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승부 속에서도 빛난 선수들의 땀방울과 가족의 응원
아침 산책을 마치고 집 앞 공원을 둘러보았다. 공원 내 네 개의 축구장에서는 이미 경기가 한창이었다. 축구는 어느 나라에서나 사랑받지만, 캐나다에서는 다가올 2026년 월드컵을 앞두고 그 열기가 더해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2002년 한국 월드컵을 준비하던 시절, 전국을 뒤흔들던 축구 열정이 떠올랐다.
저녁 7시, 집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공원 축구장에서 ‘블루 유나이티드 풋볼 클럽(Blue United Football Club)’ 한인 남자 축구팀의 경기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아내와 함께 응원에 나섰다. 도착한 경기장에는 다섯 개의 필드가 모두 꽉 차 있었고, 우리 팀의 경기는 밤 9시에 예정돼 있었다. 시작 전까지 옆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16세 전후의 여자팀 경기를 잠시 지켜봤다. 아마추어라 믿기 어려울 만큼 뛰어난 기량이었고, 세계 정상급에 있는 캐나다 여자 축구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예정보다 10분 늦은 9시 10분, 드디어 한인 남자 성인팀과 ‘트로아키아’ 이민자 팀의 경기가 시작됐다. 초반부터 양 팀은 거침없이 몰아붙였다. 다민족 국가인 캐나다의 경기장은 작은 월드컵 같았다.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이 한 팀을 이루고, 인종이 섞여 뛴다는 점이 캐나다 축구의 독특한 풍경이었다.
경기를 보며 학창 시절 학교 운동장에서 뛰던 기억이 스쳤다. 지금 다시 뛴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체력과 기량은 이미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잘 알기에, 마음속으로 ‘나도 언젠가 축구에서 은퇴 판정을 받은 셈이구나’ 하고 웃음이 났다.
이곳 공원 경기장은 관중석이 따로 없어 펜스 너머에서 관람해야 한다. 흥미로운 건 응원의 언어였다. 영어, 한국어, 그리고 수많은 나라의 언어가 뒤섞이며 경기장은 하나의 작은 지구촌이 되었다.
아들이 한국에서 캐나다로 와 있는 동안, 우리 부부는 낯선 풍경들을 함께 경험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축구는 특별하다. 공 하나를 쫓는 단순한 움직임 속에서 국경을 넘어선 공감과 소통이 이루어진다. 둥근 공의 궤적은 언어와 문화를 뛰어넘어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힘을 보여준다.
밤공기는 차갑게 식어 이미 가을을 품고 있었다. 환한 조명 아래 펼쳐진 경기는 우리 가족이 캐나다에서 처음 경험한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작년에 한국에 머물며 프로축구장을 찾아다니던 기억과 겹쳐져 더욱 벅찬 감정이 밀려왔다.
결과는 무승부였다. 그러나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함께 뛰고, 함께 응원한 시간이 더 값졌다. 땀방울 속에 담긴 선수들의 열정과 다양한 언어가 울려 퍼진 경기장은 우리 가족에게도 모처럼의 즐거움을 선물했다.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한밤의 무대였다. 오늘, 우리는 그 무대 위에서 선수와 관중이 함께 만들어낸 특별한 공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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