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하는 여자] SK와 삼성, 나음과 다름사이

젠슨황이 온감

by 꼰대 언니

엔비디아 젠슨황-이재용 회장-정의선 회장의 깐부회동은 여러 짤을 생성하고 있다. 차팔이, 폰팔이, 용팔이라는 대한민국 삼대 팔이 피플의 규합이라는 둥, 골든벨을 울리고 그래픽카드로 계산했다는 둥 여러 농담이 오고 가고 있다. 이 회동에 끼지 못한 최태원 회장에 대한 우스꽝스러운 짤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렇다한들, SK 하이닉스의 직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1억 원 이상의 연말 성과급을 생각하면 현시점의 승자는 SK이다.


삼성전자는 왜 2018년 HBM 개발 중단이라는 악수를 두었을까? SK가 HBM이라는 기회를 적기에 포착하고 AI 대폭발 시대의 큰 파도에 올라탄 것과 대조된다.


반도체 부문에서 근무하지는 않았지만, 삼성을 지배하는 절대적 기조는 완벽주의와 미세관리이다. 실수가 쉽게 허용되지 않는 조직 문화를 바탕으로, 안전망을 설치하는 관리 조직이 득세해 왔다. 최근 20년 삼성의 브랜드가 여러 부문에서 세계 탑브랜드로 도약한 배경에는 이 안전망들이 제대로 작동한 덕도 있다. 시장의 위기를 조기에 감지하고, 공급부족과 공급과잉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SCM을 강화하고, 원가를 최적화하고, 생산관리와 고객관계를 세계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지원 조직이 회사 전반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주도하며, 반도체와 휴대폰, TV, 생활가전이라는 서로 다른 성격의 방대한 부문을 통합 관리하는 덕에 업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반면 SK는 후발 주자로 2010년대에 하이닉스를 인수했고, 반도체라는 업의 특성을 수용하여 기술중심의 조직을 구축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인사제도를 손봐서, 기술직이 관리직으로 성장하여 현업에서 멀어지게 하기보다, 장기간 육성한 엔지니어들이 DE (Distinguished Engineer)라는 기술전문트랙을 통하여 현업에서 전문성을 최장기간 발휘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삼성에도 물론 마스터라는 제도가 있지만, 경영임원들 중심의 조직 문화 내에서 마스터의 비중은 SK보다 현저히 적다.)


SK에서는 매달 SKMS라는 월간 혁신 실천 사례를 공유하였다. 처음 시행할 때만 해도 매달 새로운 아디 이어나 개선이 나올까 싶었지만, 꾸준히 매달 10여 건의 혁신 사례가 나왔다고 한다. HBM을 포기한 삼성에서 기술 인력을 흡수하였다. 삼성에서 넘어온 대다수의 엔지니어들도 조직 내에서 생착할 수 있었다. 기술임원 자리는 많았다.


내가 삼성재직 시 매월 받던 뉴스레터는 월간 혁신 사례가 아니라 인사팀에서 정리한 월간 사건과 사고 사례였다. A과장이 거래처로부터 촌지를 받았다가 발각되었다는 둥, B대리가 사치로 횡령을 하였다는 둥, 다양한 임직원의 사례 모음집이었다. 선전지처럼 재미있었지만, 돌이켜보니 그 뉴스레터의 메시지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알리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HBM 인력의 유출이 아쉽다. 인재에 대한 욕심은 선대회장의 DNA였는데, 이를 지키지 못했다. 1987년, 정주영 회장이 나서서 삼성전자 반도체의 핵심인력을 SK 하이닉스의 전신 현대전자로 스카우트한 적이 있다. 이때, 이병철 회장은 직접 대통령을 만나 목소리를 내어, 다시 인재들을 거둬들였다. 후에 삼성전자 사장단인 김광호, 남궁석, 진대제 등이 당시 현대나 필립스로 이적했다 다시 돌아온 인물들이다.


내가 잠시 모시기도 했던, 김광호 부회장은 당시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강진구 사장의 통신 부분 발령과 비 반도체 전문가의 반도체 부문 사장 취임에 회의를 품고 현대전자로 이직을 강행하셨다. 이건희 회장의 설득 (아버지가 편찬으시다는 말씀도 하셨다 한다)과 결정적인 청와대의 압력을 받으시고 2개월 만에 다시 삼성으로 복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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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아직도 사랑하는 나의 입장에서 이 회장님 부재와 관리 중심의 조직 문화는 참으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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