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환급금으로 떠나는 뜻밖의 여행
캐나다에서는 매년 4월 30일까지 개인소득신고를 마쳐야 한다. 국세청(CRA)에 개인이 직접 신고할 수도 있고, 봉사단체나 회계사를 통해 대행할 수도 있다. 올해도 작년에 맡겼던 회계사를 통해 신고를 의뢰했다. 일찍이 2월 말에 서류를 회계사 사무실에 챙겨다 주었고, 오늘 최종 환급금이 얼마인지 확인했다. 작년보다 금액이 줄긴 했지만, 그래도 예상외로 많은 금액이 들어왔다. 경기로 치면 "선전했다!"라고 외칠 정도로 흥분될 만한 금액이었다.
작년에도 예상보다 많은 환급금을 받았다. 예전에 비즈니스를 했을 때 누락된 부분을 회계사가 찾아내어 신고한 덕분에 추가 환급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는 받을 거였지만 모르고 지나쳤던 돈이 회계사의 도움으로 다시 내 손에 들어왔다. 캐나다에서 세금 환급금은 미리 공제된 세금을 돌려받는 것이지만, 막상 목돈으로 들어오면 마치 "공돈"을 받은 듯한 기분이 든다. 기대하지 않았던 돈이 갑자기 통장에 들어오면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환급금이 나오는 시기가 되면 캐네디언들의 소비도 많아진다. 주변을 둘러보면 평소보다 외식하는 사람도 많고, 쇼핑센터도 붐빈다. 작년에도 나 역시 그 흐름을 따랐다. 6인용 식탁을 사고, 한국 방문을 위한 비행기표와 여행 경비로 사용했다. 그 덕분에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나고, 한국의 분위기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올해도 뜻밖의 여행 계획이 생겼다. 한국에 있는 아들이 5월에 터키, 이스탄불로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함께 여행을 가자고 연락이 온 것이다. 사실, 2024년 12월에도 아들은 이탈리아 여행에 초대했고, 12일간의 여행 경비를 비행기표부터 시작하여 비용 일체를 부담했었다. 부모로서 고마운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부담도 되었다. 그런데 마침 올해 세금 환급금이 들어왔고, 덕분에 이번 터키 여행은 아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떠날 수 있게 됐다.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들어온 돈이 이렇게 또 의미 있게 쓰이게 된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도 연말정산 환급금을 받아봤지만, 이렇게 계획적으로 쓸 만큼의 금액은 아니었다. 금액 자체가 크지 않았던 데다, 받으면 곧바로 생활비로 흩어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캐나다는 월급에서 세금을 많이 공제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도 비교적 환급금이 많은 편이다. 마치 저축해 둔 돈을 한꺼번에 받는 기분이다. 하지만 목돈이 생기면 어디에 쓸지 고민이 되기도 한다. 예전에는 급하게 필요했던 것들을 구매하거나, 평소 아껴 쓰던 돈을 조금 풀어 여유를 누리는 정도였다. 하지만 환급금이 일정한 금액으로 들어오니, 한 번쯤 제대로 활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있을 때 사람들은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계를 들거나 정기 적금을 드는 경우가 많았다. 매달 적은 금액을 모아두었다가 한 번에 받으면 평소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소비를 하거나, 의미 있는 곳에 투자할 수 있다. 환급금도 비슷하다. 매달 월급에서 공제되었던 돈의 일부이지만, 한꺼번에 받을 때의 기쁨은 남다르다.
여행을 떠나려면 가장 큰 비용이 비행기 값이다. 여행지에서의 숙박이나 식사는 조절할 수 있지만, 비행기표는 필수 지출이다. 하지만 새로운 나라, 새로운 도시, 그리고 처음 접하는 문화는 그만큼 값진 경험을 선물해 준다. 단순히 관광이 아니라,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직접 눈으로 보고, 발로 걸으며 체험하는 일은 언제나 특별하다.
이스탄불은 오스만 제국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도시이자,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지점이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따라 새로운 풍경을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터키식 차이(Çay)를 마시며 현지인들과 어울려 보고, 그랜드 바자르에서 전통 공예품을 구경하고, 블루 모스크에서 터키의 역사와 종교 문화를 경험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카파도키아에서 열기구를 타고 장대한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이번 여행의 목표 중 하나다.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돈으로 떠나는 여행은 더 특별하다. 계획된 여행이 아닌, 기회가 주어져서 떠나는 여행이기 때문에 더욱 기대된다. 이번 터키 여행은 어떤 새로운 경험을 안겨줄까?
세금 신고를 마치고 나니 이제 여행 준비를 할 차례다. 설렘이 가득한 이스탄불로의 여정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