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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마중

12월 Bear Creek park 에서 잃어버린 가을의 흔적을 찾아

by 김종섭

휴일은 비로 인해 야외활동을 하지 못하고 자유의 움직임에 발목을 잡는 날들이 많다. 다행히 하늘이 가을 모양을 닮았다. 하지만 시선을 돌려보면 먹구름으로 치장한 구멍 난 하늘도 찾을 수 있다.

낮의 길이가 짧은 탓일까. 동절기에는 오후의 시간이 유난히 짧기만 하다. 공원이라도 산책할 겸 싶어 늦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집 근처 공원을 찾았다.


어딜가든지 국기가 계양되어 있다.나라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자국의 우월감을 나타내는 영역의 표시인지도 모른다.싸늘한 날씨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벤치에 삼삼오오 모여 휴일을 즐겨나간다

넓은 운동장 사이로 트랙이 보인다. 이미 운동이 끝난 후인지 트랙의 발걸음의 흔적은 고요 속에 겨울을 받아들이고 있다.

공원은 늘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사람들과 정서를 나누는 곳이다. 푸른 잔디와는 대조적인 갈대의 움직임은 겨울 속으로 휴식을 취해가고 있었다.

인도계인으로 보이는 가족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휴일의 풍경을 사진에 담아가고 있다. 신랑 신부의 웨딩 촬영이 또한 눈에 띠게 많은 날이기도 하다.
온갖 꽃들이 시선을 모아갔던 자리에는 앙상한 나뭇가지와 낙엽만이 무성하다.또 다시 꽃을 피우기 위한 휴식의 계절쯤으로 생각을 돌리면 좋을듯 하다.
오고가는 흐름의 시간을 밟고 지나가는 계절은 대지위에 새로운 옷을 갈아입는다.앙상한 나뭇가지는 이미 주인을 잃고 또 다시 휴면의 시간을 잠재우고 있다.

사계의 시간은 변화를 거부한 탓일까. 초록으로 감싸 안은 잔디의 움직임은 변함이 없다.변화의 세상과는 달리 늘 어김없이 지켜가고 담아가는 자연의 순리에 대해 한번쯤은 삶 속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듯 하다.

먹이 사냥에 나섰던 새들이 인간의 따뜻한 온정에 날아 들었다.해바라기 씨앗이 먹잇감이 된 새들에게는 인간에게 받는 최상의 선물이었을지도 모른다.

공원길 산책로 모퉁이를 돌아서려 할 때 어느 노인 한분이 정성스럽게 손을 내밀어 새에게 먹이를 주고 계셨다. 경계심 없이 사람이 내민 손으로 내려 앉아 달콤한 식감을 즐겨나갔다.

공원을 걷다보면 낯익은 한국어로 쓴 시비가 시야로 반갑게 들어온다.가던길 멈추고 나즈막한 소리로 시를 낭송한다.

나는 그저 물이면 된다

반병섭 詩人

증기가 되고

구름이 되고

다시 빗방울이 되고

그렇게 되돌아와도

나는 그저 물이면 된다


방울 방울이 모아지고

합해서 강이 되고

모두는 바다로 가고

그렇게 되돌아오지 않아도

나는 그저 물이면 된다.


목마른 자의 컵에 담기고

공장의 기계를 돌리고

청소부의 걸레를 빨고

그래서 하수(下水)가 되던지

나는 그저 물이면 된다.


지심(地心)으로 스미는 길에

밤에는 남몰래 풀잎에 머물고

낮에는 지표에(地表)에 스며

가는 목근(木根)의 피가 되고

지하 깊이

어느 장강(長江)의 지류(支流)가 되고

나는 그저 물이면 된다.


그는 목회자이자 시인이었다. 그를 처음 뵙게 된 것은 양로원으로 2014년 초로 기억을 한다. 연로한 나이 탓으로 인해 언어장애와 거동이 자유스럽지 못한 지병을 안고 계셨다. 밴쿠버문인협회 초대회장을 역임하셨고 이민자들에게 희망의 꿈을 나누는 일에 많은 열정을 남기시기도 하였다. 나는 밴쿠버 이민 초 문인협회와 신문사가 주관하는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잠시 문학 활동을 했었다. 안탑깝게 그분은 몇 년 전 타계하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공원을 지나칠 때마다 시비 앞에 잠시 멈추어서 반병섭 목사님의 시를 나지막한 소리로 낭송한다.
나는 그저 물이 되듯이 나도 그저 인간 삶안에 평범한 인간이 되고 싶다
침엽수보다는 상록수가 많은 까닭일까,아직도 푸른 자태는 쉽게 겨울의 시간을 거부하는 풍경이 그려진다.어느날 눈꽃이 필때 인정할 겨울은 아닐까,
겨울로 가는길은 닫혀 있는 생명력을 잠재우듯 조용히 물들어간다
공원을 산책하고 나오면 입구쪽에 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다.

미술관은 비교적 한가로운데 주차장에는 수많은 차들로 가득차 있다.운행하던 차를 잠시 멈추고 노신사 한번분이 미술관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나에게 물어온다.오늘 이곳에 행사라도 있느냐고,

주차장 차와는 관계없이 미술관 안은 한가했다. 조금전 노신사의 궁금증이 나에게도 밀려온다. 궁금을 덮고 관심의 행방을 그림 관람에 집중한다.

공원 입구에 미술관이 있다.미술에 대한 해박함은 없지만 눈으로 읽고 가기에는 편안함을 느낀다.사람들의 표현은 글로 통해 또 사물의 움직임을 정지된 풍경으로 아름다움을 담아간다.
소박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정돈된 미술관 내부의 풍경이다.한쪽편에 작은 선물코너에 동화책에서나 볼듯한 작은 집 소품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림에 대한 평을 하기엔 아직은 아닌듯 해서 눈으로 보고 사진을 담았다. 무엇인가를 표현한듯 한 작가의 세계 그냥 스쳐간 눈의 느낌이 다음에는 성숙한 혜안을 가져야겠다.
캐시 슬레이드 이것은 화음이다. 이것은 또 다른 것이다
전시물 중앙에 잠시 쉴곳을 마련한듯 하여 잠시 앉았다.이처럼 편한것이 없다.앉으면 눕고 싶은 심정까지는 아니지만 몸을 편안하게 지탱할수 있는 빈 의자가 있어 오늘은 왠지 고맙다.

휴일은 달콤했다.하지만 달콤한 이유에는 늘 유혹이 자리잡는다.좀더 휴식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하는 일들이다.그래서인가, 많은 직장인들은

월요병에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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