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페이스라는 글자가 오른쪽 어깨에 선명한 검은 롱패딩을 입은 두 중학생은 연신 박자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다. 신나는 노래가 나오면 서로의 눈짓을 교환하고 크게 손을 위로도 올리고, 어깨를 들썩이고, 따라 부르고, 흥이 넘칠 때에는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그들만의 비밀을 몸으로 나누고 있다. 익숙한 듯 지루하지도 않다. 무명 가수도 그들만을 무흣이 바라보며 잘 나갔던 먼 기억을 소환하고 있다. 두 중학생은 모든 것이 처음인 듯했다. 한 번에 한 가지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노래가 있으면 춤을 추고, 드럼이 있으면 발박자를 맞추고, 전자피아노가 있으면 통통 튀었다. 기타가 있으면 그들의 춤에도 기타를 담았다. 모든 정신을 집중하고 어정쩡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믿지 않았다. 오직 그들만 믿었다. 다른 사람보다 나은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그들 자신이었기 때문이리라.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들의 귀로 듣고, 그들의 입으로 노래하면서 다른 모든 것은 헛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들이 사라지면 세계 전체가 바닥으로 사라지는 것이라는 진리를 그들이 먼저 알아차렸는 지도 모른다.
같은 시간, 같은 가수,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마음으로만 노래를 따라 불렀고 시선의 방향은 가수가 아니라 옆사람들이 나를 감시하는 듯 보고 있었다. 내 몸은 두 중학생을 따르고 싶었지만, 주변을 살피며 주눅이 들었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나는 그들의 의식하고 있었다. 갈증이 찾아왔다. 투명 페트병에 물을 마시려 바라본다. 이 물을 현미경으로 본다면 과연 마실 수 있을까? 우리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아주 조그만 벌레들이 우글거리고 있을 것이다. 그 벌레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나면 물을 마시지 못하게 되고, 물을 못 마시면 목이 말라 갈증으로 죽어갈 거다. 차라리 현미경을 깨버리자. 그 괴물같은 물건을 던져버리자. 그러면 벌레들이 당장 사라져 시원하게 물을 마시고 갈증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리라.
세상의 모든 것에는 숨겨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 나무, 중학생, 물 모든 것이 상형문자다. 그것을 읽어내고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내기 시작한 사람에게 그것들은 기쁨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을 보는 순간에도 우리는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동물이고, 나무이고, 중학생이고, 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월이 많이 지난 뒤에야 너무 늦게 그것들의 의미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