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으로서의 성장과 가족 속에서 찾은 진정한 행복
⑤ 이 시대의 어른이 되었다
1990년대 초, 결혼 힘께 자녀가 태어나면서 내 인생의 또 다른 새로운 장이 시작되었다. 1991년 아내와 결혼을 하고, 그다음 해 아내는 첫째 아이를 출산하였고, 90년대 후반에는 둘째 아이를 품에 안았다. 그때부터 우리는 4인 가족이라는 가정을 이루었다. 그렇게 90년대에는 가족을 이루어낸 완성의 시기었다.
그때, 나는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물론 결혼을 하고, "아빠, 가장"이라는 호칭을 들으며, 그 나이에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에 무거운 책임감이라는 심적 압박을 느껴야 했다.이전에는 단순하게 결혼만 하면 어른이 된다고만 생각했다.물론 책임이나 역할을 염두에 두지 않있던 것은 아니지만,이정도쯤은 아니다라는 생각에 오류가 있었던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는 마치 설익은 풋사과 같은 인생과도 같았다. 겉은 어딜 가든 어른처럼 보였지만, 속은 미성숙한 부분이 많았다.60대가 된 지금도 "어른"이라는 말이 여전히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무한한 책임감을 안고 살아가며, 언젠가는 이 짐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만, 어쩌면 끝까지 벗어날 수 없는 삶의 일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점점 굳어져 간다.
직장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아내와 함께 아이들을 돌보며 양육의 의무에 아낌없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의 의무이자 일상이었다. 그때는 자유라는 것은 거의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다. 친구들과 마음껏 놀러도 가고 싶었고, 혼자서도 구속받지 않고 하고 싶은 생각이 많았지만, 가족이 먼저였고, 그 책임을 다하는 것이 내 인생의 중심이었다. 자유로움에 대한 갈망을 덮고, 그때는 그 무엇인가의 열망적인 갈등을 무참히 내던져 버리려 했고, 오직 가정에 헌신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 시절, 나는 가장으로서의 역할, 그리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이 무엇인지 조금씩 배워갔다. 역할이라는 수식어가 하나둘씩 나를 정의하기 시작했다. "가장"이라는 역할은 내가 집안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이라는 중압감과 함께 다가왔고, 그 책임감을 충실히 수행하려 애썼다. 그와 동시에 사회에서도 내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에서의 역할도 중요했지만, 가정에서의 역할은 그것보다 더 중요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30대의 기억은 대부분 가족과 함께한 시간들로 가득하다. 물론 직장에서도 많은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그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시간이 가족을 위해 할애되었던 것 같다. 그 시절 나의 정체성에 혼돈이 오기 시작했다. 마치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의 진통과도 비슷했다.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무엇인가, 내가 원하는 삶은 이런 것일까,” 그때마다 내 안에는 두 가지 감정이 겹쳤다. 하나는 가족을 위한 책임감이었고, 또 하나는 개인적인 자유와 욕구였다. 결국 그 갈등 속에서 나는 "가장"으로서 내 길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족과 함께했던 시간은 나에게 정말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뛰놀던 날, 아내와 함께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격려했던 순간들, 모두가 내 인생의 중요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 모든 책임이 결코 무겁지 않았다는 사실을. 오히려 그 책임감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꼈다. 부모로서, 아내의 남편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30대의 나에게 자유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당시 나는 내 가족에게 더 헌신하고, 그 책임을 다하는 것이 더 큰 의미를 가졌던 것 같다. 그때의 경험들이 나에게는 많은 교훈을 주었고,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음을 느낀다.
30대의 나는 아마도 그때 당시에는 상상도 못 할 만큼 많은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때 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과의 시간이었다. 직장과 가정에서의 균형을 맞추는 것, 아이들을 키우고, 아내와 함께 가정을 이루는 것, 그것이 내가 가장 중시했던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60대에 가까워지며 나는 그때의 선택들이 결코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결혼 후, 가정을 꾸리며 느낀 책임감과 행복은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들었다. 나 자신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 살아가는 것, 그 자체로 많은 가치를 발견했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 모든 책임을 기꺼이 떠안아라. 그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