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아들을 보내며 드는 생각
웬만해서 울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우는 얼굴을 보이다니 상상도 하기 싫다. 눈물 폭탄이라는 드라마나 영화를 봐도 울지 않는다. 몰입이 쉽지 않기도 하고, 나이 든 여자가 우는 모습에 대한 혐오가 자라나서, 슬픈 장면은 빨리 감기 해버린다.
논산 신병훈련소로 가는 길은 지루했다. 고속도로 IC를 나서자 빌딩 하나 보이지 않는 시골길이 이어졌다. 아이는 뒷좌석에서 자다 깨서, 짧게 자른 머리가 어색한지 매만지고 있었다. 고깃집 주차장은 만차에 대기줄이 문밖까지 뻗어 있었다. 맛있는 밥이라도 먹여 들여보내고자 했건만, 차를 댈 수 있는 식당의 내키지 않는 칼국수가 마지막 사식이 되었다. 가까스로 입소 시간에 맞춰 도착하자, 아이는 연병장에 뛰어 내려가기 바빴다. 눈물의 이별을 걱정했건만 순식간에 무리 속으로 사라졌다. 연병장을 떠나는 무리 속에서 아이가 들을까 모든 엄마들은 제 자식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는 아비규환도 곧 끝났다. 요동쳤던 마음은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훈련소 나오는 길에 들른 PX는 왜 이리 물건이 싸고 많던지, 잠시 우울했던 마음조차 금세 사라져 버렸다
6주는 빠르게 흘러갔다. 다시 찾은 논산 훈련소 연병장은 입소날의 제각기 다른 색상의 후드티와 야구모자의 집단을 오와 열을 맞춘 1,000여 명의 제복 군인으로 바꿔 놓았다. 안내 종이를 보고 찾아 내려간 운동장 한 구석에, 눈썹 끝에 손 날을 맞추어 경례를 하고 있는 각 잡힌 자세의 아이가 있었다.
눈물이 터졌다. 실로 몇 년 만에 마른 샘에 분수가 터지듯. 군복이 주는 낯선 거리감은 충격적이었다. 순식간에 가족을 타인으로 만들었다. 동글동글 귀엽던 얼굴은 각이 느껴질 정도로 메말라 있었다.
군대에 소중한 사람을 보낸 것이 내 인생에서 처음은 아니다. 아주 옛날, 막 사귀기 시작한 대학 동아리 남자친구의 입대 전 술자리에서 펑펑 눈물을 흘려 비밀 연애가 만천하에 드러났었다. 상대에 대한 예의로 끌어낸 억지 눈물에 가까웠다. 마스카라가 번질까 신경쓰면서, 예쁘게 울려고 노력했었다.
오늘의 눈물은 날 것 그대로였다. 내 새끼를 뺏겨 우는 짐승의 본능적인 울음이었다. 아이가 내 품에서 완전히 독립했음을 자각하는 통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