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역세권이 아니어도 집 값이 비싼 곳이 있다. 바로 수도권 학원가 근처다. 대치동, 목동과 함께 평촌, 일산 학원가도 유명하다. 그러나 유명세와 달리 지하철역과는 거리감이 있다. 그럼에도 학원가 주변 집 시세는 초역세권처럼 가격이 높다. 아직 학군은 강력한 집값 상승의 요인중 하나다. 아내와 내가 수능을 보고, 10년 넘게 지나도 그때와 크게 변화가 없다. 고졸 대통령탄생, 고졸 출신 배민 신화에도 대학 간판을 중요하게 보는 사람들의 인식은 변치 않았다. 그러다 보니 학군은 아직까지 집 값에 영향을 비치는 강력한 요인이다.
07, 09학번이 주요 부모세대가 되어도 학군이 중요할까
자녀 교육에서 우리는 가장 혼란스러운 세대가 될 것 같다. 과거 우리 부모님 세대는 학벌이 중요한 세대였다.우리 부모님은 일산에 살면서도 서울권 대학 진학을 위해 나를 서울로 학교를 보낼 정도였다. 이렇듯 부모님 세대는 학벌이 중요하다는 일관성을 보였다. 우리는 서울권 대학이라는 목표로맹목적인 공부를 했다. 그러나 부모님 세대의 생각과 다르게 사회는 조금씩 변해갔다. 학벌보다 능력 또는 개성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등장한 것이다. TV나 사회에서는 대학이 전부가 아니라는 메시지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에 어린 우리는 혼란스러웠다. 어른들은 대학을 요구하는데, 세상은 개성과 능력을 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된 지금 아직도 대학 간판의 중요성에 선뜻 무엇이다 대답하기 어렵다. 학벌이 필수라고 하기에도, 필요 없다고도 말하기 어려운 시대에 있다. 좋은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는 어렵고, 학벌을 보는 사회적 인식은 딱히 바뀌지 않았다. 물론 좋은 학벌이 쓸모없지는 않다. 있으면 분명 도움이 되고 좋다. 우리는 어쩌면 과도기에 속했는 지도 모른다. 이러한 과도기의 상황은 고스란히 우리가 낳은 자녀들의 세대에게도 전해졌고, 진행중이다.
더 양극단에 치우쳐버린 우리의 교육 가치관
이러한 과도기적 상태였던 탔일까. 우리 세대의 자녀 가치관은 양극화됐다. 학벌을 위주로 사교육에 더 매진하게 되거나,반대로 학벌 위주의 교육체계를 꺼려한다. 아내와 나는 후자에 속한다. 아내와 나 모두 사교육에 익숙하다. 그래서 사교육이 어느정도 도움은 된다 생각도 한다. 아내는 학창 시절 영어를 좋아했고, 외고를 준비하며 열심히 학원가를 다녔다. 또한 나는 대학 진학을 위해 인터넷 강의와 과외를 받았다.
그러나 내 자녀에게는 학업에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았다. 학원으로 떠도는 하루를 만들어주고 싶은 생각도 없다. 우리의 꽃다운 나이가 학업에만, 학원에만 쏟는 다는 것이 아깝다 느껴진다. 스스로 무엇을 원하고 꿈꿔야하는지 사용되는 시간이 사교육에게 빼앗긴다 느끼기 때문이다.
07, 09학번 세대가 모두 이러한 생각은 아니다. 의외로 학업에 중요한 가치를 두는 사람들도 꽤 많다. 육아 박람회를 가보면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위한 학습 프로그램을 구입한 사람들도 상당수다. 우리가 아는 지인은 최근 이사를 했다. 아이의 학습 분위기를 위해 학군이 좋은 목동으로 이사를 결정했다. 아직 아이는 초등학교 저학년이지만 미리 준비해야 한다 믿는다. 다른 자녀들은 영어유치원 - 학원 등으로 미리 선행학습을 시켰다. 그래야만 수업을 따라가고, 뒤처지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도 안다. 선행학습이 좋지는 않다는 것을. 그러나 어쩔 수 없다. 공교육에서는 이미 선행학습을 전제로 수업하는 교사도 늘어났다. 이러한 흐름에 내 아이만 뒤쳐져 원망의 목소리를 듣게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부동산도 더 극단적이고 양극화되었다
이렇게 우리는 학벌에 관한 과도기 세대가 되었다. 그러면서 부모로 갖는 교육 가치관도 양극화되었다. 가치관의 양극화는 부동산 가격차이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02년 강남 8학군 은마 아파트는 4.9억원이었다. 한편 높은 교육열이었던 일산 아파트도 약 2억원이었다. 20년이 지난 현재 은마아파트는 20억원이 되어있다.반면 일산 아파트 가격은 5억원이다. 2.5배 수준에서 20년 만에 4배로 격차는 더 벌어졌다.
학군이 좋은 곳과 아닌 곳의 부동산 양극화는 심해졌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또 반대로 부동산 가격의 차이는 교육 결과의 차이로도 이어졌다. 서울대 합격자 수가 이를 증명한다. 서울대 신입생의 10%는 강남8학군 출신이다. 지역 균등, 농어촌전형 등 신입생 선발 방식을 도입하였음에도 강남8학군 출신 비율이 높아졌다.
'스카이캐슬', '펜트하우스' 등 특정 지역과 교육열을 떠올릴 수 있는 드라마도 등장했다. 아이들의 학업열기와 부동산 투자를 심심치 않게 말한다. 드라마에 등장한 부모들은 주로 07,09학번보다 윗세대인 x세대다. 서태지의 교실이데아에열광했던 그들.자기주장과 자유로움을 주장했던 세대가 부모가 되었다. 그러나 그들이 젊었을 적 주장과 다르게 현실은 더 사교육으로, 강한 학군에 따른 부동산 격차는 그들이 향유했던 시대정신과 반대로 더 커져버렸다.
07, 09학번은 교육도 부동산도 당황스럽고, 혼란스럽다
우리가 어른이 되면 학벌보다 능력중심이 된 사회가 될 것이라 믿었다. 앞의 세대도 원했고, 세상도 이를 수용하려는 분위기였다. 이러한 노력에 정치는 보답했다. 늦게나마 사회는 공정 채용 등과 같은 제도로 규제화하여 조금씩 바뀌었다. 그러나 아직 사람들의 인식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학벌 카르텔은 여전히 있다.그리고 부모들도 사교육 의존에 안된다는 인식을 하고도, 불가피한 선택을 하고 있다. 그래서 07,09학번 세대는 다시 한번 혼란스럽다. 자녀를 우리도 지겨워했던 학원으로 보내기 위해 이사까지 해야 하는 것일까. 자녀도 좋은 대학을 다니고, 부동산도 성공하는 모두를 만족하는 답은 학원가일까.
2022년 초겨울, 태어난 아기의 울음을 달래며 창밖을 보았다. 밖에는 수험생들이 수능을 보기 위해 학교에 들어가고 있었다. 올해도 그렇게 수능이 올해도 끝났다. 20년 뒤 우리의 아기도 시험을 보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수능을 보고난 뒤 10년이 지난 지금처럼 달라지지 않으면 어떻게하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러면서 아내와 나는 이번 수능에는 성적비관으로 안타까운 선택이 없기를 육아로 바쁜 와중에도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