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경기장에서 만난 한국 배구 선수

낯선 땅에서 느낀 한국의 정, 그리고 지구촌의 하나의 축을 만들었다

by 김종섭

캐나다에 살면서 축구 경기장은 몇 번 찾아갔지만, 배구 경기를 직접 관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도 배구 경기장을 직접 찾아간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는 아들이 경기 정보를 알아와 아내와 함께 경기장으로 향했다. 경기가 열리고 있는 학교 체육관에 들어서니 이미 한 팀의 경기가 1세트를 끝내고 2세트가 진행 중이었다.


곧 경기가 끝나면 다음 경기에 출전할 선수들이 속속 도착했다. 그런데 라커룸으로 바로 가지 않고 관중석 벤치에 앉아 먼저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프로 경기처럼 팽팽한 긴장감 대신, 서로의 경기를 응원하며 지켜보는 훈훈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때 한국인으로 보이는 한 선수가 경기장으로 들어왔다. 좌측 가슴에는 작은 태극기가 새겨져 있었고, 등판에는 굵은 글씨로 Team Korea가 적혀 있었다. 바로 다음 경기에 출전할 팀의 선수였다.


아들은 옆자리 선수와 대화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그 한국인 선수와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대화가 이어지던 중, 선수는 고개를 들어 아내와 내가 앉은 쪽을 바라보며 깍듯하게 인사를 건넸다. 거의 90도 가까이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은 오랜만에 마주한 한국식 예절이라 더욱 반가웠다.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 가운데는 전·현직 캐나다 배구 대표 선수도 있었고, 지역 커뮤니티에서 모인 동호인 팀도 있었다. 일부는 취미로, 일부는 훈련 목적으로 뛰고 있었는데, 특히 현역 선수들은 시즌이 끝난 뒤에도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이런 경기에 참여한다고 했다.


첫 번째 경기가 끝나고 드디어 한국인 선수가 출전하는 두 번째 경기가 시작되었다. 사실 우리는 특별히 응원할 팀이 없었지만, 자연스레 그 선수가 속한 팀을 응원하게 되었다.


경기장에는 그 선수의 부모님도 와 계셨다. 우리 부부는 간단히 목례를 나눴고, 아들은 선수 부모님과 인사를 하며 경기 중간에도 이야기를 이어갔다. 타국에서 한국 선수를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금세 마음이 가까워지는 순간이었다.


알고 보니 선수는 올해 대학교 1학년이었다. 어린 시절 어려운 상황 속에서 캐나다로 이주해 와 3년 전부터 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불과 몇 년 만에 해외 경기에서 MVP에 뽑히고, 결국 한국 배구 대표팀에도 선발되었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이룬 성취가 대단하기도 했고, 그 열정이 더 크게 느껴졌다.


경기는 치열했다. 배구 특유의 긴박한 리듬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축구처럼 열띤 응원 구호는 없었지만, 관중들은 코트 위의 작은 움직임에도 숨을 죽이며 집중했다. 특히 한국 선수가 속한 팀이 있었기에 우리는 더욱 몰입해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는 풀세트까지 이어졌다. 2대 2 상황에서 마지막 5세트로 들어갔지만, 아쉽게도 한국 선수가 속한 팀은 마지막 점수를 내주고 말았다. 그러나 결과와 상관없이 선수들의 열정과 땀방울이 빛나는 멋진 경기였다.


무엇보다 캐나다에서 한국 선수를 만나 응원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경기를 즐기며 "지구촌은 하나"라는 말을 다시 실감했다. 낯선 경기장이 오히려 고향처럼 따뜻하게 느껴진 하루였다.


오마이뉴스 https://omn.kr/2fiv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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