙첨 후 분양권 고민

by 임용

청약 당시 6억 원이던 아파트 금액이, 청약 발표 후 시세로 10억 원이 됐다. 소위 대박 청약이었지만 우리는 낙첨됐다.


기대했던 청약이 떨어지고, 쪽지를 보냈다

아내도 나도 많이 기대했던 청약이었다.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이었을까. 대기번호도 없는 낙첨 결과에 많이 실망했다. 물론 다음 청약이 바로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내 집 갖기 어려운 현실에 잠깐 우울하기도 했다. 그러다 누군가와 이별한 것처럼 그 청약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도 달라졌다. 청약을 넣었던 아파트의 장점이 단점으로 보이고, 단점은 더 커 보였다. 오히려 안되길 잘했다며 위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다음은 이번에 떨어졌으니 다음에는 될 거라는 희망을 품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헛헛한 마음이 남아있었다. 떨어진 청약 지역의 원주민(기존 거주자)이 갖고 있는 분양권을 알아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혹시나 저렴하게 판매하지 않을 가하는 간절한 바람도 있었다. 부동산 카페에서 본 매매자에게 쪽지를 보냈다. "분양권 문의드립니다."


분양권 시세, 대가가 있는 가격

답변은 신속하게 왔다. 쪽지로는 빠른 대화가 어려웠다. 카톡으로 넘어와 대화를 이어갔다. 조건, 가격 등 세부적으로 물어봤다. 그리고 중요한 가격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내 한숨을 쉬며 거래는 어려울 것 같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매매자가 원하는 금액은 프리미엄까지 총 9억이었다. 즉, 청약으로 6억 원 집을 9억 원에 사야 한다. 시세는 10억 원이지만 9억 원에 세금까지 고민한다면 총금액은 10억 원에 가까워지는 금액이었다.

거래를 중단하고, 조금 후회감이 마음속에 생겼다. 지금도 늦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찍 공부했더라면 비싸지 않았을 때 분양권을 샀겠다 싶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일찍 알았다고 해도 어려웠을 것이다. 분양권이 저렴하고, 큰 수익을 거둘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수익에는 이유가 분명 있다. 분양권 또는 입주권은 무수한 세월과 인내를 도안한다. 조합원 협의, 행정적 연기 등 무수한 방지턱이 많다. 그래서 재개발 시작부터 입주까지 20년은 족히 걸리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그들이 받는 프리미엄(P)이 결과적으로 금액으로는 크지만 실상은 인고의 댓가였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내가 일찍 분양권 시장을 알아도 이러한 금전적, 정신적인 장애물을 견딜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 느껴졌다.


분양권을 사면 특별공급도 포기해야 하는 가치

거래를 안 한 것이 옳은 결정이라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돈 외에 또 하나 간과한 게 있었다. 바로 청약 특별공급 대상자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오히려 신혼으로 누릴 특권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분양권 거래의 또 다른 이면 조건이었다. 결혼 전 나도 집 문제가 고민이었다. 양가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 전세를 마련했다. 그러나 내 집 마련은 다르고 싶었다. 내 집만큼은 자립적으로 잘 사야겠다는 의지가 들었다. 만약 9억 원에 분양권을 샀다면 지금쯤 감당하기 어려운 이자와 원금 부담이 있었지도 모른다. 잘 사야겠다는 결정이 이것은 아니었을 텐데 하며 스스로에게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또한 이러한 결정을 후회함과 동시에 특별공급을 포기한 것이 아까웠을 듯했다. 물론 분양권이 쉬운 길도 나쁜 방법도 아니다. 다만 내 상황에서는 부담스럽고, 후회했을 결정임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낙첨 1개월 뒤 나는 다른 지역 청약에 당첨됐다. 특별공급의 신혼부부 유형을 통해서였다. 내 결정이 옳았음을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다른 의미로 당첨된 곳의 원주민 분양권 가격을 검색했다. 분양권 시세와 내가 계약한 청약 분양가를 비교하며 청약이 손해는 아니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다.


우리는 아직 젊다, 그래서 더욱 영 끌은 없다

6억 원이 9억 원이 되는 대박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박이 이뤄지지 않아 아쉬운 마음도 조금 있다. 그래도 실패에도 재도전하고, 결과를 얻었음에 더 만족한다. 그 과정에는 내가 생각했던 소신을 지켰고, 조바심 내지 않고 기다렸다. 당장 눈앞의 만족과 투자만 고려했었더라면 분양권 구매를 위해 영끌까지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행히 그러한 결정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100% 만족은 아니어도 부담도 적고, 시장 잠재 가치가 높은 곳에 청약이 됐다.

20~30대라서 많이 듣는 단어가 영끌이다. 코인, 주식, 갭 투자 등 투자에 영끌족이 참 많다. 누군가는 젊기에 영끌로 인생 역전을 꿈꾸고, 실패에 재도전이 있다 말한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다르다. 영끌로 인해 포기해야하는 젊음의 특권도 있다. 그 특권을 고민하지 않고, 영끌을 해야 할까. 젊음이라는 단어로 성실을 망각하고 있지 않을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한 자세는 분명 영끌에서도 좋아 보인다. 그러나 인생을 담보로, 내 젊음을 담보로 눈앞의 돈을 위해 올인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그래서 천천히 내 자산을 불려 나가는 방향을 택했다. 그래서 내게 영끌은 없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