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멈춘 시선, 부부라는 삶의 모양

도서관 가는 길에서 마주친 아침, 문득 눈길이 머문 장면들

by 김종섭

오늘도 도서관으로 향했다. 휴일이라 도서관 문이 평소보다 30분 늦게 문이 열린다. 집에서 평일처럼 같은 시간에 움직인 나는 그만큼의 공백의 시간이 생겼다. 문이 열리기 전까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맥도널드에 들렀다.


주문한 커피를 들고 자리에 앉았다. 양옆 테이블에는 각기 다른, 나이 지긋한 부부가 앉아 있었다. 한 부부는 아마도 한국인 부부인 듯했다. 부부는 마주 보고 앉아 있으면서도 각자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말 한마디 오가지 않은 채 부부라는 존재만을 곁에 두고 있는 듯한 거리감이었다.


다른 테이블에는 캐네디언 부부였다. 할머니가 긴 통화에만 몰두하고 할아버지는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초점 없는 시선을 앞쪽 어딘가에 둔 채 조용히 있었다. 평온해 보였지만 어딘가 멀게 느껴지는 표정이었다.


나는 순간 두 나라 부부의 움직임을 동시에 보았다.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셔터를 눌렀다.

맥도널드. 매장에서 각자의방식으로 아침을 보내는 부부들

커피를 다 마시고 쇼핑몰 통로를 이용, 도서관 쪽으로 걷던 길에 70대 중반정도 되어 보이는 또 다른 부부가 눈에 들어왔다. 남편은 앞서 걷고, 아내는 잰걸음으로 그 뒤를 열심히 따라가고 있었다. 걸음의 속도도, 보폭도, 심지어 눈길조차 달랐다. 조금 전 엘리베이터를 멀찍이 떨어져 타고 올라오는 또 다른 노부부의 모습도 비슷했다. 말없이 각자의 방향으로 가는 듯했지만 결국은 같은 층, 같은 방향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도서관 입구에 다다를 무렵에 6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한인 부부가 탄 차량 한 대가 주차를 마쳤다. 주차가 끝나기도 전에 조수석에 있던 아내가 먼저 내려,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빠른 걸음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레크리에이션 센터 쪽으로 향했다. 잠시 뒤 운전석에서 내린 남편은 느릿한 걸음으로 그 뒤를 따라갔다. 분명 같은 목적지를 향하고 있었지만, 그 걸음 사이엔 눈에 띄는 거리감이 있었다. 다툰 뒤 말없이 걷는 사람들처럼 느껴졌다.

이처럼 짧은 시간 동안 마주한 여러 부부의 모습에서, 부부라는 관계는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시절엔 마주 보며 웃고, 팔짱을 끼고, 서로를 감싸 안듯 걷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다정한 모습을 한 연인을 도서관 가는 길목, 쇼핑몰 복도에서 스쳐 지나갔다. 나도 모르게 시선이 머물렀다.

도서관 가는 길, 쇼핑몰 복도에서 나란히 걷는 젊은 연인의 뒷모습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앞뒤로 걷는 노부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 사진은 쇼핑몰에서 우연히 포착한 순간 사진

세월이 흐르면 다정한 몸짓은 줄고, 말도 줄어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함께 있다는 사실 하나는 여전히 남는다. 말없이 앉아 있어도 함께 마시는 커피 한 잔, 걸음이 달라도 같은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 그것이 지금 그들 부부에게 남은 동행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아쉽다면, 마주 보던 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사이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날들이 쌓였을까. 지금의 부부들도 젊은 날엔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걸었을 것이다. 지금은 보폭이 달라도, 시선이 다르더라도, 여전히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살아가지만, 걸어가는 속도와 방향은 다르지 않았다. 한국의 노부부든, 캐나다의 노부부든. 결국 중요한 건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도서관에 도착하기 전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오늘도 또 하나의 삶을 읽었다. 사람들은 지나가고 있었지만, 나는 그들 사이에서 잠시 멈춰 바라보았다.


나는 오늘 보아왔던 저들 부부들보다 얼마나 더 가까이 또 얼마나 따뜻한 마음으로 아내와 하루를 살고 있을까. 어쩌면 우리 모두의 부부는 늦게라도 ‘다시 가까워지는 법’을 꿈꾸어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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