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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 백 Oct 24. 2021

둔해진 감각 그리고 스케치 영상

회복 일지3

::회복 일지3::

 둔해진 감각 그리고 스케치 영상

사진 모사, Date : 2018. 9. 25. (about 59min)




초벌 스케치, Date : 2018.9.19. (12min)


최종 스케치, Date : 2018.9.25. (47min)



.일지3 20180919/0925 + 둔해진 감각 그리고 스케치 영상.


세 번째 실천까지는 12일 정도 걸렸습니다. 이 번엔 영화 <명당>의 사진 중 하나를 스케치해봤습니다. 뭘 그린 건지 대부분 못 알아보실 것이기에 혹여 궁금해하실 까 봐 굳이 언급합니다. 그런데 이게 결과적으로 욕심이 됐습니다. 인물 하나 스케치하는 것도 질려했는데, 인물 둘에 배경이라니요. 패착입니다.

어쨌거나 호기롭게 시작했고, 역시나 잘 그어지지 않는 선이 즉시 스트레스를 가져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강 인물과 배경의 위치만 잡는 선에서 마무리했습니다. 12분 만에 인내심이 바닥났습니다.

그리고 6일 뒤,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제대로 스케치를 마무리하고 이후에 그 스케치를 기반으로 포토샵에서 채색을 하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래도 한 달 전보다는 현실적인 계획입니다. 아무튼 마음대로 그어지지 않는 선을 박박 그어 대며 그리기 시작했는데 의도치 않게 집중이 됐습니다. 47분을 그렸는데, 체감상으로는 20여분 정도로 느꼈을 정도니까요.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리고 문제점도 함께 발견합니다. 체감 시간이 20여분 정도였던 것은, 예전의 시간 감각 때문입니다. 예전엔 이 정도의 그림을 스케치하는데 그 정도 시간이 걸렸던 것을 몸이 기억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두 배의 시간이 걸렸죠. 왜 그런 것인지 생각해 봤습니다.

처음엔 손이 굳어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리는 과정을 녹화한 동영상을 살펴보니, 굳은 손보다는 느려진 눈과 잃어버린 체계(자기만의 그림 그리는 과정)가 문제였습니다. 관찰력이 둔해진 데다가 어디부터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에 대한 습관화된 경험이 옅어지다 보니, 매번 선을 그을 때마다 한참을 망설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죠. 자신의 현 상황이 적나라하게 보입니다.

그런데 뭐 상관없습니다. 지금 하려는 것은 그림 그리는 것에 대한 저항감을 없애기 위한 것이지, 실력을 향상시키려는 것이 아니니까요. 지금으로선 그저 그림을 그리는 행복을 되찾고 싶을 뿐입니다. 그런 바람으로 세 번째 발자국을 남깁니다. 이제 겨우이지만, 언젠가는, 많이 걸어왔구나 하고 말할 날이 오길, 그 결국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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