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

나도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by mainKim

지금껏 나는 만들어진 틀에 내 몸을 접고 구기며 맞추어 살았다. 학생이니 학교엘 갔고, 졸업했으니 대학엘 갔다. 부족한 수능점수에 내 전공을 맞추었다. 적당히 월급을 주는 곳에서 일을 했고, 혼기 꽉 찬 나이라 결혼을 하고 자연스레 출산까지 이어졌다. 모든 일엔 순서가 있다 생각했고 내 인생도 으레 그렇게 흘러가겠지 싶었다. 난 그렇게 수동적으로만 살아왔다.


그런 내가 글을 쓰겠다고 메모장을 열어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시작했다. 글을 쓰고 고쳐가며 흘러가는 그 시간들이 아깝지 않았다. 나조차도 들여다보지 않았던 내 마음속 끝자락의 허기진 곳이 차츰 채워지는 듯했다. 완성된 글은 두 번 세 번 읽었다. 그럴 땐 내 머리를 잡고 흔들어대던 두통이 사라지며 쾌감마저 느껴졌다.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그렇게 기척도 없이 어느새 나에게 스며들어와 있었다.


하루는 점심을 먹고 들어오는데 회사 1층 로비에서 이벤트 뽑기를 하고 있었다. 일행의 등에 떠밀려 뽑기에 참여한 것이 1등으로 당첨되어 도서상품권을 받았던 날, 왜인지 모를 기운에 브런치스토리 앱의 작가신청을 꾸욱- 눌렀다. 나에게 ‘작가’는 손에 닿지 않는 신기루 같은 것이라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라 여겼고, 아직은 턱없이 부족하기에 작가도전은 늘 시기상조라 생각하던 터였다. 그런데 지나치게 단순하게도 뽑기 1등 당첨으로 숨어있던 자신감이 빼꼼 튀어나와 작가신청을 재촉하고 있었다.


높지 않았던 수능 점수에도 재수할 생각은 꿈에도 하질 않았는데 작가 신청을 해놓고 나선 떨어질 것을 대비해 재수, 삼수, n수 까지 각오하는 나를 보며 늦바람이 이런 건가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던 메일은 이윽고 내 인생 제2막의 신호탄을 알렸다. 핸드폰 마지막화면 구석에 있던 브런치스토리앱을 끌어다 메인화면으로 옮기며 작가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황송하고 벅찬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까.


작가신청 시 자기소개에 썼던 말을 기억한다. 영상중독인 현 사회 속에서 내 글을 통해 단 한 사람이라도 글을 읽고 쓰는 즐거움을 알아간다면 더없이 좋겠다는 소망을 적었다. 그 마음은 늘 변함이 없기에 나는 매일을 저축하듯 그렇게 글을 써나가려 한다. 저축이 만기가 되면 어떠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어있을지도 모를 일, 더불어 내 마음도 더할 나위 없이 풍요로워질 것임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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