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일지2
그림판으로 그려서 그래요
그리기 싫었다는 것이 티가 납니다. 이분 잘 생긴 분인데, 그저 죄송합니다. :D 이 번에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예비동작을 최대한 줄이자는 취지에서 ‘포토샵’ 대신 가볍게 실행 가능한 ‘그림판’을 사용해봤습니다. 이 전에는 그림을 그리려면 항상 긴~ 준비과정이 있었거든요.
먼저 책상 위에 책과 잡동사니들을 치우고, 그다음 타블렛 자리에 위치시킨 다음, 타블렛 위에 깔아놓을 A4 용지 한 장 더미에서 빼서 올리고, 그림 그리는 동안 마실 물 한잔으로 마음을 안심시킵니다. 그럼 그때서야 앉아 포토샵 실행 시키고… …. 그림 그리는 것에 저항감이 없을 때에는 그런 시간이 즐거운 준비과정이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림 그릴 마음이 모조리 식어버리고도 남을 시간이라 대책이 필요했습니다.
사실 사전 준비 과정을 시작하게 된 애초의 이유는 포토샵의 로딩 시간이 길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이 로딩되는 동안 이것저것 하던 것이 습관이 돼버렸던 것이죠. 2년 만에 그림을 그리는데도 습관은 여전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사전 동작을 없애기 위해서 로딩 시간이 거의 없는 그림판을 사용해 보았습니다. 사전 준비 행동 없이 바로 그림판을 실행해서 스케치를 들어갔습니다. 면 채색은 나중에 포토샵에서 하려는 계획이었고요. 확실히 앉자마자 프로그램이 바로 실행이 되니 딴짓 없이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복병이 하나 숨어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그림판에서는 선을 긋기가 어려웠습니다. 날짜 적은 것을 보시면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숫자 조차 일정하게 써지질 않았습니다. 그림을 안 그리는 동안 손이 굳은 데다가 타블렛에 대한 감각도 떨어진 것이, 원하는 선을 긋지 못하는 주된 원인이겠지만, 그림판 자체의 성능에도 제약이 있었습니다. 아무튼 내 마음 같지 않은 선 덕분에, 25분 정도의 스케치만으로도 충분히 의욕을 고갈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긍정적인 것은 어쨌든 준비과정을 없앴다는 점입니다. 또한 책임전가라는 부가적 장점도 있습니다. “그림판으로 그려서 그래요”라고 실력에 대한 변명이 가능한 것이죠. 후후. 뭐 어찌 되었든, 또 한발 내딛습니다. 무려 한 달 만이긴 하지만요. 느려도 한 발 한 발 가보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