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낯선 공간에서 발견한 익숙한 한국의 K-문화
아들이 아웃렛 앞쪽에 있는 매장 하나를 가리켰다. 반짝이는 유리벽 너머, 주변 매장과 비교되는 화려한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곳에는 한국식 셀프 포토 부스 매장인 ‘Say Cheese’가 눈에 들어왔다. 상호명을 보는 순간 “자, 여기 보세요, 치즈!” 하며 사진을 찍던 장면이 떠올랐다. 사진기사가 촬영할 때 외치던 그 익숙한 소리를 매장 이름으로 삼은 발상은, 한인들에게는 즐거운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모두의 순간을 담겠다는 마음으로 다가왔다.
몇 달 전, 아내의 신발을 사러 왔을 때도 분명 이곳을 지나쳤을 텐데, 오늘은 아들이 “아빠 생일 선물을 하나 사주겠다”라고 하여 쇼핑하던 중 우연히 매장을 발견했다. 아들의 손짓에 따라 발길을 옮기니, 마음이 살짝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전통 의상이 K-Pop처럼 화려했다. 순간, 시선과 음률이 완성되어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매장은 단순히 사진을 찍는 공간을 넘어섰다는 느낌도 든다. 캐나다 소비자들에게 한국의 대중문화라는 K-컬처의 매력을 전달하는 작은 문화 플랫폼 역할을 자처하기에도 완성도 높은 매장이다. 유리창 전면에 걸린 포스터는 마치 "한국에서 온 새로운 문화를 즐겨보세요!"라는 홍보 부스처럼도 느껴졌다.
K팝처럼 화려한 한복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디스플레이는 단연 한복이었다. 한복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한국의 고유 의상임을 인식해 가는 문화의 흐름 덕분이다. 파스텔 톤의 저고리와 화려한 패턴의 치마들이 걸려 있는 모습은 의류 매장도 아닌 포토 스튜디오의 소품으로써 독특하고 화려한 정체성을 가져오기에 충분했다. 한복은 고루한 전통 의상이라는 고정관념을 벗고, K-Pop 아이돌의 무대 의상처럼 트렌디하고 화려한 포토 스튜디오 소품으로 재탄생하여 외국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노란색과 분홍색 같은 밝고 채도 높은 인테리어가 공간을 압도했다. 이 활기찬 색채는 어둡고 딱딱한 분위기 대신 즐거움과 호기심까지 한국 문화의 활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Say Cheese'는 쇼핑몰 내에서 가장 평범하지 않은 색다른 매장으로의 표정을 가지기에 손색이 없었다. 이곳은 한국인의 눈으로 보아서가 아니라, 정말 사진을 담는 상업 공간이라는 정의를 넘어 K-컬처를 알리는 홍보 부스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문득, 이곳을 찾는 캐나다인들이 한국의 트렌디한 문화를 배경으로 자신들의 일상에 얼마나 특별한 순간을 남기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내가 매장 앞에 머물렀던 오전 시간대에는 몇 팀의 고객만 보일 뿐 한산했다. 사실, 사람들로 북적이는 만큼 현지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실질적인 관심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텐데, 이곳의 오늘 매장을 지켜보면서 가장 큰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쇼핑몰의 특성상 오후에는 분명 활기를 띨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이 작은 부스가 캐나다 아웃렛 쇼핑몰에 한국의 셀프 포토 부스 문화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고, 즐거운 미소들이 담긴 사진들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바라며 매장 앞에서 떠났다.
아들이 사준 생일 선물로 선택한 신발을 들고, 또 다른 일정이 기다리는 배구 경기장으로 향하는 발걸음 뒤로, 낯선 땅에서도 K-컬처의 위상이 단단하게 뿌리내리기를 응원하는 마음. 이런 마음이 이방인이 조국을 사랑하는 애국자의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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