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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서의 변화와 성장

자녀와 함께 성장하는 부모, 변하지 않는 사랑

by 김종섭
⑥ 이 시대의 어른이 되었습니다

자녀를 낳고 기르는 과정은 부모에게 크나큰 변화와 성장을 가져온다. 처음에는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이 하나만 낳아 정성을 다해 키우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첫째가 자라면서 몇 년에 걸쳐 꾸준히 동생을 원했고, 결국 7년 터울로 둘째를 맞이하게 되었다.

첫째를 처음 품에 안았을 때의 기쁨과 책임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결혼 후 10개월 만에 출산하며 신혼은 곧바로 육아 중심으로 바뀌었다. 처음 되어보는 아빠, 어색한 아빠. ‘아빠’라는 단어가 실감 나지 않아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익숙해졌다. 작은 생명이 내 손안에 있다는 것이 경이로웠고, 동시에 부모로서의 무거운 책임도 실감했다. 밤잠을 설쳐가며 아이를 돌보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감동하며, 첫 말을 떼는 순간의 기쁨을 경험했다. 그러면서 부모란 단순히 자식을 키우는 존재가 아니라, 한 인간의 인생을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둘째를 계획할 때, 우리 부부는 딸을 기대하고 이름까지 지어두었었다. 첫째가 아들이었기에 남매를 키우고 싶은 바람이 컸다. 하지만 둘째도 아들이었다. 순간적으로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건강하게 태어나 준 것이 가장 큰 기쁨이었다. 첫째는 동생이 생긴다는 사실에 무척 기뻐했고, 터울이 크다 보니 질투심 없이 동생을 아끼고 보살폈다. 동생을 챙기는 첫째의 모습은 참 기특하고 대견했다.

양육 방식도 자연스럽게 달라졌다. 첫째는 조심스럽고 세심하게 키웠다면, 둘째는 첫째를 키우며 쌓인 경험 덕분에 좀 더 여유롭게 양육할 수 있었다. 부모로서 완벽해지려 하기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자녀를 키우면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조건 없는 사랑"이었다. 하지만 자식을 향한 사랑이 컸던 만큼, 정작 나의 부모님에게는 효도는 물론 충분히 애정 표현하지 못했던 것 같아 뒤늦은 후회가 남는다. 이제는 양가 부모님 모두 이 세상에 계시지 않기에, 늘 마음 한구석에 죄송함이 자리 잡고 있다. 자식을 키운다는 것은 단순한 양육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자식을 통해 부모도 함께 성장해 가고, 내리사랑만 실천해 왔다고 생각했지만, 자식을 성장시켜 놓고 보니 부모님의 크나큰 사랑을 다시금 절절하게 깨닫게 되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부모로서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처음에는 부모가 자식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고 길을 안내해야 한다고 믿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도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면서 성인이 되어갔다. 이제는 두 아이 모두 가정을 이루고 각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부모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그래도 미처 다 해주지 못한 것들이 떠오를 때면 마음 한쪽이 아려온다.

부모라는 이름은 결혼과 함께 자식을 낳으면서 자동으로 주어지지만, 부모의 역할은 평생을 배우고 익혀도 부족함이 많다. 나는 1차 베이비 부머 세대의 마지막에 속한다. 2차 베이비 부머 세대라는 말도 언제부턴가 생겨났다. 1차 베이비부머세대는 부모를 모시는 마지막 세대이다. 이제 부모는 자식에게 기대며 살아가야 하는 세대가 아니다.

과거에는 자녀를 키우고 결혼을 시키는 일이 부모의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자녀에게 짐이 되지 않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한 시대다. 그래서 더욱더 부모로서의 변화와 성장이 필요할 때이다. 어쩌면 이것이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일지도 모른다.


부모의 사랑은 끝이 없지만, 그 표현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이제는 희생과 보호가 아닌 응원으로, 함께하는 것이 아닌 멀리서 바라봐 주는 방식으로 사랑을 전할 때다. 그렇게 부모가 한 걸음 성장할 때, 자녀도 진정으로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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