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의 여가 아직 늦지 않았다

취미는 세월을 따라 변하지만, 마음은 여전하다

by 김종섭

사람마다 여가를 보내는 방식은 다르다. 누군가는 산을 오르고 누군가는 여행을 떠난다. 몸을 움직이며 활력을 찾는 사람도 있고 조용히 자신만의 취미에 몰두하는 이도 있다.


어릴 적 나도 우표와 옛날 돈을 모으는 취미가 있었다. 다양한 나라의 우표를 하나씩 스크랩북에 붙여가며 작은 종이 안에서 세상을 만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의 정성이 지금도 이어졌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아쉬움이 든다.


요즘 세대는 취미도 다양하다. 특히 스포츠 수집품은 이제 하나의 문화가 되어갔다. 한정판 운동화, 선수의 등번호가 담긴 저지, 사인이 적힌 신발과 장비들까지 단순한 소유를 넘어 가치와 의미를 담는다.


오늘은 도서관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익숙한 거리를 지나던 중 “PASTIME SPORTS & GAMES”라는 매장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이유는 단 하나이다. 입구 유리창 너머에서 반짝이는 신발 한 켤레가 시선 때문이다.

입구 유리창 너머 전시된 마이클 조던 사인 신발. 무심코 걷던 발길을 멈추게 만든 한 장면.

가까이 다가가 보니 마이클 조던의 사인이 적힌 신발이었다. 안내문에는 ‘MICHAEL JORDAN AUTOGRAPHED SHOES’라는 문구와 함께 29,999.99달러라는 가격이 적혀 있었다. 우리 돈으로는 3천만 원 가까운 금액이다.


그 순간 아들이 떠올랐다.


아들은 고등학생 때부터 한정판 운동화를 열심히 모았다. 새로운 모델이 나올 때면 발매 시간에 맞춰 알람을 맞추고 판매 매장 앞에 줄을 섰다. 보관된 신발이 하도 신고 싶어 신다가 다시 깨끗이 손질해서 더 높은 가격에 되판 적도 있었다. 신중하게 고른 신발 한 켤레가 다른 신발을 하나 더 얹어줄 만큼 그 세계는 단순한 취미 이상으로 흥미로웠다.


운동화를 좋아하다 보니 아르바이트도 나이키 매장에서 했다. 매장 일과 동시에 취미가 일상이 되었다.


지금은 결혼해 집이 좁다는 이유로 신발 대부분은 여전히 우리 집에 보관 중이다. 그중 일부 값비싼 신발은 아들이 쓰던 방 안 투명한 아크릴 진열장에 전시되어 있다.

아크릴 진열장 안에 빛을 받으며 놓인 신발들. 그 속에 담긴 시간과 열정이 보인다

그중 한 켤레는 700만 원을 넘겼다. 3년 전 가격이니 지금은 더 올랐을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취미는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어떤 것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어떤 것은 조용한 시간만 있으면 충분하다. 나이 들수록 건강을 생각해 운동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지만 마음이 향하는 곳이 있다면 그게 취미이다.


캐나다에서는 노년층의 여가 생활을 자주 볼 수 있다. 쇼핑몰 푸드코트나 공원, 도서관, 맥도널드 같은 공간에서 혼자 또는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또 어떤 이는 골프를 하고 어떤 이는 수영을 한다. 햇살 좋은 날 벤치에 앉아 조용히 앉아 있는 것 또한 여가의 한 방식이 되었다.


하지만 때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취미가 단순한 소일거리에 머무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진짜로 몰입할 수 있는 나만의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을까를 고민해 볼 때가 많다.


오늘처럼 신발 하나가 계기가 되기도 한다. 사인을 받기 위해 경기장을 찾거나 홈런볼을 잡는 순간처럼 취미는 우리를 움직이게 만든다.


삶의 흐름 속에서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는 말을 오래전에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취미에도 때가 있다는 생각을 떠올려 본다. 그렇지만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시작으로 삼는 것이 좋겠다. 나를 몰입하게 만들고 하루를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취미 그것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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