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Bear Creek park 에서 잃어버린 가을의 흔적을 찾아
휴일은 비로 인해 야외활동을 하지 못하고 자유의 움직임에 발목을 잡는 날들이 많다. 다행히 하늘이 가을 모양을 닮았다. 하지만 시선을 돌려보면 먹구름으로 치장한 구멍 난 하늘도 찾을 수 있다.
낮의 길이가 짧은 탓일까. 동절기에는 오후의 시간이 유난히 짧기만 하다. 공원이라도 산책할 겸 싶어 늦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집 근처 공원을 찾았다.
넓은 운동장 사이로 트랙이 보인다. 이미 운동이 끝난 후인지 트랙의 발걸음의 흔적은 고요 속에 겨울을 받아들이고 있다.
공원은 늘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사람들과 정서를 나누는 곳이다. 푸른 잔디와는 대조적인 갈대의 움직임은 겨울 속으로 휴식을 취해가고 있었다.
사계의 시간은 변화를 거부한 탓일까. 초록으로 감싸 안은 잔디의 움직임은 변함이 없다.변화의 세상과는 달리 늘 어김없이 지켜가고 담아가는 자연의 순리에 대해 한번쯤은 삶 속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듯 하다.
공원길 산책로 모퉁이를 돌아서려 할 때 어느 노인 한분이 정성스럽게 손을 내밀어 새에게 먹이를 주고 계셨다. 경계심 없이 사람이 내민 손으로 내려 앉아 달콤한 식감을 즐겨나갔다.
나는 그저 물이면 된다
반병섭 詩人
증기가 되고
구름이 되고
다시 빗방울이 되고
그렇게 되돌아와도
나는 그저 물이면 된다
방울 방울이 모아지고
합해서 강이 되고
모두는 바다로 가고
그렇게 되돌아오지 않아도
나는 그저 물이면 된다.
목마른 자의 컵에 담기고
공장의 기계를 돌리고
청소부의 걸레를 빨고
그래서 하수(下水)가 되던지
나는 그저 물이면 된다.
지심(地心)으로 스미는 길에
밤에는 남몰래 풀잎에 머물고
낮에는 지표에(地表)에 스며
가는 목근(木根)의 피가 되고
지하 깊이
어느 장강(長江)의 지류(支流)가 되고
나는 그저 물이면 된다.
그는 목회자이자 시인이었다. 그를 처음 뵙게 된 것은 양로원으로 2014년 초로 기억을 한다. 연로한 나이 탓으로 인해 언어장애와 거동이 자유스럽지 못한 지병을 안고 계셨다. 밴쿠버문인협회 초대회장을 역임하셨고 이민자들에게 희망의 꿈을 나누는 일에 많은 열정을 남기시기도 하였다. 나는 밴쿠버 이민 초 문인협회와 신문사가 주관하는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잠시 문학 활동을 했었다. 안탑깝게 그분은 몇 년 전 타계하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공원을 지나칠 때마다 시비 앞에 잠시 멈추어서 반병섭 목사님의 시를 나지막한 소리로 낭송한다.
나는 그저 물이 되듯이 나도 그저 인간 삶안에 평범한 인간이 되고 싶다
미술관은 비교적 한가로운데 주차장에는 수많은 차들로 가득차 있다.운행하던 차를 잠시 멈추고 노신사 한번분이 미술관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나에게 물어온다.오늘 이곳에 행사라도 있느냐고,
주차장 차와는 관계없이 미술관 안은 한가했다. 조금전 노신사의 궁금증이 나에게도 밀려온다. 궁금을 덮고 관심의 행방을 그림 관람에 집중한다.
휴일은 달콤했다.하지만 달콤한 이유에는 늘 유혹이 자리잡는다.좀더 휴식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하는 일들이다.그래서인가, 많은 직장인들은
월요병에 시달린다.