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시대, 아이를 낳지 않는 진짜 이유
아내와 함께 동네 커뮤니티 센터에서 수영을 마친 후 도서관에 들렀다. 마침 정면에 어린이 도서관이 보여 호기심에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테이블 위에는 책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네 명의 아이들이 책을 넘기며 어머니 곁을 맴돌고 있었다. 아이들은 2살에서 5살 사이로 보였고, 엄마는 이들을 돌보느라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순간 "어떻게 저렇게 많은 아이를 키울까?", "국가 재정에도 부담이 크겠는데?"라는 현실적인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곧바로 "이건 편견일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이 시대에 드문 헌신적인 부모이자, 나라를 위해 애국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원래 캐나다 가정에서 이렇게 많은 아이를 둔 경우는 흔치 않다. 일반적으로 캐나다에서는 소가족 형태가 보편적이며, 다자녀 가정은 상대적으로 드물다. 하지만 최근 난민과 이민자가 증가하면서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대가족 형태가 나타나는 현상도 보인다. 이는 캐나다 전체적인 흐름이라기보다는 특정 이민자 그룹에서 두드러지는 경향도 있기는 하다.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해도 다산이 당연했다. 나도 2남 1녀 가정에서 자랐고, 아내도 2남 2녀 중 막내였다. 그 시절에는 형제가 여섯, 일곱인 집이 흔했고, 열 명이 넘는 대가족도 많았다. 아이가 많으면 노동력이 되었고,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는 존재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가 많고, 한 명만 낳겠다는 사람도 늘고 있다. 심지어 비혼주의자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흔히 저출산의 원인을 경제적 문제로 돌린다. 집값, 교육비, 육아 부담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나 역시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단지 경제적인 이유뿐일까?
캐나다에는 아동 지원금(Canada Child Benefit, CCB)이라는 제도가 있다.
6세 미만 자녀는 연간 최대 $7,437 (월 $619.75), 6세~17세 자녀는 연간 최대 $6,275 (월 $522.91) 국가에서 보조금을 지급하지만, 캐나다 역시 저출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 정도 지원이면 아이를 키우는 부담이 줄어들 것 같지만, 현실은 다르다. 경제적 지원이 충분하다면 출산율이 올라가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요즘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경제적 부담보다 "아이를 낳으면 내 삶이 사라질 것 같다"는 두려움이 크다. 부모가 되면 개인의 행복을 포기해야 하고, 육아로 인해 시간과 자유를 잃는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아이를 낳아도 제대로 키울 자신이 없다"는 불안감도 크다.
과거에는 결혼을 하면 당연히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굳이 애를 낳을 필요가 있을까?"라고 되묻는 시대가 되었다.
저출산, 해결책은 무엇일까?
경제적 지원이 출산율을 높이는 결정적 요인이 아니라면, 무엇이 문제일까? 단순히 금전적 보조만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결국, 아이를 낳는 것이 희생이 아니라 보람이 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육아로 인해 부모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지 않는 사회적 시스템, 가정과 개인의 삶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나는 두 아들을 장가보냈고, 솔직히 과거 부모 세대처럼 며느리가 따뜻한 밥을 차려주고 아침 문안을 드리는 모습도 기대했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전설 속 효부상에 불과했다. 사실 나도 부모님 세대처럼 자식을 키우고, 결혼을 시키며 자연스럽게 보상을 기대했다. 하지만 시대는 이미 변했다. 부모 세대와 지금의 세대는 가치관이 다를 수밖에 없다.
결국, 저출산 문제를 단순히 경제적 이유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이는 캐나다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출산과 육아가 개인의 희생이 아닌 보람이 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적인 인식 변화와 정책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캐나다에 있으면서도 문득, 정이 넘치던 한국의 전통적인 대가족 제도가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