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의 오늘 일상은 마트에서 시작된다
캐나다에서의 오늘 오전 일상은 마트에서 시작되었다. 월마트에 가면 늘 야채 코너와 냉동 코너를 먼저 둘러보는 오랜 습관이 남아 있다. 그 외 다른 제품은 되도록이면 한인 마트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냉동 진열대에 다다르자 익숙한 제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냉동 고등어 갈치 해물모둠 그리고 꽃게까지. 한글로 선명하게 표기된 이 제품들을 처음 보았을 땐 신기하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다른 제품들과 같은 눈높이로 바라보게 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K팝으로 시작된 한류는 음식 문화로 이어졌고, 바비큐 치킨이 주목받더니 작년부터는 한국 라면의 열풍까지 이어졌다. 이제는 다양한 한국 식품들이 현지 대형 매장 진열대에 자리 잡고 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냉동 소갈비가 눈에 띄었다. 네 줄 정도 썰어 진공 포장된 소갈비였다. 1인 또는 2인분 정도 양으로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포장지를 살펴보니 양념된 갈비 사진이 크게 붙어 있었다. 분명 한국인이 즐겨 먹는 양념갈비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포장 안에는 양념은 없고 생고기만 진공 포장돼 있었다. 양념은 따로 들어 있지 않았다. 포장지의 사진은 마치 이렇게 요리해서 먹으라는 안내처럼 느껴졌다.
소갈비는 이제 한국 사람만의 음식이 아니다.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 코리안 바비큐의 대표 메뉴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양념이 빠졌어도 포장지의 사진만으로도 ‘한국식으로 해보라’는 말이 들리는 것 같았다. 낯선 곳에서 한국 식재료가 어떻게 현지인의 식탁에 오르는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냉동 진열대 옆쪽에는 삼겹살과 대패삼겹살도 놓여 있었다. 예전 캐나다에서는 삼겹살이라는 개념 자체가 낯설었다. 삼겹살을 먹고 싶으면 정육점에 가서 그 부위를 따로 주문해 직접 손질해 구워야 했다. 그 시절의 번거로움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예전엔 명절이나 특별한 날이 아니면 먹기 어려웠던 소갈비가 이제는 타지의 마트 냉동 진열대에서 볼 수 있다. 다만 그 안에 담긴 손맛과 기다림은 여전히 우리가 직접 채워야 한다.
삼겹살이나 소갈비 같은 고기는 더 이상 한국인만의 것이 아니다. 어느새 전 세계 식탁에 오르는 보편적인 식재료가 되어 가고 있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재료만이 아니라 양념까지 되어 있는, 완성된 양념 소갈비를 마트에서 더 자주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코스트코에서는 가끔 양념 소갈비나 양념 불고기를 판매하지만 오늘 본 월마트 소갈비는 그런 완제품은 아니었다. 포장지엔 양념 소갈비 사진이 있었지만 실제 내용물은 생갈비였다. 전통 그대로의 한국 음식이라기보다는 현지 소비자를 고려한 제품처럼 느껴졌다.
사실 양념 소갈비는 단순히 고기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배를 갈고 마늘 간장 설탕 참기름을 넣고 섞어 고기를 재우고 숙성시키는 시간까지, 그 모든 과정이 어우러져야 제대로 된 맛이 나온다.
그런 정성과 시간이 빠진 채 겉모습만 한국식인 냉동 소갈비를 보고 있자니 음식이 가진 문화와 손맛의 의미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오늘 본 그 소갈비는 어쩌면 양념 사진이 없었다면 그냥 고기를 파는구나 하고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진 하나가 나를 멈추게 했다. 그 고기 속에 담긴 고국의 기억과 맛 손길이 얼마나 깊은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곳은 캐나다. 여기는 한국이 아니다. 그렇기에 마트 냉동 진열대에서 만나는 소갈비 한 팩이 단순한 고기가 아니라 고국의 맛이 된다.
그리고 그 맛은 오늘 우리 집 식탁에서 다시 만들어질 것이다. 고향의 맛은 어쩌면 그렇게 다시 완성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