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맥도널드에서 만난 1004번의 천사

평범한 커피 한 잔이 만들어준 특별한 하루

by 김종섭

맥도널드에 가면 이제는 키오스크 주문이 익숙하다. 요즘 대부분의 매장에서는 주문번호가 화면에만 표시되고 종이로 출력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네 자리 숫자라 잠시 한눈을 팔면 금세 잊어버리기 쉽다 보니, 주문을 마친 뒤에는 마치 시험 답안을 외우듯 몇 번이고 마음속으로 되뇌며 기다리곤 한다.

오늘은 아침 산책을 마치고 맥도널드에 들러 커피 세 잔을 주문했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주문번호가 종이로 출력되었다. 더 놀라운 건 그 숫자가 바로 ‘1004’였다는 점이다. ‘1004 천사’라는 의미는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언어유희이기에 캐나다인들에게는 특별한 의미 없는 숫자일 뿐이지만,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미소 지을 수밖에 없는 ‘천사(1004)’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주문한 커피컵에도 똑같이 1004번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단순한 숫자에 불과하지만,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졌다. 경품권도 아니고 특별한 당첨의 의미도 없는데, 이런 숫자 하나만으로도 하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했다.

순간, 혹시 이 행운이 복권으로 이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오늘 같은 날이라면 로또라도 사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 숫자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즐겁지만, 그것을 굳이 복권 당첨으로 이어갈 필요는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숫자는 그저 숫자일 뿐이지만, 그 속에서 작은 행복을 발견하는 건 내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숫자에 대한 해석은 나라별로도 다르다.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에서는 4(四)가 ‘죽을 사(死)’와 발음이 비슷해 불길한 숫자로 여기며, 병원·호텔·아파트에서 4층이나 404호를 피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서양의 영향을 받아 7을 행운의 숫자로 여기고, 중국에서는 8이 ‘발전(發)’과 발음이 비슷해 부를 상징한다. 결국 숫자의 의미란 나라와 문화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상징일 뿐이다. 그렇더라도 4는 여전히 어딘가 찜찜하고, 7은 왠지 행운을 가져다줄 것만 같다.

결국 1004라는 숫자가 내게 건네준 건 당첨의 기쁨이 아니라,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한 소소한 행복이었다. 어쩌면 거창한 행운보다 이런 사소한 순간들이 우리 삶을 더 빛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그 믿음 위에서 만난 오늘은 또 하나의 작은 행운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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