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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의 전환점과 성장

30대, 인생 세 번의 기회중 한 번의 시기를 놓쳤다

by 김종섭
⑦ 이 시대의 어른이 되었습니다

1980년대 첫 직장을 가졌고, 1990년대 접어들면서 29세의 나는 안정된 직장을 얻었다고 믿으며 결혼을 결심했다. 당시 남성의 결혼 적령기는 대체로 27~28세였고, 여성의 경우 25세였다. 남자는 30세를 넘기면 "노총각"이라는 부담감이 있었다.


결혼식은 지금처럼 화려하지 않았다. 호텔 예식이 흔하지 않던 시절, 결혼식의 기본 메뉴는 국수였다. 나는 서울 4대 문 안 정동 인근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결혼식 후 작은 식당에서 소박한 국수 잔치를 대접했다.


그 시절, 직장 생활은 지금과 달리 쉽게 바꾸는 일이 드물었다. 직장을 자주 옮기는 사람은 성실성. 인내를 탓하며 인성이 부족하다고 여겨졌고, 사회는 한 직장에서 꾸준히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 "한우물을 파야 한다"는 상식이 통하던 시대였다. 그럼에도 나는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30대 중반,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T그룹으로 경력직 이직을 결심했다. 더 큰 직장으로의 이직은 그 시절 큰 의미가 있었다.


그 당시 직장 내에서는 회식과 접대 문화가 자연스러웠고, 인맥이 승진과 업무 배치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술자리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직장에서의 입지가 탄탄해졌고, 선배들의 한 마디가 곧 명령처럼 다가왔다. 회사의 규칙을 철저히 따르고 인정하며, 그 속에서 사회생활의 규칙을 배우며 적응했다. 그 시절 사회생활의 본질은 실력도 중요했지만, 우선 순응과 적응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직장 생활의 만족도는 단순히 연봉과 승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에는 정년 보장이 당연하게 느껴졌고, 노후 준비라는 개념은 남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1997년 IMF 외환위기라는 경제 위기가 찾아왔지만, 나는 그 큰 충격을 거의 느끼지 않았다. 그때는 큰 위기를 겪지 않고 꾸준히 직장생활을 이어갔다.


젊음이라는 자신감 덕분에 직장에 대한 고민은 지금처럼 절박하지 않았다. 한 직장에서 오래 버티는 것이 필수가 아니었고, 이직은 비교적 수월했다. 당시에는 공무원은 박봉이라는 이유로 선호되지 않았고, 사람들은 대기업이나 금융권을 선망했다. 스펙보다는 인맥과 학교 선배들이 취업과 승진에 중요한 역할을 하던 시대였다. 물론 지금도 인맥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시대는 조금씩 달라졌다.


이직의 기준은 지금과 다를 수 있지만, 연봉 상승이 중요한 요소였다는 점은 비슷했다. 직장 문화보다는 금전적 보상이 우선시되었고, 직무 변화나 커리어 성장보다는 더 나은 대우를 받는 것이 이직의 목표였다. 직장에서의 업무 영역과 금전적 보상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가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었지만, 어느 한 가지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항상 존재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일의 보람, 성장 가능성, 직무의 안정성 같은 요소들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고, 연봉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인생에서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한다. 나는 그 기회를 잘 활용했을까? IMF를 겪으며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던 시기에, 헐값에 어느 회사 인수라는 제안이 찾아왔다. 나는 그 첫 번째 기회를 놓쳤다. 그때는 너무 젊다는 이유와 경험부족이라는 이유를 스스로 깨닫고 포기했다. 어쩌면 절실함이 없기도 했고 사회 이면적인 구조를 알지 못해 포기한 것이 제일 적당한 변명일 수도 있다. 다행히 나는 직장 생활에서 큰 위기를 겪지 않았지만, 그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


돌이켜보면, 나의 30대는 단순한 이직의 시기가 아니라, 성장과 변화의 시기였다. 너무 빠른 나이에 사회 소용돌이에 뛰어들어 적응을 하려 했던 것 같다. 모든 결정에 두려움은 없었고, "아니면 말지"라는 극단적인 사고 대신, "아니면 또 다른 새로운 길이 찾자"라는 희망을 품고 살아갔다. 어느 순간부터 직장 생활의 본질은 높은 연봉만이 삶의 건강을 가져다준다는 인식에서 차츰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때의 경험들이 일부는 지금도 아쉬움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적당한 선에서 내려놓을 수 있는 지혜가 이제는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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