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첫 진출과 직장 생활의 시작, 첫 기억들
④ 나는 이 시대의 어른이 되었습니다
1980년대, 한국은 변혁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었다. 86년 아시안게임, 그리고 88년 서울 올림픽.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 행사가 연이어 열리면서 거리는 떠들썩했고,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해, 나는 첫 직장에 들어갔다.
첫 직장과 청춘의 시작
취업의 의미는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인터넷의 활용도가 많지 않던 시절, 구인·구직 활동은 대부분 신문지면 구인구직광고에 의존율이 높았다. 신문의 한 면을 가득 채운 구직 광고를 찾아가며 스크랩해 가면서 펜으로 손으로 이력서를 써서 직접 제출하던 때였다. 인맥을 통해 취업하는 경우도 있었겠지만, 대부분 나처럼 신문 구인광고에 의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첫 출근 날, 나는 설레면서도 두려웠다. 직장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정말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보다는 "이제 진짜 사회인이 되는구나"라는 설렘이 우선했었다. 난생 태어나서 돈을 번다는 일 또한 충격적으로 다가섰다. 모든 것이 희망이었던 순간들이다.
당시 직장 생활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선배들은 신입에게 엄격했고, 무조건 배워야 한다는 문화가 강했다. 회식 문화도 강해서, 사회생활은 곧 술자리와도 연결되었다. 상사의 말에는 이견을 내기 어려웠고, 분위기를 거스르면 조직에서 살아남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런 직장 문화를 인정하고 받아 드렸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된다는 그런 신념이었을 것이다.
격동의 시대, 청춘을 지나며
돌이켜 보면, 80년대는 변화와 도전의 연속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대학 진학, 군대 입대와 전역, 그리고 다시 대학 생활을 거쳐 사회로 나오는 과정까지. 지금의 60대는 80년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세대다. 체류탄 연기가 자욱했던 거리, 격변하는 정치·사회적 환경 속에서도 우리는 청춘을 불태웠다. 변화의 속도는 지금처럼 급격하지 않았지만, 세상은 점진적으로 달라지고 있었다.
그 시절에는 퇴직이 곧 인생의 마무리라는 인식이 강했다. 60대가 되면 자연스럽게 일을 내려놓고 여생을 즐기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해도 80세를 넘기면 장수한 인생이라 했고, 60대라면 이미 경제활동에서 손을 떼는 나이였다. 하지만 지금의 60대는 다르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경제 환경이 바뀌면서, 우리는 70세가 넘어서도 일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사회는 여전히 나이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고, 60대 이후의 노동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기술의 가치를 깨닫다
당시 나는 화이트칼라 직업만을 선망했다. 기름때 묻히는 기술직은 천시되던 분위기였다. 좋은 대학을 나와 사무직에 종사하는 것이 성공한 삶이라고 믿었고, 현장에서 손으로 익히는 기술은 미천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기술의 가치를 깨닫게 되었다. 시대가 변해도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변함없이 자신의 자리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오히려 지금의 60대 중에는 그때 기술을 익혀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제, 60대는 또 다른 청년기를 맞이하고 있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동물처럼, 다시 삶을 개척해야 하는 시대. 과거와는 다르지만, 여전히 배울 것이 많고 도전할 것들이 남아 있다.
지금의 60대, 다시 도전하는 세대
예전에는 직장에서 60세 정년퇴직을 하면 은퇴 후의 삶을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퇴직 후에도 일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정작 사회는 60대의 노동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젊은 세대와의 경쟁 속에서 경험과 연륜보다는 나이를 기준으로 배제되는 일이 많다.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다시 청춘처럼 도전해야 한다. 과거와 다른 점은 이미 많은 것을 경험했고, 넘어지는 법을 알기에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가 우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한다. 새롭게 배우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가끔 생각한다. 만약 내가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아마 후회 없이 살겠다고 다짐하면서도, 결국 그 시절의 환경 속에서 비슷한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다만, 그때는 몰랐던 것들을 지금은 알기에, 조금은 더 지혜로운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시절의 청춘이 내게 축복이었다는 사실이다.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 찼던 나날들, 치열하게 고민하고 도전하며 쌓아 올린 경험들은 지금도 내 안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나는 이 시대의 어른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배울 것이 많고, 아직 끝나지 않은 도전들이 남아 있다. 과거를 회상하며 감사함을 느끼면서도,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채워갈지 고민하는 것이 바로 지금의 60대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